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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18. 2023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1-

중국의 한계

 근 10년 새에 중국의 눈부신 발전 때문에 이제는 G2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까지 왔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의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나는 안된다고 보고 이미 2번의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긴 하겠지만 앞선 기회들을 놓쳤듯이 지금의 중국체제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놓친 기회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경재 패권의 기회이다. 이 기회는 중국의 장쩌민 개혁개방노선에서 시작되었고 후진타오 때에  급성장했다. 시진핑이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매년 7, 8%대의 경제성장이 이어졌다. 선형적으로 이어지는 추세를 볼 때 미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되었다. 미국인구의 최소 4배 이상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으로서는 초기에는 생산기지역할만 하다가 내수 소비 수준까지 일정 수준 갖춰지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중국 내에서만 사업을 해도 인구 14억의 시장을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현대차가 독점적 국내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것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단단한 후방지원을 받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할 시점에는 이미 1,2 위급으로 규모가 성장해 있는 상태가 된다. 이런 성공방식은 알리바바, 틱톡등 모든 부문에서 이어졌고 중국의 부상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코트라에서 나온 보고서에 중국상무무가 발표한 외국인 직접투자 추이가 있는데 이 그래프를 보면 매년 우상향해 2022년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였다.


 자, 그런데 이 그래프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있다. 중국은 이렇게 성장한 시장경제의 과실을 어디에 썼을까? 이 성장이 지속성 있는 성장일까? 나는 관이 주도하는 중국경제의 특성상 정치제도에 집중해서 관찰하였고 좀 다른 결론을 얻었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다시 시장으로 재투자하지 않았고 관의 주도하에 중국이라는 국가의 패권쟁취에 쏟아부었다. 구체적으로 패권 쟁취란 무엇인가? 이것은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냥 잘살아보겠다는 것과는 다르다. 중국은 집요한 정책으로 미국이 관리하던 세계시장의 영역을 야금야금 먹고 들어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이 관주도의 전체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 때까지만 해도 수면 아래에 있던 강력한 전체주의 제국의 본성이 시진핑을 통해서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도 과거 미국과 경제패권을 나눠가질 정도로 미국을 위협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도 미국이 위협을 느끼긴 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던 것이 그 당시는 실제로 일본기업과 기업가들이 혁신적이었고 경쟁력이 있었다. 그들은 배우려고 했고 미국시장에 동화되려고 노력했다. 고급차 렉서스를 미국시장에 내놓기 위해 미국상류층에 침투해 직접 상류층 문화를 체험하고 분석해 갔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과 동화되기보다는 미국을 밟고 일어서려고 했다. 이게 바로 전체주의적 발상인데 자유시장경제에서는 거래를 통해 서로 윈윈 할 수 있지만 시장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둘 다 이기는 경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러시아가 딱 그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가 다 같이 번영할 수는 없고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기보다는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기업을 사들이며 인력을 빼갔다.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빨리 따라잡기 위해 그러한 방식을 적극 사용한 건 사실이다. 언론상에 나온 산업스파이 건만 해도 여러 건이다. 국내만 해도 산업기술 유출건에서 최근 3년 동안 중국이 27건으로 1위이다(출처: 아시아경제, 20221215, https://www.asiae.co.kr/article/2022121509394191640). 2위는 미국인데 7건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유출된 기술은 현재 조사 중인 건만 해도 2000건이라고 한다.(출처: 동아일보, 20220223,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0202/111543552/1)


 이렇게 적발된 것 외에 해킹등에 의해 빠져나간 것이나 기업을 인수해 기술만 빼간 것 등을 생각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중국은 막대한 경제적 부를 국방력에 쏟아부었다. 지금 중국은 전쟁준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항구에서는 전투함들이 붕어빵 찍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최첨단 전투기도 대량 생산 중이다. 물론 미국도 국방비를 많이 쓰긴 하지만 미국은 민간업체가 많이 엮여있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 누가 중국을 위협하는 것도 아닌데 국방력에 필요이상의 돈을 쏟아붓는 것도 전형적인 전체주의의 모습이다. 이것은 80년대 일본 전성기와 매우 대조적이다.


