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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5. 2023

테슬라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안 한 이유 -4-

4. 테슬라의 테슬라 봇과 현대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이

 현대는 의기양양하게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지만 내가 참모라면 극구 말렸을 것이다. 이게 보기엔 좋지만 실질적인 게 하나도 없이 돈만 빨아들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아직 로봇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나치게 연구 지향적이다. 즉 어떻게 활용할 것이라는 목표를 정하지 않고 기술에 목표를 두고 개발되다 보니 상용화 실적도 미미하고 너무 진척된 탓에 방향을 바꾸거나 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현대의 전통적인 기업문화 역시 전혀 맞지가 않다. 우리나라 대기업 중에 둘째 가면 서러워하는 보수적인 기업문화의 현대가는 건설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보니 불도저 경영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있다. 그런데 이것은 첨단기술 특히 소프트웨어와는 전혀 맞지가 않는다. 거의 상극이나 마찬가지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공지능 기반이며 소프트웨어가 핵심 파트이다. 소프트웨어와 궁합이 안맞으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에서 죽을 쑤는 이유도 이런 기업문화와 연관이 있다. 상명하복, 연공서열로 만들어진 기업문화에서 소프트웨어는 생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조업 기반을 두고 있어 제조업 문화를 소프트웨어에 적용하는 것도 실패를 낳는 요인이다.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대기업들에서는 식스시그마 혁신사업이 유행했고 GE, 도요타 등을 따라 하는 운동이 필수처럼 번졌다. 그러나 이것들은 전부 제조업에 맞는 방식이다. 수십 년 쌓아 올린 소프트웨어 공학을 놔두고 제조업의 산업공학을 적용한 것이다. 전자, 금융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유행했지만 소프트웨어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결국 결과도 초라했다. 현장 엔지니어들은 결과를 예상했지만 경영학과 출신의 CEO들은 그렇지 못했다. 제2의 잭 웰치가 되고 싶은 그들은 그저 찍어 누르기 바빴다. 심지어 금융업에서도 이것을 적용했다. 지금도 툴만 바뀌었지 제조업을 소프트웨어에 적용하는 방식은 여전하다.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제한된 영역밖에 할 수 없다. 현대가 인수한지도 1년이 되었는데 새로운 비전이 거의 없다. 기존에 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이건 현대가 로드맵 없이 인수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냥 로봇이 유망하다는 장밋빛 전망에 도취되어 풍부한 현금을 냉정한 판단 없이 쓴 게 아닌가 한다. 오너경영이니 오너가 그렇다고 하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나마 군용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인간다울 필요도 없고 연비가 좋을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약간의 장밋빛 전망이다. 미래 전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여기서도 테슬라 봇의 확장판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무기 없이 백병전으로 붙으면 이름처럼 아틀라스가 강할지 모르지만 전쟁에서 맨몸으로 붙을 일은 거의 없다. 테슬라 봇은 현재의 상태에서 하드웨어만 보강하면 곧바로 아틀라스 같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더 뛰어나므로 둘 간의 머릿싸움에서 결국 테슬라 봇이 이길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장비를 그대로 쓸 수 있으니 이런 점도 유리하다.


 현대가 칩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기술적 연계도 거의 없다. 이런 상태에서 무슨 로봇이 나오든 사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단가가 테슬라만큼 낮아지기가 어렵다. 기술적으로도 휴머노이드와는 거리가 먼 길로 왔기 때문에 대폭적인 신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아마도 칩부터 바꿔야 할 텐데 이건 새로 개발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만약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로봇들을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한다면 그거야말로 낭비다. 공장에서는 산업용 로봇이 훨씬 낫다. 현대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 전에 왜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이 인수하지 않는지를 먼저 봤어야 한다.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일론 머스크의 미래구상 아래 로드맵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그 로드맵이 뭘까를 생각해야지 뭔가 유망하다고 덥석 따라가서는 안된다.  테슬라봇과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들의 차이는 상용화 목표가 어디있느냐의 차이이다. 그것에 따라 기술적, 사업적 성과도 달라진다.


 테슬라봇은 걸음마 단계지만 잘 정해진 로드맵을 따라 인간형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여러 로봇 시리즈는 중구난방으로 가고 있다. 로봇들 간 시너지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망하다 싶으면 다하겠다는 것 같다. 이것은 현대차 같은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과도 비슷한 궤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디젤차, 전기차, 휘발유차, 가스차까지 다 만드는 아마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회사일 것이다. 덩치가 크고 한국에서만큼은 거의 독점적인 시장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좋은 경영이라고 보긴 힘들다. 


 전부 다 뛰어들어서 그중에 되는 것으로 간다는 건데 이건 개인적으로 전략도 아니라고 본다. 테슬라 같은 신생회사가 아니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앞으로 첨단산업시대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경영전략이라고 본다. 경영이란 결국 선택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1등이 될 수 없다. 왜 로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현대라는 기업의 지향점과 어느 부분에서 맞닿아있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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