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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Nov 13. 2022

한국에서 회계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 -2-

2. 우리은행 횡령사건

 1.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사건(공시금액: 2,215억)

 2. 우리은행 횡령사건(금감원 검사결과:697.3)

 3. 사건의 공통점

 4. 사건의 의문점

 5. 우리나라에서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


2. 우리은행 횡령사건(금감원 검사 결과:697.3억)

사건요약

 2022년 중반을 강타한 사건으로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이 697.3억을 횡령한 사건이다. 이 사람은 2012년부터 6년간 꾸준히 돈을 빼냈다. 역시 멀리 도망친 게 아니라 회사를 다니다 잠적 후 검거되었는데 가장 최근 기사에서는 지인들에게 옮겨진 189억을 발견했다고 한다(출처:연합뉴스, 2022.09.29,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20929011900641). 


사건의 분석

 이 사건의 경우 오스템임플란트 보다 더 충격이 컸다. 회계상 가장 철저해야 할 은행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돈 중 대부분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이란 업체 ‘엔텍합’이 인수하는 데 들어간 계약금이었다. 인수가 좌절되면서 소송까지 번지자 이 돈을 주관사인 우리은행이 맡아두고 있었는데 이때 횡령이 벌어진 것이다(출처:한국경제, 2022.10.09,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10074411i). 그런데 여기서도 법인 돈의 개인계좌 이체가 성공한다. 물론 나중에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서 했지만 최초의 횡령은 개인통장이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일단 언론에는 별로 기사화되지 않은 A사의 출자전환주식 횡령건(23.5억)이 있다. 이것은 팀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OTP를 도용해서 결재를 얻었고 예탁결제원에서 주식을 실물 수령했다(금감원 검사 결과 참고). OTP관리가 허술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실무자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것보다는 주식을 실물 수령하는데 알아차리지 못한데 문제가 있다. 주식을 실물 수령하는 경우는 내가 알기로는 많지 않은 일인데(전자증권화율 99.3%, 출처:비지니스와치, 2019.09.26, http://news.bizwatch.co.kr/article/market/2019/09/26/0022) 예탁결제원은 최소한 이것을 기록하고 사유를 물은 뒤 금융위와 해당 회사에 알려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소액도 아니고 20억이 넘는 금액인데 말이다. 그가 굳이 실물 수령한 이유도 차명으로 넘기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금융시스템의 허점이 보인다.

우리은행 본사(출처:우리은행)

 그다음부터는 대우일렉트로닉스 계약금에 관한 횡령인데 법원 공탁금을 낸다는 명목으로 1차 횡령했다. 공탁금을 내라는 법원 명의의 공문과 입금확인증 등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넘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생 계좌로 넘겼다고 하는데 개인계좌로 입금된 것부터 충분히 의심이 되는데 걸러지지 못했다. 2번째 횡령부터는 통장과 도장을 다른 직원이 관리해서 증빙문서를 요구받는데 대표이사 명의 문서를 복사해서 풀칠로 필요한 내용을 붙여서 재복사한뒤 냈다고 한다.


 고난도의 위조도 아니고 80년대식 서류 위조이다. 아직도 은행의 일처리가 이런 수준이라는데 놀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종이 결재를 하고 있다. 특히 공공, 금융권 등 보수적인 곳이 그렇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종이문서의 경우 발신 회사가 보냈다는 확인이 있어야 하고 은행이 발급하는 입금확인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처리되었는가이다. 물론 둘 다 서류로 떼우기 때문에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다. 이건 모든 회사들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정도 거액이 인출되는데 최종 결재자가 해당 회사에 한 번만 직접 확인해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수백억을 서류만 보고 확인도 안 해본다는 건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3차 횡령은 남은 금액을 캠코(한구 자산관리공사)에 이체해야 한다고 캠코의 공문을 위조해 횡령했다. 이번엔 아예 법인을 만들어두고 그쪽으로 이체했다. 우리은행 사건의 특징은 무차별 문서 위조이다. 문서만 위조하면 뭐든지 가능했다. 신용이 생명인 금융권 관습을 감안하더라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10억 단위 이상은 전화로 한 번만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 업무가 2급 비밀에 해당된다며 해당 직원을 보직 변경하지 말라는 금융위 공문까지 위조했다는데 이것도 웃긴 일이다. 금융위가 뭔데 은행의 보직까지 좌지우지 한단 말인가? 그 사람이 아니면 비밀유지가 안된다는 건 또 무슨 논리인가? 여기서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들어갔어야 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들인지 그 스펙 좋은 인재들이 하나같이 서류 한 장에 농락당했다.


  2급 비밀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게 2급 비밀은 일단 비밀취급 인가자만 취급할 수 있다. 비밀취급 인가부터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해당 직원이 그런 게 있었나? 애초에 은행 직원이 그런 걸 왜 받아야 하며 2급 비밀이라면 우리은행에 맡길 일 자체가 아니다. 2급 비밀을 사기업에서 비밀관리 대장도 없이 관리한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외딴 절에서 고시공부만 한 사람들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런 수법에 넘어갔을까.


 3부(사건의 공통점)는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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