 수년 전에 내가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아웃렛 쇼핑몰에서 중국설을 기념하고 새해 십이지신을 판촉행사에 이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미국인들에겐 이색적이고 재밌는 문화였을 것이다. 중국기업이 아니라 미국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한 것이어서 더욱 놀라웠다. 이때만 해도 중국에 대한 적개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미국의 여유는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중국의 기술은 급격히 미국을 추격했다. 이게 중국 스스로 개발한 것이라면 마찰이 별로 없었을 텐데 중국은 해킹과 산업스파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안되면 거대자본으로 회사를 사버렸다. 개방적인 미국에서 전체주의적 이념이 깃든 스파이가 활동하기란 무척 쉬웠다. 냉전시대의 경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글로벌 시대에 누구도 그런 것이 개인들을 통해 쉽게 이뤄진다고 생각지 못했다. 2020년 기사를 보면 이런 내막이 잘 나와있다. (출처: 한국경제, 20200727,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072736011), 중국기업이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에 대한 자료는 다음에 나와있다(출처: 중앙일보, 2021031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11028#home).


 물론 중국은 모두 부인하겠지만 중국이 이런 식으로 기술을 훔치는 방식은 중국-러시아 사이의 무기거래에서 흔히 있어왔는데 중국은 러시아 전투기나 엔진 등을 하드카피했고 지적재산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중국의 무기복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출처: 글로벌이코노믹, 20191223, https://news.g-enews.com/article/Global-Biz/2019/12/201912231750381988c5557f8da8_1?md=20191223180917_U)


수호이-27을 도입해 복제를 통해 J-11을 개발했고 엔진도 무단 카피해 자체개발에 활용했다(출처: 조선일보, 20171102,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2/2017110200707.html). 또한 수호이-30 MKK를 역시 무단복제해 J-16 개발에 활용했다(출처: 뉴스임팩트, 20200210, http://newsimpact.co.kr/View.aspx?No=1060634). 비록 중국제 장비로 채워 넣었다고는 하나 복제는 복제다. 이렇게 대놓고 복제할 수 있는 것도 중국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 중국무기의 상당수가 러시아 기술 기반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중에 제대로 기술료를 지불한 게 얼마나 될까. 


 꼭 중국의 책임만이란 건 아니다. 자본주의 세계가 돈에 눈이 멀어 경계가 느슨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 프랑스등 서방국가들도 중국에 거리낌 없이 기술거래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가 살아남과 동시에 전체주의 본능도 깨어났고 자유세계는 이를 뒤늦게 알아챘다. 


 중국의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화웨이 사건이다. 미국의회에서는 화웨이장비를 통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화웨이는 부정했지만 백도어 프로그램이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컸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이 부분은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사실 정보를 빼내는데 가장 좋은 수단은 휴대폰이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이다. 모든 통신이 장비를 통해 가므로 여기서 정보를 빼내기가 가장 용이하다.  


 물론 요즘엔 스마트 폰상에서도 컴퓨터 같은 해킹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미국산 OS가 있어서 백도어를 심기가 쉽지 않은데 장비는 직접 만드는 것이니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사건으로 촉발되어 각종 산업전반에서 중국 공포가 심화되었고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무역전쟁으로 발전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자원, 부품공급망등에서 중국과 완전히 결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연 중국이 보통의 자유시장경제 국가들처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미국의 견제가 있긴 하겠지만 지금처럼 트집을 잡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중국이 경제성장을 통해 미국을 압도하고 미국이 무작정 막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보다는 권력의 공고화, 궁극적으로 세계패권을 목표로 했고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부딪혔다. 미국이 중국을 점령하려는 것도 아니고 서로 협력하면 더 큰 번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된 것이 안타깝다. 중국은 쓸데없는 패권욕심 때문에 미국의 경계심에 불을 질렀고 이로 인한 비용증가와 협력단절로 경제패권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만약 중국이 도광양회의 정신으로 패권보다는 경제성장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하기 싫어도 세계 1위 경제대국은 중국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지체되거나 예측하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된 것은 결국 전체주의라는 정치이념의 한계 때문이다. 전체주의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니까 성장면에서 누구보다 빠르다. 잡음도 없고 혼란도 없다. 하지만 태생적 비효율과 비합리성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다. 


 전체주의는 다 같이 잘 산다는 개념이 없다. 국민은 어차피 세포이고 세포는 죽으면 갈아치우면 그만이다.  모든 국가의 목표는 체제와 국가가 더 크고 강해지는 데 있다. 다른 국가는 적이요 방해요소일 뿐이다. 같은 전체주의 국가인 나치독일과 소련이 전쟁을 한 것처럼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위대한 전체가 있을 뿐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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