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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Nov 27. 2022

한국에서 회계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 -4-

우리나라에서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

1.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사건

2. 우리은행 횡령사건

3. 사건의 공통점

4. 사건의 의문점

5. 우리나라에서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


 횡령이야 어느 나라나 있는 사고지만 이번에 벌어진 두 사건은 우리나라 회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구멍가게도 아닌 상장회사가 자본금을 뛰어넘는 수천억 인출이 되는데 모를 수가 있는가?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는 다르다. 상장회사는 엄격한 심사조건을 통과해 상장한 것이고 여기에는 회계적인 부분이 상당히 반영된다. 그리고 감시를 통해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는 전제도 깔려있다. 그런데도 이런 사고가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횡령사고가 빈번한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1) 회계업무를 중요하지 않게 보는 문화

회계업무는 정말 전형적인 Paper work이다. 서류로 시작해 서류로 끝나고 서류의 산속에서 살아야 한다. 요즘은 전산화가 되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회계업무를 다른 사람들이 해줘서 체감이 안될 수도 있는데 업무의 중요성과 업무량에 비해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업무이다. 특히 무한 반복되는 서류 작업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하루에 수백 개 지출, 수입 문서를 봐야 하고 그 증빙문서 숫자가 맞는지 틀리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일상 업무가 이 정도이고 대외적인 업무도 있다. 


 세금 관련(법인세, 부가세 등), 연말정산, 4대 보험처리, 급여, 직원 복지 지출 등 한도 끝도 없다. 이게 전부 서류로 하는 일이다. 좀 열악한 곳은 직접 입출금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로 예를 한 번 들어보겠다. 팀에서 야근 식대를 회계 처리한다고 할 때 영수증을 첨부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 달이 20일(주말 제외)이면 최대 20개의 영수증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한 팀이 전부 같이 먹는 건 아니니 따로 먹을 경우 영수증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두 개 조로 나눠서 먹는다 쳐도 한 달에 영수증이 40개까지 나올 수 있다.


 1개 팀이 이 정도인데 회사에 10개 팀이 있다면 단순 계산으로 400개의 영수증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정해진 식당에 식대 처리 대장을 주고 한 번에 한 명만 사인하여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건 대장 조작이 가능하게 때문에 FM이라고 보긴 어렵고 편의상 위험을 감수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모인 영수증은 각 팀에서 입력을 하더라도 결국 회계팀으로 모이고 마지막 확인은 회계팀의 몫이 된다.


 자, 400개의 영수증이 들어왔다. 물론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걸 만약 한 사람이 해야 한다면? 게다가 일반 직원들은 회계처리가 미숙해서 결재 올린 문서가 부실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식대 한도를 넘었거나 영수증이 미비한 경우, 야근 시간 이후에 결재한 경우, 회계계정을 잘못 쓴 경우 등 대충 봐서 될 일도 아니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나온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회계를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다가 돈을 벌어들이는 직무가 아니라서 인력을 투입하길 꺼린다. 어지간히 큰 회사들도 회계업무가 극소수에게 집중된 경우를 볼 수 있다. 작은 회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엔 공기업/민간기업을 안 가린다.

 기업이 회계인력을 어느 정도 운영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적절한 통계가 없었다. 그만큼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아니겠나 싶다.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고용노동통계에 직종별 고용 인수가 나와있는데 회계/경리직이 671,242명 근무한다고 되어있다. 억지로 추정한다고 하면 우리나라 법인사업자가 117만 개 정도 되니까 한 사업장당 0.5명 정도 회계, 경리담당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에 말한 회계/경리 고용 인수는 법인사업자의 고용 인수만 집계한 것은 아니다. 아마 오차가 클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추정해본다고 전제를 단 것이다.


