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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Nov 16. 2022

한국에서 회계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 -3-

3. 사건의 공통점, 4. 사건의 의문점


 1.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사건

 2. 우리은행 횡령사건

 3. 사건의 공통점

 4. 사건의 의문점

 5. 우리나라에서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


3. 사건의 공통점

 이 두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회계 관리 문제점들이 여실히 보이는데 공통점만 뽑아보면 일단 두 사건 모두 임원급이 아닌 직원급에서 이뤄졌고 회계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서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횡령 규모나 사유가 생계형이 아닌 한탕범죄였다.


 다음 공통점은 횡령범이 회사를 계속 다녔다는 점이다. 돈을 챙겨 해외로 떠나거나 아니면 데이터를 날려버리거나 그런 것도 아닌 단지 서류상으로 드러나지 않게 숨겨놓았다. 이렇게 서류로만 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만약 프로그래머가 작심하고 횡령을 시도했다면 데이터 자체를 맞춰놨을 것이므로 더욱 밝히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무슨 배짱인지 회사에 계속 적을 두고 있었고 돈을 사방에 은닉했지만 주도면밀한 도주계획은 없었다. 


 또한 두 회사 모두 회계감사를 받았고 발견되지 않았다. 조금 놀라운 점은 우리은행 같은 메이저 은행이 여기에 끼어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일반 회사와 회계처리가 다르다. 1원도 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일마감, 월 마감, 연마감등 다양한 마감을 하면서 계속 잔액을 체크한다. 게다가 다른 금융기관에 맡기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바로 실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발견이 안되었다는 것은 회계관리 문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 문화라고 표현했냐면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람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오스템 임플란트 같은 경우 횡령이 발생하기 전에 삼일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정비했다. 


 우리은행에서는 2012년~2018년까지 횡령이 벌어졌는데 이렇게 장기간 횡령이 회계적으로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언론 기사에서 말하기로는 큰돈이 빈번하게 거래되는 은행 특성과 복잡한 은행 회계 특성상 발견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출처: 2022.05.01,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5014485Y


 출금 사유가 거짓이었을지언정 어쨌든 사유가 있어서 출금되었고 출금 과정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회계상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얘기이다. 이건 실물과 장부상 차이가 아니라 장부를 조작해놓고 그만큼 빼갔기 때문에 차이가 안나는 것이랑 같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재무, 회계에 관한 문제를 검토하는 데 있어서 회계감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건들을 보면 꼭 그럴 일도 아닌 것 같다. 회사는 나름대로 자체 감사와 감시시스템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

 사건의 규모에 비해서 결말이 너무 어처구니없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걸 영화로 만들면 소위 결말이 재미없다고 흥행 참패할 것이다. 위조 과정도 한심하고 정작 발견된 뒤의 범인들의 대응도 특별할 게 없다. 이러려고 그 큰 금액을 횡령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다른 회사들에서 발생한 횡령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업종이나 회사의 크기, 종류와 횡령은 별 연관성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어느 회사에서나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전반의 회계문화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제도상으로는 우리나라도 많은 부분 개혁을 했고 겉으로 봐서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한 듯 회계법인에서 방금 자문받은 회사가 횡령에 속수무책인 것은 그야말로 문화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2022년에 발생한 회계 횡령 사건을 보면 앞에서 말한 2건 외에도 건강보험공단, 새마을금고, 아모레퍼시픽, 계양전기등 다양하다(출처: 시사저널, 2022.07.12,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1767)(출처: 시사저널, 2022.11.16, http://www.ggmed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07)


4. 사건의 의문점

 우리은행과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사건들에서 납득하기 힘든 점들을 살펴보자.


그 정도의 거액을 어디에 쓰려고 했나?

 우선 의문이 드는 것은 두 사건 모두 너무 액수가 크다는 점이다. 횡령이 드러나지 않게 소액부터 시작하거나 부서단위에서 취급하는 액수 정도에서 멈추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범인들은 부서 차원을 뛰어넘어 회사차원의 거액을 움직였다. 과연 왜 이렇게까지 거액이 필요했던 것일까? 횡령 후 사용처를 보면 금괴를 사들이거나 주식투자를 하거나 혹은 친인척에게 분산하는 등 절박함이나 강한 필요성은 보이지 않는다. 횡령범의 직급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급여가 예상되는데 그런데도 이들은 인생을 망치는 범죄에 뛰어들었다.


