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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5. 2023

테슬라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안 한 이유 -3-

3. 왜 테슬라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자 그럼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테슬라는 왜 로봇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왜 인수하지 않고 굳이 새로운 회사를 차려 걸음마부터 시작하려고 할까? 


실제로 현재까지 제시된 테슬라 로봇(옵티머스)은 그냥 보기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에 비해 나을 게 없어 보이고 오히려 신박함이나 운동능력면에서는 한참 부족해 보였다. 겨우 몇 가지 예정된 동작을 하는 게 다였다. 그래서 차라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게 낫다는 혹평도 나왔다. 과연 그럴까? 


이건 정말 하나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이번 테슬라의 2족 로봇 옵티머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운동능력이 아니라 바로 테슬라의 자동차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휴머노이드에 적합하도록 모든 설계와 개발을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먼저 자동차에서 사용하던 자율주행 기술을 가져오면 기술적 성숙도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으니 개발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게다가 추가 개발비가 안 들어가니 단가가 대폭 낮아지게 된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테슬라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사용하는 라이다 센서를 쓰지 않고 오로지 카메라 화상에만 의존해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원가를 아끼려고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미 대량생산에 성공해 가장 낮은 원가에 전기차를 만들고 있는 곳이 테슬라이기 때문이다.       

출처: 테슬라


 그럼 무엇인가? 바로 휴머노이드라는 넥스트 스텝을 위해 처음부터 그렇게 방향을 잡은 것이다. 기존 자동차 업계는 라이다 센서를 뺀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율주행의 오류를 줄인다는 차원에서는 라이다 센서가 더 있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것은 지극히 제조업적인 마인드이다. 휴머노이드를 생각하면 이것은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휴머노이드는 기본적으로 작고 가벼워야 하며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센서를 하나라도 줄여야 한다. 그것도 같은 종류의 센서도 아니고 전혀 다른 종류의 센서를 여러 종 사용한다면 이것 때문에 하드웨어 설계 복잡도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을 위해 판단해야 하는 변수도 늘어나서 소프트웨어 복잡도도 늘어난다. 이건 몇 퍼센트 늘어나는 게 아니라 아마도 몇 배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센서가 여러 종류라면 최적화도 어렵다.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테슬라는 휴머노이드로의 진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다른 회사들은 자동차 따로, 휴머노이드 따로 개발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승부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로봇을 할 생각이 있는 자동차 회사들은 빨리 테슬라를 따라가야 한다.      

출처: 테슬라


 테슬라는 자율주행에서 사용하는 칩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중요하다. 칩이 바뀌면 그냥 새로 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열심히 닦아놓은 기술을 로봇에 적용할 수 없게 된다. 테슬라가 칩까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단순히 자동차 회사만 할 것이라면 OS, 칩에 배터리까지 다 개발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지 않은 이유가 나온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동차와 전혀 연관성 없이 이미 상당 부분 개발이 진척되었다. 이제 와서 인수한들 연결점을 만들 수도 없으니 테슬라가 원하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상 새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럴 거면 거액을 들여 인수할 이유가 없다. 마치 지금 현대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연결점이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내가 볼 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여기까지가 끝이 아닌가 한다. 더 나아갈 길이 안 보인다. 굳이 한다면 군사용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는 많은 무리가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마치 대학 연구실처럼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는 좋았지만 이걸 가지고 뭘 할 거냐는 점에서는 전혀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구글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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