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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an 15. 2024

MZ세대의 소양이 부족한 이유

 MZ세대들의 소양이 부족하다고 말들이 많은데 이것에 대해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과 내가 본 요인은 좀 달라서 이것에 관해 논해보겠다. 하나씩 살펴보자.


 소양부족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있는데 그 박학다식하다는 언론계에서 나온 사건이다. 어떤 기자가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 취재를 갔다가 사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했던 질문이 문제가 되었다. 기자는 최 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과 생전에 어떤 인연이 있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그 자리에서 그냥 웃고 말았지만 아마도 언론계에서는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치욕의 장면이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도 최 회장도 인지도로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기자라는 사람이 사위에게 장인과 어떤 관계냐고 묻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기자는 구멍가게 언론사도 아닌 메이저 언론사 기자였다. 언론에선 취재 기자단의 질문 풀 중에서 골라 질문한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는데 기자가 로봇도 아니고 바보 같은 질문이 있으면 걸러내야지 앵무새처럼 읽기나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 사건은 언론계에서마져 자조가 이어졌는데 관련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출처: 미디어오늘, 2021.10.27,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316).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은 꼭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세대를 막론하고 질적으로 최하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본다. 일반 국민보다 못한 수준이다. 


 얼마 전에 테슬라 로봇이 사람을 공격했다는 뉴스를 보고 한참 웃었다. 공장에서 라인 생산용 기계에 사람이 다친 산업재해를 가지고 마치 인공지능을 장착한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이게 언론인데 도대체 뭘 믿으란 말인가.


 본론으로 돌아와 노 전 대통령 사례와 비슷한 예가 하나 더 있다. 정치권에서 모 인사가 무운을 빈다고 SNS에 올렸다가 한 방송사 기자가 이를 운이 없기를 빈다고 해석한 것이다(출처: 부산일보, 2021.11.02,https://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110213513381501). 언론고시를 보고 입사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해석이었다. 무운은 싸움(전쟁)에서 운을 빈다는 뜻이다. 이런 상식 수준으로 누굴 논평하고 어떻게 사건을 해석하겠다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한자교육이 약해서 그렇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꼭 한자를 알아야 단어를 아는 건 아니다. 상식이 부족한걸 한자 탓으로 떠넘기는 것도 사대주의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오히려 무운을 운이 없다고 해석하는 게 더 어렵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없을 무를 써서 운이 없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기나 한가? 네이버 사전을 찾아봐도 없을 무를 쓴 무운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이건 없는 단어다. 없는 단어까지 만들어가며 해석했다는 얘기는 문해력이나 한자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냥 소양이 부족해서이다. 한 번이라도 무협영화나 대하사극을 봤다면 이런 해석이 나올 수가 없다. 반대로 한자 1급 자격증을 가졌더라도 무협이나 사극을 보지 않고는 해석할 수 없다. 하다못해 인터넷에 찾아만 봤어도 이런 해석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위 두 가지 사례인데 공통점은 둘 다 젊은 기자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물론 나이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주로 저연차 기자가 현장에 나간다는 점에서 MZ세대일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아마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면 그것을 꼭 알아야 하는가? 문자 쓰는 한국 정치문화가 문제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과연 프로로서 최소한의 할 일을 하고 있는가이다. 앞의 사건들은 실제로 기사가 생산되어 나간 것이다. 인턴이나 알바가 아니라 프로가 한 일이라는 것이다. 프로는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할 책임이 있다. 최소한 완벽하진 않아도 기본적인 실수는 없어야 하는 것이다. 명색이 프로축구선수가 규칙을 몰라서 큰 실수를 했다면 이건 단순히 처음이라서 그렇다고 말할 문제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영상세대라서 문자에 약하다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최태원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아는 것과 문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영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정보였다. 물론 책을 보면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꼭 책을 봐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이 원인을 정보를 접하는 방식에서 찾고 싶다. 


  과거에는 정보가 주입식이었다. TV만 하더라도 채널이 2, 3개밖에 안되어서 그냥 나오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9시에는 당연히 뉴스를 봐야 하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하루 한 번은 뉴스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신문도 마찬가지이다. 종이신문을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헤드라인은 읽게 된다. 관심 없어도 대충 돌아가는 건 알게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 신문으로 교육하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엔 정보가 주문식선택식이다. 즉 내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정보도 유입되지 않는다. 우연히 볼 수 있는 것도 다 알고리즘에 의해 미리 나에게 맞춰진 것들 뿐이다. 즉 한쪽에 일단 꽂히면 계속 그 방향으로만 가지 다른 분야는 접촉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 얻는 정보도 주로 짧은 맛보기나 요약본이다. 유튜브에 보면 스포츠, 드라마, 영화들이 모두 요약본으로 나와있다. 몇 시간짜리 콘텐츠를 10분 이내에 다 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100편짜리 시리즈를 30분에 요약하는 콘텐츠도 있다. 

 어떤 영화의 줄거리를 아는 것과 영화를 보고 재미나 감동을 얻는 건 다른 것이다. 단지 줄거리를 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시간을 아끼고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다는 만족감을 얻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콘텐츠에 담겨있는 재미와 감동은 1/10도 맛보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나 스포츠는 주인공이 갈등과 고난을 겪고 앞으로 나가가다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머쥔다. 앞에 고난이 있기에 뒤의 승리가 값지고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이건 인생사의 기본법칙과 맞닿아있다. 기다림과 노력 끝에 얻은 것은 작은 것이라도 행복감을 맛보게 준다. 10분짜리 요약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무협영화 요약본 100편을 봐도 무운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물론 요즘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관심 있는 것만 보기에도 바쁘다. 서점의 책조차 얇고 넓은 지식만 퍼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주문식, 선택식 정보획득에서 무운의 뜻을 노력 없이 알게 될 확률은 해변가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확률과 같다.


 이게 꼭 잘못되었다고 하는 건 아니다. 시대의 변화가 그러니 그 속에서 나름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프로에 걸맞은 직업의식과 실력을 갖추었느냐의 문제이다. 이건 세대와 상관없는 문제이다. 누군가를 인터뷰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 기본지식은 갖추는 게 상식이다. 관심 없는 분야도 직업을 위해서 공부해 두는 건 프로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무운이 그렇게 엄청난 전문지식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기본실력조차 갖추지 않고 대우를 요구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정당한 요구마저도 이런 자세로는 비웃음을 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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