횡령을 한 뒤의 계획은 있었나?

 횡령 후 이들의 행동을 보면 그다지 치밀하게 계획되어있다든가 최소한의 도피나 회피도 면밀하게 짜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횡령 방식 자체가 문서 조작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시스템 코드를 조작했다든가 암호를 풀어냈다든가 하는 그런 게 아니다. 횡령 후의 행태가 이렇게 허술한 걸 보면 범죄가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경찰이 횡령된 돈을 다 회수하지 못한 것은 범죄의 치밀함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허술한 범죄속에서 그들이 노린 것은 무엇일까? 횡령을 하고 10년쯤 살다 나온 뒤 발견되지 않은 금액으로 편안하게 살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 자기 인생의 황금기 10년을 걸고? 


 이건 막다른 골목에 이른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당장 병원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횡령한 돈을 급박한데 쓴 것도 아니다. 주식에 투자한 걸 보면 아마 불려서 메꿔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보통 횡령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자기 합리화라고 할 수도 있는데 금방 쓰고 메꿔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확실한 곳이 아닌 주식 같은 고위험성 투자를 한 것을 보면 그렇게 보기도 힘들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었을까?

 회삿돈을 출금하려면 일단 결재를 맡아야 하고 실제 출금 행위가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있고 이미 오랜 회계관습으로 축적된 횡령 방지 허들이 있다. 그런데 너무도 쉽게 이것들을 뛰어넘었다. 서류 조작이야 밝힐 수 없었다 쳐도 동료들은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초기에 사건이 불거졌을 때 공범설이 나온 것도 이런 의문 때문이다. 아마도 서로 믿고 처리하는 분위기가 이런 허들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믿지 않으면 서로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매번 확인해야 하고 결재해야 하고 하는 것이 서로 귀찮기 때문에 어쩌면 암묵적 허용 아래 서로 편의를 찾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앞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은 은행에 이체를 요청했을 텐데 지속적으로 거액이 개인개좌로 들어가는데도 은행이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본다. 수백억이 개인계좌로 들어갈 일이 얼마나 될까? 차명통장을 쓴다고 해도 어쨌든 법인통장은 아닐 것이고 개인통장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이상 자금거래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감지되는 시스템이 있다. 금융정보분석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보면 의심거래 보고, 고액현금거래보고(1천만 원 이상) 등을 하도록 되어있다(출처: 금융정보분석원 홈페이지, 자금세탁방지제도ㅣ금융정보분석원). 


 “영업점 직원은 업무지식과 전문성,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평소 거래상황, 직업, 사업내용 등을 고려하여 취급한 금융거래가 의심거래로 의심되면 그 내용을 보고 책임자에게 보고합니다.”


 이 내용을 보니 조금 미비한 점이 보이는데 의심거래 보고의 경우 영업점 직원이 판단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녹초가 되도록 일한 직원에게 이런 고도의 선의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고액 현금 거래 보고도 현금이라는 게 종이돈만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거액이 이체되는데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한 것은 시스템 자체의 중대한 문제라고 보인다.  


 사후에 발견되지 않은 것도 큰 의문이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로 외부 회계 감사까지 받는다. 우리은행같은 금융기관은 몇 단계의 내부 감사시스템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작동을 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추정해볼 때 범인들은 큰 금액을 매일 보는 사람들이므로 이런 금액도 크다고 느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항상 만지는 돈이므로 유혹도 평소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보기엔 어쩌면 잠자는 금액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이 돈을 이렇게 둘게 아니라 내가 투자해서 차익만 먹고 원금은 돌려놓는다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들을 보면서 현금 실탄만 있다면 나도 저만큼 할 수 있다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돈만 있으면 자기가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장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물론 실탄이 있으면 유리하지만 수조 원을 가진 기관투자가들도 물리는 게 주식투자이다. 게다가 횡령범들은 주식투자 이외에도 친인척에게 돈을 분산 이체했다. 그래서 더 회수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건 돌려놓겠다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그냥 횡령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5부(우리나라에서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는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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