 그런데 작은 회사들은 회계, 경리직이 보통 다른 사무를 겸한다. 그러니 실제는 이보다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현장에서 본 경험 데이터를 보자면 아주 작은 회사를 제외하고 100명 이상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차장, 부장을 제외하고 회계 실무인력은 많아야 3명 내외가 아닌가 싶다. 1,000명 이상 근무하는 회사에도 다녀봤고 100~500명 규모의 회사도 있어봤는데 소위 행정 스텝 인력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1,000명 넘게 일하는 회사도 스텝 인력은 30명 내외였다. 물론 이건 순수하게 회계, 총무, 교육 등 스텝 인력만 말하는 것이고 자산관리, 리스크, 미래전략, 임원실, 비서실 등 본부 기능 인력은 빼고 하는 얘기다.


 경영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스텝 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오랜 트렌드가 되었다. 실제로 돈을 벌지 않는 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 스텝 인력을 외주로 돌리는 트렌드도 있었다. 이 트렌드에 대표적으로 희생된 게 IT부서이다. IT부서는 내부 인력교류가 불가능하고 외주회사도 많아 외주로 넘기기 용이했다. 여기에 앞장선 곳이 바로 은행권이다. 그런데 이게 참 바보 같은 게 IT 부서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인데 이것을 외주화하면서 안 그래도 부실한 IT가 더 부실해졌다.


 아무튼 이런 큰 틀의 트렌드 속에 회계도 마찬가지로 최대한의 효율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굳어졌는데 회계는 회사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보니 외주를 주기 힘들었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업무의 난이도도 높지 않고 반복 업무에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아서 인력을 많이 배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무현장은 달랐다. 업무량 자체가 워낙 많은 데다 반복, 서류 작업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업무도 아니었다. 게다가 회계업무의 특성상 노하우가 굉장히 작용하다 보니 한번 맡은 사람이 계속 그 일을 하는 행태가 굳어졌고 소수 경험자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회계처리를 하다 보면 별의별 상황이 있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그게 다 경험에서 나온다. 방금 회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온 사람도 오늘부터 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시기가 되면 세금신고를 해야 하고 신고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주기적으로 있는 회계처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노하우와 경험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물론 회계원칙이 있지만 회사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대부분 이를 도제식으로 전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리가 처리를 끝내면 위에서 결재를 위해 그걸 다시 봐야 하는데 생각해보라. 영수증 400개를 다시 보겠는가? 400개 아니라 40개라도 다시 보기 싫을 것이다. 과장도 과장의 업무가 있는데 일을 더블로 처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업무는 거의 한 사람에 집중되고 결재단계가 많아도 검증되지 않은 채 끝나버린다. 그러니 한 사람이 마음을 먹는다면 그걸 막을 장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번 사건들은 차장, 팀장급이 다 보니 더 쉽게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후속기사를 검색해보니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 직원 2명이 함께 기소되었는데 방조혐의이다(출처: 서울경제, 2022.02.25, https://www.sedaily.com/NewsView/262A2O3OTA).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금관리 실무는 팀장이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처음부터 그 점이 의심이 갔다. 팀장이 문서를 조작한다고 해도 시스템을 조작할 수는 없다. 직원이 시스템을 직접 접속해 확인하면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가지 가능성을 말할 수 있다. 정말 발견을 못했거나 발견했으나 묵인한 경우. 전자는 애초에 회계관리가 엉망이란 얘기이다. 예를 들어 잔액 체크를 따로 안 하고 재무제표상에 오류가 있나 정도만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회계계정을 잘못 넣었거나 회계처리를 잘못한 것은 찾을 수 있지만 잔액에 문제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회계감사가 발견하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이다.


