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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5. 2023

테슬라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안 한 이유 -6-

6.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래

 보스턴다이내믹스(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현대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독자적인 모델을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즉 이제는 현대의 필요에 맞는 로봇을 생산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게 상용화에는 긍정적인데 문제는 현대가 로봇 로드맵을 갖고 있느냐이다. 지금까지 특별하게 나온 게 없고 막연하다. 현대차 홈페이지에 나온 로봇로드맵은 그냥 교과서에 나온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서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 1. 웨어러블 로봇, 2. 서비스로봇(호텔, 영업점), 3. 모빌리티(물류, 배송) 4.보스턴다이내믹스(제조, 물류, 건설)이다.

아무리 봐도 타사와 차별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직장상사가 로봇산업에 대해 3일 안에 계획안 제출하라고 하면 내놓을 정도의 이야기들이다. 어느 회사나 다 이 정도의 이슈를 담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건 로드맵이라기보다 그냥 미래 로봇산업 분류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이걸 다할 필요도 없고 다하려면 통합솔루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냥 그럴듯한 것은 죄다 집어넣었다. 현대차가 굳이 이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뭔가에 대해 하나도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적 발전은 딱 여기까지이다. 사업화가 안 되는 이상 이 이상으로 발전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 현대는 이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마디로 잘못 인수한 것이다. 홍보용 말고 무엇이 있단 말인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첫 번째 사업화 가능성은 군용이다. 그나마 이쪽이 제일 현실적이다. 모든 역량을 여기 투입해야 한다. 마침 현대차 계열사 중에 방산회사인 현대로템이 있다. 여기서 기술적인 연계를 고민해 볼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현재 보유 기술과 발전상태로 휴머노이드로 가는 것은 무리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 텀블링이 아닌 손가락 실뜨기를 목표로 했어야 했다. 실뜨기를 할 수 있다면 그 손으로 못하는 건 없다.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라는 것은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인간과 비슷할수록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지금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기능 수행에만 초점이 맞춰있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갈 것인가에는 큰 진전이 없다. 예를 들어 테슬라봇같은 경우 관절만 해도 40개, 그것도 전동식으로 추측된다. 이것도 인간의 관절을 모방해 움직임을 유사하게 만들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관절 28개에 유압식으로 해놓았다. 이 차이는 뭔가? 물건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더 잘 들것이다. 그러나 그 둔탁함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은 중노동에 국한될 것이다. 왜 테슬라는 인간 관절을 모방해 전동식으로 섬세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인간과 같이 살기 위해서이다.


 별도의 버전을 만들면 되지 않냐고? 그럼 새로 개발하는 것인데 개발비는 어떻게 회수하고 언제 개발한 것인가? 자 그럼 물건 배달을 하나 예로 들어보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배달을 한다면 힘이 좋으니까 무거운 걸 들고 멀리까지 잘 배달할 수 있을까? 일단 무겁다고 해봐야 인간형으로 만든 이상 들고 가는 부피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이상 무거운 것이면 차라리 차로 배송하는 게 낳다. 그걸 걸어서 배송한다는 게 미친 짓이다. 그리고 무거운 건 일단 사람에게 위험한데 그걸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배달한다고? 그것도 어불성설이다. 현대차 홈페이지에서는 배송용 바퀴 달린 로봇이 나오는데 이것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이미 아마존 등에서도 시도하는 것인데 육상으로 바퀴 달린 로봇이 배송할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계단과 신호등, 횡단보도와 가로수 등 갖가지 장애물을 어떻게 건넌단 말인가. 바퀴는 생산단가를 줄이고 빠른 이동이 필요할 때 쓰는 거지 범용성을 주기는 어렵다.(이 글을 업로드하기 전에 다시 검색해보니 아마존이 로봇 배송사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출처:동아사이언스, 2022.10.07,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6576)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보스톤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텀블링은 잘하지만 너무 둔탁하게 보인다. 둔탁하다는 것은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을 같이 쓰기 힘들다는 뜻도 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유압식 관절로 누르면 어떻게 될까? 유리용기를 배달할 때는 어떨까? 현금으로 물건값을 받을 수 있을까? 문고리를 부드럽게 잡을 수 있을까? 이렇게 번뜩 드는 어려움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아주 현실적인 문제인 배터리와 가격을 생각해보자. 테슬라는 오로지 카메라에만 센서를 의존하고 인간형이다 보니 무게가 가볍다. 테슬라는 배터리를 직접 개발, 생산할 역량이 있고 실제로 기술력에서 앞서있다. 로봇 배터리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소형화가 중요하다. 여기서 현대차는 로봇용 배터리를 위해 추가로 개발비를 투자할 수 있을까? 


