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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Dec 28. 2023

생성형 인공지능 전쟁에 애플도 뛰어들었다.

알파고 충격 이후 챗GPT가 또 한 번 우리나라에 충격을 주었는데 그 발전속도가 눈부실 지경입니다. 예전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말했던 ‘특이점(Singularity)’이 정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하고 이때부터 기하급수적 기술발전이 쏟아진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특이점이 언제일지 예상했는데 대개 2025년 정도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상황이 왔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생성형 AI에 뛰어들었고 날마다 신기술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자체 AI를 들고 나왔고 경쟁적으로 고도화시키고 있습니다. 챗GPT가 공개된 게 2022년 11월인데 모든 회사가 발작적으로 열광하는 사이 조용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애플이었습니다. 처음엔 금방 뛰어들겠지 했지만 1년 이상 아무 소식도 없었죠.


 추측만 난무한 상황에서 다른 인공지능 모델을 준비한다는 근거 없는 정보만 나돌았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 12월 22일 논문 한편이 공개되면서 애플의 인공지능 전략이 일부 드러났는데 이것은 온디바이스 AI에 관한 것으로 플래시램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출처: 매일경제, 2023.12.22, https://www.mk.co.kr/news/it/10904392). 


 아무튼 이 소식이 들린 후 애플이 뭔가 하긴 하는구나 정도 생각했지만 많이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벌써 두 번째 버전을 내놓는 상황에서 애플은 논문 수준의 연구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Ferret 라이브러리(출처: 깃허브)

 그런데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애플이 이미 지난 10월 Ferret(담비)이라는 생성형 AI의 오픈소스를 공개했다는 것입니다(AI 타임스, 2023.12.24,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066). 재밌는 것은 이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발표한 게 아니라 슬쩍 공개해서 이제야 화제가 된 것입니다. 많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이 발표를 놓친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며 반갑다는 반응입니다.


 특이한 사실은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애플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애플 행태와는 많이 다른데 아무래도 구글이나 OpenAI에 비해 많이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픈소스 형식을 택해 더 빨리 진화할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픈소스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애플이지만 단시간에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상으로 1년 격차지만 버전(세대)상으로는 이미 4, 5 세대 이상 뒤처져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선두에 있는 ChatGPT가 4.0입니다. 여기는 이미 학습을 완료하고 그다음단계로 나가는 중입니다. 애플은 이제 모델을 개발했고 학습은 그다음입니다. 


 학습에 관련한 뉴스도 터져 나왔는데 애플이 언론사들과 저작권 협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출처: 매일경제, 2023.12.24, https://www.mk.co.kr/news/it/10905705). 이렇게 되면 내년 후반 정도에 나올 아이폰이나 IOS 다음 업데이트 버전에서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발표된 페럿의 파라미터 개수는 70억 개와 130억 개 버전이 있습니다. 챗GPT의 1750억 개에 비해선 작은 개수인데 연구용 버전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 애플이 늘 그래왔듯 원모어씽(One more thing)이 있는데 기존 인공지능이 서버와 통신을 하면서 서비스해 왔던 것과 달리 애플의 모델은 출발부터 온디바이스 모델을 염두하고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미지 처리과정(출처: 깃허브)

 온디바이스 AI는 서버의 응답을 듣는 게 아니라 기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칩을 통해 계산결과를 내놓는 것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용량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논문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한 것인데 방식 자체는 그렇게 새로운 건 아닙니다. 통신업계나 임베디드 업계에서 사용해 오던 방식을 AI에 적용했을 뿐입니다. 중요한 건 이걸 설계단계부터 깔고 있는 플랫폼과 아닌 플랫폼은 차이가 있을 거란 점입니다. 


 멀리 갈 때는 방향과 경로를 잘 잡는 게 중요한데 애플은 처음부터 온디바이스 AI로 방향을 잡았다는 겁니다. 논문에서는 GPU의 단순 로딩방식의 최대 20~25배까지 성능을 낸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온디바이스가 가능한 상황까지 오는데 왜 온디바이스가 중요하냐면 생성형 AI가 발전함에 따라 파라미터는 계속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처리속도와 용량에서 모두 서버가 아니면 처리할 수 없는 수치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생성형 AI는 대부분 연산은 서버에서 하고 그 결과를 받아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보가 오가니까 보안문제도 생기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ChatGPT기반으로 이미지를 가져오는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보통 이미지 1개를 생성해서 가져오는데 10초가량 걸립니다. 이걸 수천 명이 이용한다면 더 많이 걸리겠죠.


 생각해 보면 자율주행이나 다양한 기기들이 인공지능 결과를 얻으려 할 때 저마다 서버에 요청하고 응답을 얻는다면 트래픽 용량 문제도 있고 시간 지연도 엄청날 것입니다. 결국 생성형 AI의 다음 목적지는 온디바이스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각 회사들은 벌써 이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퀄컴과 인텔이 관련 칩을 개발하고 나섰고 이 분야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후발주자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늦었지만 가장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M시리즈 칩에서 테스트하고 있는데 아마도 향후엔 인공지능을 고려한 아키텍처 설계를 보강하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AI 대전.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그 진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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