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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5. 2023

테슬라가 보스톤다이나믹스 인수 안하는 이유 -1-

<전에 올렸던 글인데 실수로 삭제되어 다시 올립니다.>


 2022년 10월 1일 AI-Day에 나온 테슬라봇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겨우 저게 뭐야?” 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기술적으로 전혀 놀라울 것 없는 거의 걸음마 수준의 로봇을 보고 이거 정말 쇼하는 거 아니냐고 첫인상을 가졌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치밀하고 집요한 일론 머스크의 전략이 이 보잘것없는 로봇을 통해 조금이나마 드러난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될 것이다.


1. 테슬라는 왜 로봇을 하려고하는가?

2. 왜 하필 휴머노이드인가?

3. 왜 테슬라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4. 테슬라의 테슬라봇과 현대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이

5. 테슬라의 감춰진 로드맵

6.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래


1. 테슬라는 왜 로봇을 하려고 하는가?

 테슬라는 전기차로 큰 성공을 거뒀고 스페이스X를 통해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머스크는 왜 로봇에 눈을 돌리게 되었을까? 이건 머스크의 머릿속에 있는 큰 그림을 봐야 하는 건데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것들만 조합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로드맵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업체들은 그 로드맵을 보지 못하고 그저 쫓아가기만 하다 보니 테슬라처럼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테슬라가 로봇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육체노동에서 인간을 해방하려는 것이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노동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가장 큰 족쇄도 노동이다. 누군가는 노동이 신성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학자들이나 하는 얘기고 직접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하면 당장 쌍욕이 나올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노동을 하면 고통스럽도록 만들어졌다. 그건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사냥을 해야 하고 나무 열매라도 따먹어야 하는데 이게 다 노동이고 수월한 건 없다.


 머스크의 로봇사업은 이 육체노동에서 해방을 첫 번째 목표로 해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회사들은 미시적으로 효율성, 안전성 이런 걸 따지는데 머스크는 좀 더 철학적이고 빅 픽처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어보겠다.


 현재 머스크는 여러 방면에서 인간의 해방을 통해 사업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학에 보면 해방 이데올로기라고 있는데 흑인해방, 여성해방등 각종 해방을 내건 이념을 말한다. 머스크가 이런 차원에서 했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데올로기야 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철학이며 이런 철학적인 면을 분석해보면  머스크의 로드맵이 좀더 쉽게 드러나는 측면이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시작한 전기차 사업은 화석 연료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전기도 화석연료에서 생산되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석유냄새를 맡을 일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일단 석유와 자동차를 분리해놓고 이제부터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만  생각해내면 화석 연료로부터 해방될 길도 훨씬 수월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석유를 직접 가져다 쓰는 곳이 널렸는데 석유에서 해방하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연결고리가 일단 끊어진 다음에는 다양한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자동차 말고도 석유를 쓰는 곳은 많지만 자동차에서 석유를 뺄 수 있다면 나머지 분야도 못할 곳이 없다. 이동수단은 거의 모두 해당될 것이고 난방 등도 마찬가지이다. 석유와의 결별을 위해 해야 할 것 중에 첫 번째 단계의 해법을 머스크가 내놓은 것이다.             

출처: 테슬라



 스페이스 X는 향후 화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구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는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구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구라는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신인류로 가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로켓 재활용이란 기발한 발상으로 엄청난 기술 도약 없이도 새로운 사업을 창출했고 이는 곳 우주사업의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 지구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인간에게 거의 무한대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하이퍼루프는 사업이 처음보다 지지부진 하긴 하지만 머스크다운 아이디어이다. 엉뚱하면서도 100년 후에나 있을 것 같은 일을 제시하는 게 머스크의 특징이다. 이것은 시간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버리는 시간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 중 하루에 2시간 이상 교통수단 안에서 보내는 사람이 부지기 수이다. 이들은 24시간 중 2시간을 그냥 헌납하고 있으며 이걸 합치면 한 달에 20일만 일한다고 봤을 때 10년이면 4800시간. 일수로 하면 무려 200일에 해당한다. 10년 중 200일을 차 안에만 있는 것이다. 장거리 출퇴근이라면 더할 것이다. 이 제약에서 인간을 해방하는 것은 인간에게 더 많은 여유를 주고 어쩌면 인생을 몇 년 더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일 수도 있다.


