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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an 14. 2024

60대 기업 경영진단 -삼천리-

#54. 삼천리

소개

오늘 분석할 기업은 삼천리그룹이다. 2023년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순위 49위(22년 54위)로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다. 대중들이 익숙한 브랜드는 삼천리 자전거일 텐데 이 회사는 삼천리그룹과 전혀 상관이 없고 기아자동차와 관련이 있다. 기아자동차가 사실은 자전거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삼천리그룹은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대성그룹과 유사한 회사로 보면 된다. 둘 다 석탄회사로 시작했고 도시가스 사업자로 변신해 안정적인 사업구도를 가지고 있다. 대성그룹은 70년대에 10대 그룹에 들어갈 정도로 앞서 갔지만 2세로 넘어가면서 경영실패로 대거 자산을 매각하면서 현재는 60위권내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안정적인 사업을 가지고도 사업을 말아먹을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삼천리는 크게 석탄사업과 도시가스사업을 하고 있는데 석탄은 인도네시아에서 ST인터내셔널이 광산을 직접 운영해 세계 5위 규모의 광산으로 키워냈다. 도시가스 사업은 삼천리ENG가 하고 있다. 또 하나 특징이 있는데 오너가 동업구조라는 것이다. 1955년 이장균, 유성연 두 사람이 연탄사업을 같이 창업했고 동업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 대목에선 엘지와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엘지가 그랬듯이 승계가 계속되면 동업은 계속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되며 향후 지분관계의 변동이 예상된다.


근황

대성그룹과 달리 특별한 변고가 없고 조용하다. 뉴스를 찾아봐도 별개 없을 정도이다. 정말 안정 그 자체이다. 그나마 사업을 확장한 것이 외식사업(중식, 한식)과 벤처캐피털 정도인데 둘 다 그룹을 뒤바꿀 정도는 아니다. 굳이 변수를 꼽자면 이제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고 동업관계도 점차 정리해야 할 시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삼천리 그룹은 이 씨와 유 씨가 정확하게 동수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창업주의 차남 이만득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한준호 회장마저 2023년 물러나 자리가 비어있다. 당장은 장남의 아들인 이은백 사장이 유력한 상황. 다만 전 회장이었던 이만득 회장의 자식들도 있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 약간의 변동성이 있다. 

인천 연료전지 공장 (출처: 삼천리 홈페이지)

이 씨 가문과 유 씨 가문의 동업관계는 사업구조상 재빨리 분사되지는 않겠지만 3세 승계가 마무리되면 아무래도 형제별로 사업을 찢어 가져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어 분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천리의 사업구조가 단순해서 오히려 나눠갖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 동수의 지분을 가진 이 씨와 유 씨가 모두 만족할 만한 나눠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엘지처럼 거대한 덩치의 기업도 분리할 때 긴장감이 있었는데 삼천리는 사업구조가 단순해서 오히려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뭘 가져가도 성에 안찰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사업분리를 미룰 수도 있다.


재무제표상으로는 삼천리의 자산이 5조 원대이기 때문에 2.9조 원대인 ST인터내셔널과 그냥 나눠갖기엔 문제가 있다. 실제로 분리가 될 경우 계열사를 추가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진단

<문제점 및 과제>

삼천리의 사업은 너무나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900억 내외의 영업이익을 꾸준하게 얻고 있으며 경인권 도시가스 공급자 중 시장 점유율 1위이다. 그러나 기업은 정체되어 있으면 썩게 되어있다. 헤엄을 치지 않으면 가라앉는 것처럼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죽어가는 것과 같다. 어차피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이것은 3세들로 넘어가면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3세들이 이걸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이다. 대성의 사례를 봤을 때 성급히 사업확장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성은 전혀 노하우가 없는 유통/호텔 사업을 확장했는데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 삼천리는 2023년 9월 기준 부채비율 149.5%로 양호한 편이다. 현재 외식업계에 살짝 발을 담그고 있는데 별로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 외식업은 SPC그룹처럼 노하우와 시너지가 있어야 하고 마진율이 낮아서 상당한 효율성 추구가 필요하다. 


