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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Dec 31. 2023

현대차 세계 1위 보고서의 문제점 -2-

#2. 현대차의 2026년 세계 판매량 1위 가능할까?

2. 현대차의 2026년 세계 판매량 1위 가능할까?

 H보고서는 2026년 현대차의 세계판매 1위 근거로 몇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우선 판매비중에서 선진국 위주의 판매량을 말하면서 유럽비중이 증가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성장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고 선진국에서 진검승부를 할 수 있어야 세계 1위가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유럽이라고 다 선진국이 아니고 유럽에서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가 더 많다. 유럽증가를 반드시 선진국 증가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보고서가 제시한 자료는 실제 판매량의 증가가 아닌 판매 비중의 증가를 말하고 있다. 2015년에서 2023년까지 꾸준히 유럽, 북미 비중이 커져온 걸 말하고 있는데 언뜻 보면 선진국내에서 입지가 커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북미, 유럽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시장점유율의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즉 현대차의 제품판매 비중과 시장점유율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는데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에서 내놓은 보고서(2023.03.21, KIS Special Report)를 보면 현대차의 서유럽시장 점유율은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2023, 2024년까지 거의 정체되는 것으로 예상되어 있다. 이는 미국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판매량 중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는 기업에게 좋은 것이고 더 높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세계 1위가 되기 위해선 결국 시장 점유율을 늘려야 한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남이 나보다 잘하면 내가 더 높은 순위로는 갈 수 없는 것이다. 현대차의 지역별 판매비중을 근거로 현대차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는 있지만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는 근거로는 맞지 않다. 그렇게 되려면 판매비중이 아니라 지역별 시장점유율 상승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신용평가의 예상이 꼭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다면 H보고서도 시장점유율이 상승한다는 예측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맞다.


 다음으로 제시한 근거는 급격한 미중갈등과 중국시장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내연차에 강점이 있는 도요타, 폭스바겐등이 쇠퇴하고 테슬라, BYD 등 신생전기차 회사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중국시장의 비율이 글로벌 업체들 중에는 가장 작은 편에 속해서 앞으로 중국시장이 중국업체들로 채워지더라도 타격이 없다는 분석인 것 같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행복회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중국의 수요가 줄면 글로벌 업체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분명히 대체시장을 찾거나 할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지금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시장에서 싸움이 커지고 출혈경쟁이 벌어져 현대차도 그 싸움의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점유율을 늘려서 1위 할 생각이 아니라 나는 지금 이대로 가는데 상대방이 줄어서 내가 1위가 된다는 상대평가의 맹점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 논리가 매우 약하다. 상대방의 부정적인 전망과 나의 긍정적인 전망을 크게 보는 것. 이것이 전형적인 행복회로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중국시장은 전체주의 국가의 특성상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에서 영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나치게 정부에 휘둘리고 국가안보라는 논리로 시장파괴적 조치가 서슴없이 행해질 수 있는 나라이기 대문이다. 그동안 중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전체주의가 갖고 있는 탑다운 방식의 일사불란함과 엄청난 인구 덕분이었다. 이건 경제성장을 향한 그들의 의지 때문에 전체주의의 나쁜 면이 계속 억제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룬 지금 그들은 겸손함을 잊어버리고 세계패권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면에서 중국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쇠퇴는 진작 예견되어 왔던 것이다. 특히 역사적으로나 영유권문제로나 감정이 안 좋은 일본, 인권에 민감한 독일이 우리나라가 사드보복을 당했듯이 보복당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보고서의 논리는 그런 정치적인 면보다는 중국시장에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여기서 중국메이커들의 점유율이 커지는데 글로벌 메이커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밀려날 것이라는 것이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같이 타격을 입어도 현대차보다 다른 업체들의 타격이 클 거란 얘기다.


전기차 때문인지 중국의 정치적 한계 때문인지 몰라도 어쨌든 중국시장에서 외국 메이커들의 부진이 예상된다는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기술력격차가 적은 전기차에서 중국의 강세가 보일 것이란 점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곧 현대차가 세계 1위가 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보고서의 논리는 이렇다. 중국시장에서 전기차가 강세를 보일 것이다->중국 메이커의 전기차 시장 경쟁력은 높다-> 글로벌업체들의 점유율이 낮아진다-> 어차피 중국비중이 높지 않았던 현대차가 승리한다. 