 머스크가 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인 뉴럴 링크는 이른바 전뇌인데 뇌 속에 칩을 넣고 신체적 신호와 생각 등을 데이터화 하겠다는 사업이다. 이것은 육체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가장 큰 제약은 연약한 육체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도 나이가 들고 부상이 생기며 육체로 인한 제약이 있다. 머스크는 뉴럴 링크로 이것을 뛰어넘게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이른바 풀 다이브 VR도 꿈이 아니다. 안경 쓰고 하는 가상세계가 아니라 내가 데이터가 되어 직접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출처: 테슬라



 이런 전반적인 머스크의 로드맵에서 보앗을때 로봇은 인간에게 육체노동으로 부터의 해방. 좀더 확대하면 모든 노동으로 부터의 해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한다. 다른 회사들은 그저 로봇이 미래 유망사업이라고 해서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는데 철학이 없다. 무엇을 위해 로봇을 하는가. 어디에 로봇을 쓸 것인가가 막연하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3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실적이 미미하다 


 기사에 나온 실용화사례는 2020년 4족보행 로봇 스팟판매로 3000만달러, 2022년 북미지역 물류로봇 공급으로 1500만달러등이 검색되고 있다(출처:이코노믹리뷰, 2022.01.17,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63727 ). 화려하게 선보인 휴머노이드에 관한 것은 없다. 사실 이럴거면 일반 산업용 로봇으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회사보다 나은게 뭘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020년 매출은 30억 , 적자는 1121억원이다. 2021년 상반기에도 8백억대 적자였다(출처: 월간중앙, 2021.01.04, https://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32399, 비지니스워치, 2021.09.11, http://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21/09/10/0032).


 1992년 시작한 회사치고는 너무한 성적이 아닌가한다. 물론 현대차를 통해 이런 실적은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휴머노이드에 대한 대답은 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의 산업용로봇 명가 쿠카(KUKA)의 매출은 분기당 8억달러에 달한다. 왜 보스톤다이나믹스에 대해서만 관대한 시각을 가져야할까? 덤블링하는 로봇때문에 그런 것인가? 데모에선 다 될 것 같은데 정작 현장에서 운용되고 있는 실적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연구실과 현장은 분명 하늘과 땅 차이다. 현장으로 나가려면 머릿속에 철학이 없으면 안 된다. 


 삼성이 애플과 거의 비슷한 제품군을 내놓지만 두회사의 결정적 차이는 뭘까? 그건 철학의 차이다. 애플 제품은 브랜드를 떼고 봐도 한 번에 구별해낼 수 있다. 제품 곳곳에 철학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맥북을 분해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이걸 만든 사람은 돌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북에 들어가는 나사의 종류만도 5가지가 넘는다. 즉 분해와 조립을 위해서는 드라이버만 5종류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5각형, 6각형 볼트도 있다. 대량생산과 이익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다. 이건 철학이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그렇다면 애플의 철학은 무엇인가? 내 개인적으로 분석한 그들의 철학은 단순함, 미학, 특별함이다.       

출처: 테슬라


 애플 제품은 거대한 로드맵 속에서 하나의 통일성을 가지고 서로 시너지를 낸다. 삼성제품은 그냥 따로 논다. 삼성 노트북과 휴대폰 사이의 공통점이 있는가? 부품을 일부 공유할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시너지도 공통점도 찾기 어렵다. 삼성 노트북을 산 사람이 굳이 삼성 휴대폰을 사야 할 이유는 거의 없다. 이런 데서 브랜드 충성도와 퀄리티가 계속 벌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머스크가 로봇을 내놓았으니 공장에서 일을 시키거나 하겠네. 로봇이 미래산업이니까.”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만일 그렇다면 분석이고 뭐고 할 것도 없다. 테슬라는 평범한 기업인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테슬라가 단순히 공장에서 사람 대신 생산라인에 투입하려고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로봇이 많이 투입되고 있고 산업용 로봇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맨 앞에서 말한 해방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전체 사업 로드맵에서 노동으로 부터의 해방이라는 하나의 큰 가지를 뻗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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