<해법>

 유통을 하고 있다면 외식 사업을 해볼 만 하지만 지금 안 그래도 레드오션인 외식사업에 그냥 뛰어드는 것은 큰 성장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3세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택할 수도 있는데 내가 볼 때 좋은 선택은 아니다.


 금융사업 쪽도 금산분리 같은 까다로운 규정이 있어서 대규모 사업을 하기가 부담스럽다. 삼천리는 그룹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완전히 생소한 사업에 진출하는 것보다는 시너지를 확장하는 쪽으로 사업기회를 잡을 필요가 있다. 에너지에 강점이 있으므로 그걸 이용해야 하는데 우선 수소에너지 쪽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이미 하고 있었다. CNG(압축천연가스), 전기, 수소를 병행공급한다고 한다. 이 정도 사업감각을 발휘해 움직이고 있다면 괜찮은 상태라고 보인다.


 내가 수소생각을 왜 했느냐 하면 수소에너지는 천연가스와 공급방식 측면에서 유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압축된 채로 운반해야 하고 폭발 시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 


  현재 연료전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소를 추출한다. 이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키면 전기를 발생시키는데 이것으로 연료전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소를 연료전지에 쓰지 않고 그 자체로도 사용해 볼 수 있다. 삼천리는 CNG충전소(압축천연가스충전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망을 통해 수소 충전소도 같이 운영해 보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물론 아직 고압의 수소를 유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삼천리만큼 위험물 취급에 노하우가 있는 곳도 없을 것이다. 

CNG충전소(출처: 삼천리 홈페이지))

 수소연료는 경유와 휘발유처럼 전기차와 같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유통의 어려움과 생산문제로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게 삼천리라고 본다. 기존 유통망을 이용하면 투자와 설치반대 민원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의 생산량은 시장상황에 따라 급할 것 없이 맞춰가면 된다.


 수소도 있고 유통망도 있으니 오히려 현대차보다는 자연스럽다. 내 예상으로는 수소는 승용차보다는 운수/화물 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고 군용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은 방대한 유통망이 필요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CNG충전소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각 가정에 수소 공급을 위해 천연가스 공급망에 수소를 혼입할 계획도 있다고 하는데(출처: https://sabo.samchully.co.kr/202205/special04.php) 이 역시 수소 같은 에너지를 다루는데 도시가스 사업자들이 유리하다고 정부가 본 것이다. 


이 외에도 연료전지 사업을 이용해서 전기버스까지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있다. 전기버스의 경우 대기업이 아니라도 진입이 가능하고 벨류체인에서도 연료생산과 사용을 묶는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진그룹이 정유 계열사를 갖고 있어서 고유가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전기차충전소(출처: 삼천리 홈페이지)

물론 전기버스 시장은 중국의 저가공세로 레드오션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기간교통망인 만큼 각 나라가 무조건 중국산을 도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보조금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된 바가 있다.


 국내에서도 최소 2개 이상의 기업이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최소 2,3개 업체는 적당히 물량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의 전기버스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괜찮다. 다만 본격적인 영업 DNA가 없는 삼천리로서는 다소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전국에 전기버스가 깔릴 것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본다.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하는데 에너지와 관련된 벨류체인 중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외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


전망

삼천리는 전통 있는 에너지 회사로서 안정적인 사업구도 때문에 경영혁신의 필요성은 크게 못 느끼는 편일 것이다. 그러나  사업환경은 늘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대성그룹이 저렇게 쇠락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는가? 경영권 다툼까지 있는데 삼천리는 동업관계라 위험성은 더 높은 편이다. 


 앞으로는 저탄소 성장을 위해 천연가스도 장기적으로는 쇠퇴할 가능성이 큰 산업이다. 삼천리가 석탄사업에서 시작해서 도시가스로 변신해 살아남았듯이 이번에 다시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 다만, 대성의 사례를 참고하여 꿈만 앞세운 무리한 투자보다는 철저히 현사업과 연계성을 따지고 미래성장성을 생각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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