 일단 중국시장에서 전기차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맞고 중국메이커의 시장 경쟁력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 연합회(CPCA)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판매량에서 10위권내 외국업체는 GM과 테슬라 2곳뿐이다(출처: CPCA, http://www.cpcaauto.com/newslist.php?types=csjd&id=3283). 그렇다면 이렇게 낮아지는 비중속에서 현대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보고서는 현대의 성장과 글로벌업체의 중국시장 침체가 맞물려 현대에게 기회가 된다고 보고 있다. 현대의 성장요인으로 미국시장의 성장을 보고 있는데 현대도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되었고 이제 안착할 때도 되었다. 인지도를 넓히는 시대가 아닌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실적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현대가 절대적인 실적이 좋아지는 것과 미국 내 판매량 순위가 올라가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현대가 위기에 강하다는 것은 상대적 수치(판매량 순위)로 제시하고 현대의 성장동력을 얘기할 때는 절대적 수치(판매량, 이익률)를 들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이 상대적 수치인 판매순위를 말하고 있다면 당연히 근거도 상대적 수치들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리고 중국, 미국 시장에 대한 성장 근거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미국시장에서 점점 성장하는 것은 좋은데 순위가 바뀌기 위해서는 상위업체가 내려오고 현대가 올라갈 것이란 근거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근데 그게 없다.


 성장동력 두 번째는 인도시장인데 여기서는 GM의 인도공장을 인수하니 전망이 좋다는 것이 근거이다. 중국시장을 인도시장이 대체할 수 있다는 예상도 붙이고 있다.


 인도 시장도 현지공장을 인수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현재 2위인 상태에서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느냐 생각하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포드, GM이 모두 철수한 이유는 수익성 악화인데 그만큼 인도 시장은 저가 위주의 시장이고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저가차량을 만드는 데는 현대차가 더 유리할 수도 있지만 보고서만큼 인도에서 꾸준한 성장을 기록할지는 의문이다. 인도 부동의 1위는 마루티-스즈키로 2022/2023 회계연도에 40%의 시장을 점유했고 현대는 14.51%의 점유율로 전년대비 감소했다(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3.04.21, https://www.kiep.go.kr/aif/issueDetail.es?brdctsNo=345963&mid=a30200000000&systemcode=02).

 전기차 판매로 시장을 흔들어볼 순 있지만 전반적인 인프라가 낙후된 인도에서 전기차가 안착하기엔 시간이 훨씬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전체주의 국가로서 일사불란한 지원덕에 500만 개 이상(출처: 중앙일보, 2023.02.0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8760#home)의 전기충전기를 갖추면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인도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볼만한 근거는 별로 없다. 중국이 인도면적의 3배란 점을 감안하면 인도도 최소한 160만 개 정도의 충전기는 갖춰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인도의 충전기 개수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데이터를 찾지 못했다. 대신 충전소의 개수는 2023년 3월 발표된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6586개(출처: 뉴스네이션, 2023.04.28, http://news-nation.kr/View.aspx?No=2800310)라고 한다.


 한심한 언론에선 충전기와 충전소를 구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데 두 개는 엄연히 다르다. 인도의 충전소가 7천 개라면 충전소당 10개의 충전기를 둬도 7만 개밖에 안된다. 중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정확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여러 자료를 보니 대략 180만 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중국이 충전소당 4-5개의 충전기를 보유한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보면 인도의 충전인프라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이다. 충전기 1대당 전기차는 인도가 32대 중국은 8대(출처: 전자신문, 2023.10.01, https://www.etnews.com/20231001000142) 정도 된다.

 인도의 전력 사정을 보면 더 암울한데 전력거래소에서 발행한 2021년 해외전력산업 동향에 따르면 인도의 농촌지역은 53%의 가구가 하루 여러 번 단전 경험이 있고 도시지역도 30%가 이런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은 언감생심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가 전력 자체가 부족한 것인지 전력손실 때문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전력손실률이 20%로 세계평균의 2배가 넘는다고 하니 손실문제가 심각한 것은 맞다. 이상적인 손실률은 6~8%라고 한다. 인도는 전기차를 생각할게 아니고 생활전기부터 투자하는 게 맞다. 


 이렇게 보면 인도의 전기차시장이 중국처럼 급성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흔들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보고서의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미국시장, 인도시장 둘 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만 돌출적으로 좋아진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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