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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5. 2023

테슬라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안 한 이유 -5-

5. 테슬라의 감춰진 로드맵

 테슬라봇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분석해보았다. 일론 머스크의 머릿속에 있는 로드맵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예측조차 하지 못하면 그저 쫓아가다가 길을 잃는 수가 있다. 현대차는 이미 한 타이밍 늦었다고 보지만 지금이라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에는 자동차 기술과 연계해야 하며 향후 휴머노이드로 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소형화, 효율화해야 한다. 지금 당장 텀블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텀블링하는 로봇은 서커스에나 필요하지 가정에선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새로운 플랫폼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포기해야 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강점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인데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로 성공한 기업이 없으니 어디를 벤치마킹하라고 말도 못 하겠다. 게임회사들도 소프트웨어 회사이긴 하나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와 다르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잘 작동하면 그만이다.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한번 만든걸 계속 쓰지도 않는다. 한국과 일본이 게임강국이지만 둘 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내세울 기업이 별로 없다. 앞에서도 말한 동양 유교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그럼 테슬라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테슬라의 로드맵 중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우주항공과 전뇌 부문인데 우주항공에서는 화성에 기지를 짓고 아예 제2의 지구를 개척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사이버 트럭이 사실은 화성에서 운용하기 위해서 그런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실제 그런 소문도 있긴 하다. 실제로 수륙양용으로 출시된다는 소문도 있는데 지금 디자인만으로도 화성 같은 험지에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기존의 화성 탐사 로봇에서 디자인을 차용한 것 같기도 하다. 지나치게 둔탁한 모양의 바퀴나 도색 없는 외장, 낮은 지붕과 밀폐되는 구조등이 그런 추측을 불러온다.      

출처:테슬라


 화성으로 갈 때는 스페이스 X를 타고, 가서는 사이버 트럭을 타고 다닌다. 애초에 전기차를 개발한 것도 화성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화성에서는 내연기관차를 몰 수 없다. 하이퍼 튜브도 화성의 넓고 황량한 지역을 빠르게 이동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화성에 기지가 생긴다면 아마 거점별로 굉장히 먼 거리를 두고 생길 것이다. 그러면 이 기지 간 이동하는 데는 굳이 경치를 볼 필요 없고 오로지 빨리 가기만 하면 된다. 하이퍼 튜브는 여기에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머스크는 그냥 연구실 수준의 가능성만 보여준 게 아니라 이것을 사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도 비관적인 전망을 깨고 서서히 안착하고 있고 스타링크도 마찬가지이다. 스타링크는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비판받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조금씩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아직도 지구촌의 상당수가 인터넷 혜택을 못 받고 살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현실화가 되었을 때 파괴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오지나 망망대해에서도 인터넷 통신이 된다면 자율주행의 가치도 더욱 향상될 것이다.             

출처: 스타링크



 테슬라는 슈퍼컴퓨터에도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것은 궁극적으로 복잡한 연산을 중앙에서 처리하고 차량은 가벼운 연산만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는 통신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신뢰할만한 인터넷망이 필수이다. 스타링크는 여기에 필수적이 요소가 될 것이다. 이것이 갖춰지면 차량 가격은 내려가고 배터리 소모도 적어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현대차가 가야 할 길은 한참 멀어 보인다. 현대차는 지금까지의 제조업 마인드를 버리고 IT회사 특히 컴퓨터 회사의 마인드로 거듭나야 한다. 


그냥 남이 좋다는 사업 다 투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수소차 사업도 남들이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앞장섰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이건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다. 수소차를 만든다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청사진이 필요하단 말이다. 미래학자가 떠드는 환상적인 미래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구현된 미래상이 필요하다. 그냥 저렴한 차를 많이 만들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비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필요한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제시해야 한다. “22세기에 당신들은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라고 말이다. 


 잡스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고객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진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고작 패스트 팔로워가 되려면 이런 말은 필요 없다. 혁신이니 뭐니 떠들 필요도 없다. 하지만 프런티어가 되려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현대차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서 무엇을 보여줬나? 현대차가 인수하기 전이나 후나 뭐가 달라졌나?


 혁신을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을 버리고 주력사업을 내려놓고 새로 생각해야 한다. 말로는 얼마든지 혁신을 외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혁신이 되려면 가장 큰 파이를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디서부터 혁신을 할지 보이고 내가 기업 현장에서 본 바로는 가장 덩치가 큰 부문이 가장 혁신을 많이 해야 할 부문이다. 대기업에서 자주 하는 화장실 휴지 아끼기로는 혁신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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