 언론 기사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궁금한 것은 횡령한 돈이 원래 어떤 명목의 돈이었냐는 것이다. 그걸 알면 좀 더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현금잔액이라면 자주 확인하는 거라서 내부에서 모를 수가 없는데 다른데 맡겨놓은 자본금 성격의 돈은 관리하는 팀이 다르거나 자주 체크를 안 할 수도 있다. 방조혐의로 기소된 것이 묵인 때문인지 정말 발견을 못한 건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한 가지 안전장치는 예산 책정과 집행의 분리이다. 정부도 예산을 책정하는 곳과 사용하는 곳은 다르다. 마찬가지로 회사도 그래야 한다. 돈을 쓰려면 예산에 있는 걸 써야 하고 없으면 예산에 추가해야 한다. 앞에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재무팀장이라고 했는데 보통 재무팀은 예산, 자금 등을 맞는 팀이고 실제 회계처리는 회계팀에서 한다. 예산을 기획팀에서 맞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예산 책정과 집행을 분리시켜놓기만 해도 돈을 인출하는데 허들이 하나 더 생긴다. 승인받지 않은 돈이 나가는데 무척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장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2) 안전불감증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이 여기서도 계속된다. 늘 그랬듯이 우리 사회에서 어이없는 사고가 나는 이유는 바로 FM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규정이 있고 원칙이 있지만 현장에서 그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횡령사건도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면 최소한 더 빨리 적발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예방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오스템임플란트 건의 경우 재무팀장이니 매우 쉽게 회계서류를 조작할 수 있는 위치지만 그 위 임원에게 제대로 결재를 받았는지 의문이다. OTP를 누가 보관하느냐 이문제는 진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게 예방조치도 못된다. 예를 들어 실제 회사 업무로 인출 처리를 하기 위해서 OTP를 가져간 뒤 그 업무를 처리하고 횡령건까지 처리를 해버릴 수도 있다. 


 OTP소유자와 승인권자를 분리하거나 하는 규정은 너무 현실에 맞지 않다. 너무나 비효율성이 크기 때문에 현업에서 지켜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 빈번하게 인출하거나 긴급하게 인출해야 할 경우 어떻게 매번 임원까지 찾아가겠는가. 차라리 OTP에 대해서 사전 결재를 맡고 쓸 때마다 상급자에게 통지가 가는 방식이 더 나을 것이다. 이러면 이중 안전장치가 된다. 이번 같은 경우 팀장이니까 임원에게 통지가 가는 것이다. 얼마의 금액이 인출되었는지도 통지가 가면 더 좋을 것이다. 최소한 자기가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처리하는 일만 없으면 횡령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금융기관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거액의 법인 돈이 개인계좌로 들어가는데 이를 보고만 있었다. 물론 규정이 없는 것도 있지만 회사에 한 번만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거액이 이체되는데도 이상 감지를 못했다. 요즘 전산시스템에서 이런 거래를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액수로도 검출할 수 있지만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평균적인 이용 거래액의 수십 배가 넘는 금액이 들어왔을 때 이상을 통보하는 시스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수백 명의 IT 직원을 보유한 금융권에서 이걸 처리 못한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3) 서류 만능주의

 앞에서 말한 것처럼 회계업무는 서류가 많이 필요한 업무이다. 마감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서류가 업무의 정당성이나 정상적인 처리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소위 증빙서류만 있으면 된다는 면피 주의가 현재의 회계업무 양태를 만들었다. 이건 회계업무가 너무 과중하다 보니 윗사람이나 담당자나 어쩔 수없이 관행화시킨 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회계업무를 2명 이상 크로스 체크하도록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이과정에서 종이서류를 배제하고 시스템에서 직접 증빙자료를 조회, 첨부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횡령사건들도 서류는 다 있었다. 다만 그게 조작되었을 뿐이지. 사람들은 서류가 있는지는 확인해도 그게 조작인지 검증하지는 않는다. 물론 일반인이 서류 조작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10원짜리까지 서류 조작을 찾으란 애기가 아니다. 최소한 억대 거래에 관해서 만이라도, 그게 복잡하면 10억 이상 거래만이라도 서류 검증 절차를 거쳤다면 이런 일을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횡령건은 법원 공탁금, 한국자산관리공사등과 연계된 이체라고 속였는데 위조한 공문을 받았더라도 거액인 만큼 한번 확인해보는 절차는 당연히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종이 공문을 썼다는 것도 매우 부실한 대목이다. 전자문서라는 게 정부 기관 간에는 통합망이 있는데 민간회사 간에는 아직도 등기우편을 쓰는 실정이다. 개인적으로 최소한 국내 회사들이라도 쓸 수 있는 통합망을 전자정부차원에서 구축해주면 어떨까 싶다. 공인성이 매우 중요하므로 사기업에선 하기 힘들고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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