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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Dec 31. 2023

현대차 세계 1위 보고서의 문제점 -1-

#1. 판매량 순위로 체질을 알 수 있나?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현대차가 세계 1위를 할 수 있다는 영상을 보고 놀라서 찾아보니 국내 모증권사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현대자동차의 2026년 세계 1위 달성을 예상한 내용이 있었다. 이게 2023년 5월에 발행된 것인데  모르고 있다가 이제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이하 H보고서)의 내용이 국뽕유튜브나 각종 지식채널까지 퍼 나르고 있는 게 보여서 시간을 내서 한번 훑어보게 되었다. H보고서를 직접 살펴보고 내용을 분석해 봤더니 실제로 보고서 내용에 의문 가는 점이 있었다. 그 내용을 차례차례 분석해보고자 한다.


일단 5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 전반을 훑어보니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찬양적 어조가 보였다. 사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했으니 맞겠지 생각하다가 보고서의 어조를 보고 이건 분석해 봐야겠다고 더 강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보고서를 따오진 않고 내용만 분석해서 설명하겠다. 가능하면 해당 보고서를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이다.


H보고서는 현대차가 1위 할 근거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순서대로 보겠다.


1. 판매량 순위로 체질을 알 수 있나?

 첫 번째 장표에선 현대차가 위기에 강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반도체 부족 위기 때 오히려 판매량 순위가 상승한 기록을 제시했다. 2005와 2010년, 2019년과 2022년을 비교하여 순위변동이 어땠는지 보여주었다.


 일단 작은 문제 이긴 하지만 2005년도 판매순위 자료에 3위로 R-N-M이라는 메이커가 보인다. 이는 르노-닛산-미쯔비시 연합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미쯔비시는 2016년에 이 연합에 참여했다. 다른 곳은 어떻게 하나 싶어 자료를 찾아봤더니 Automotive news의 자료가 있었다. 이 자료에서는 2005년도에 닛산, 르노를 따로 분리해 순위를 매기고 있었다. 여기 자료에 따르면 닛산이 7위, 르노가 9위이다. 양사의 판매량을 합치면 3위니까 결론자체가 틀리진 않는다. 그렇다더라도 표기는 정확하게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표기가 틀리면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보고서에서는 2005년 7위였던 현대차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5위까지 올라가고 2019년 6위였다가 코로나19/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은 이후인 2022년 3위까지 올라가 있는 걸 제시하면서 위기에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판매량 순위로 위기에 강한지를 따질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순위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나 공급적인 요인도 있지만 합병이나 전기차 같은 산업전환적인 요소도 있다. 게다가 판매량은 불황기에 저가, 소형차 브랜드에 유리하다. 그래서 금융위기 이후 10위권 내에 벤츠는 빠지고 현대가 5위까지 올라가고 10권 내에 없던 상하이차가 2010년 8위까지 올라와 있다. 보고서의 논리라면 상하이차가 위기에 강한 회사 아닌가? 순위에는 없지만 BYD, 테슬라 같은 전기차 회사들도 폭발적인 판매증가세인데 이들 모두 위기에 강한 회사인가? 

 물론 같은 중저가 브랜드임에도 현대가 유독 판매량이 더 많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에 순위가 올라갔다고 해서 위기에 강하다고 말한다면 2010년 5위였다가 2019년엔 다시 6위로 쳐졌는데 위기에 강하고 평상시에는 약하다는 것인가?


 위기에 강한지 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불황보다는 현대차를 타깃으로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위기를 봐야 하고 이때도 순위가 아닌 매출, 영업이익 등 재무지표나 절대적 지표를 봐야 한다고 본다. 보고서에는 2005년, 2010년 변함없이 GM이 1위지만 2009년 GM은 파산했다. 파산한 기업이 강한 기업인가. 


 그리고 자동차 판매량 순위만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면이 있는데 2019년과 2022년 비교에서 현대차의 순위는 6위였다가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근데 자세히 보면 거의 모든 회사들이 판매량이 줄었고 현대도 마찬가지이다. 보고서에 나온 10개 기업들의 점유율을 다 합하면 2019년 83.4%에서 2022년 70.3%로 줄었다. 나머지는 10위권 이하의 기업들에게 갔다는 건데 보고서의 논리대로라면 상위 10개 기업의 위기 대응력보다 그 아래 기업들의 위기 대응력이 더 좋다는 논리가 된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아마도 위기대응보다는 제품가격대와 시장전환(전기차) 측면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2022년 도요타가 1위로 올라간 것도 전기차의 더딘 발전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벤츠같은 경우 2005년 6위였다가 이후 계속 저가브랜드들 보나 밑에 위치하고 있는데 벤츠가 위기에 약한 기업인가? 상하이차는 벤츠보다 2 단계 더 높을 정도로 위기에 강한가? 


 현대차가 2022년 3위를 차지한 것은 매우 놀라고 대단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어쩌면 대한민국 기업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진입장벽도 있고 엄청난 시설투자가 들어가는 데다 안전과 디자인, 기술등 여러 가지 경쟁요소가 복합된 매우 어려운 업종이다. 이건 전통이 있는 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작은 내수시장을 가진 현대가 이곳을 뚫고 들어간 것도 모자라 3위까지 올라간 일은 대단하다. 현대차는 분명 위기에도 어느 정도 강한 회사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변화무쌍한 기업환경을 버텨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런 판매순위가 아니라 다른 근거로 말하는 게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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