 애초에 과격한 움직임을 소화하는 아틀라스와 인간형이 목적인 테슬라 봇의 배터리 소모량은 다를 것이다.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인터넷상에 도는 소문에 의하면 아틀라스는 1시간, 테슬라봇은 8시간 정도를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 애초에 라이다, 레이더 센서를 테슬라가 안 쓰려는 것도 소형화, 배터리 절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로봇에 센서만 3가지 종류를 더덕더덕 붙였다고 생각해보라. 원가상승은 물론이고 전력 소모, 해당 센서 처리를 위한 CPU소모,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복잡도 증가 등 비용이 엄청나다. 


 보스톤다이내믹스는 로봇의 운동성능에는 많은 홍보를 했지만 자율주행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소프트웨어는 어떤 상태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물을 인식하고 물건을 잡거나 길을 찾는 걸 어떻게 하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테슬라와 비교할만한 정보가 별로 없다. 애초에 실데이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쌓아둔 테슬라와 이제 막 출발한 보스톤다이내믹스를 비교하는 것이 무리인지도 모른다. 현대차가 OTA가 된다면 실데이터를 쌓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벌써 엄청난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테슬라가 라이더, 레이더 센서를 버릴 때 사람들이 모두 욕했지만 그들 나름대로 큰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과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것을 뚫고 갈 솔루션을 갖고 있는가? 내가 보기엔 없는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유일한 출구는 군용 시장이다. 물론 여기서도 휴머노이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배터리와 원가절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가격 문제를 마지막으로 짚어보겠는데 테슬라봇은 2만 달러를 주장하고 있다. 충분히 근거가 있어 보인다. 테슬라 차량이 쓰는 센서와 소프트웨어, 칩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원가부담이 적은 데다 생산할수록 부담은 더 줄 것이다. 배터리도 아마 테슬라에서 그대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개 스팟이 7만 달러 중반이라고 한다(출처: 한국경제, 2021.08.11,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108116557i). 휴머노이드인 아틀라스는 이거보다 비싸면 비쌌지 싸지는 않을 것이다. 원가를 낮추기 힘들다는 게 더 문제인데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차는 접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봇이 이제 시작인 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너무 많이 와버렸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모두, 서로에게 설계를 맞추기엔 늦었다는 얘기이다. 물론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면 현대에서 굳이 인수한 의미가 없어진다.


 테슬라와 달리 현대차로부터는 칩도 배터리도 가져다 쓸게 없다. 센서 계통도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가 서로 다른 체계로  발전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로부터 도움받을 여지는 적다. 현대가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센서 통합 기술을 받아오기에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현대 역시 이미 나름대로 센서 처리 기술을 발전시켜왔을 것이고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차량은 로봇에 비하면 자원이 넉넉한 편이고 대신 빠른 연산이 필요하다. 즉 차량은  보스턴다이내믹스보다 높은 수준의 센서 처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용하는 센서도 다를 것이고 운영체제도 다를 텐데 이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이다. 한마디로 둘 간의 시너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부자가 아닌 이상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지만 밖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보인다. 


 이렇게 놓고 보니 왜 구글이 기껏 키워놓고 팔아야 했는지 이해가 간다.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을 안 하는 것도 이유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한계가 명확하다. 딱 여기까지이다. 텀블링하고 뛰어가는 게 보기는 좋지만 이걸 사업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물으면 답이 없다. 실제 현실에서 텀블링은 필요 없다. 오히려 테슬라 봇처럼 섬세한 움직임과 인간과 유사한 행동양식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뛰어난 오너가 없어서인지 너무 막 자라왔다. 가지치기도 하고 방향을 잘 잡아줘야 하는데 수십 년 동안 그런 게 부족했다. 엔지니어들이 그냥 하고 싶은 것만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차 산하의 로봇 산업부로 개편되면서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 거의 1조 원짜리 회사치고는 안타까운 결말이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고 미래 청사진부터 내놓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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