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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an 26. 2024

삼성 가우스, AI에서 옴니아처럼 될 것인가 -2-

3. 온디바이스AI 어느 정도 준비되었나?

삼성은 온디바이스 AI란 점을 강조했는데 나는 삼성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삼성의 생성형 인공지능 독자모델은 가우스란 것인데(이름부터 공대스럽다). 2023년 11월 공개되었다. ChatGPT 3.5가 공개되면서 온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게 2022년 11월이니까 불과 1년 만에 모델을 내놓은 것인데 인공지능의 최정점에 있는 선두주자라고 했던 구글이 2023년 3월에 바드를 출시한 걸 생각하면 불과 8개월 차이밖에 안 난다. 삼성이 구글보다 먼저 준비하고 있었을 리는 없고 구글의 출시 이후 준비를 시작했다면 불과 8개월 만에 내놓은 것인데 이게 제대로 된 모델일까? 실제로 2023년 4월 개발에 들어간다는 기사가 있었다(출처: 조선일보, 2023.11.09,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11/09/A3LJCZPL7RC5FFSL5YXNYW3UJQ/). 


 온디바이스는 아무래도 규모가 작고 파라미터 개수가 적으니까 만들 수는 있었겠지만 철저한 분석을 거쳐 설계를 새롭게 한 근본부터 다른 인공지능 모델이 나왔겠느냐 하는 것이다. 지나친 기우일까?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은 다른 회사에서 뭔가 신박한 게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야근/특근하면서 인력을 갈아 넣어 먼저 출시하는 건데 그런 방식이 이번에도 동원되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 기간이 짧으니까.


 삼성의 개발 책임자가 한 CES 인터뷰 기사를 보면 온디바이스를 위한 압축등 설계부터 다르게 했다고 한다(출처: 서울경제, 2024.01.21, https://www.sedaily.com/NewsView/2D465Q7UT9). 이 인터뷰에서 두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하나는 팀이름이 AI팀이 아니라 언어AI팀이다. AI언어팀도 아니고 언어AI팀? 이것은 탑재된 AI가 그만큼 통번역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되었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이번에 휴대폰에 들어갈 통번역기능만 집중적으로 학습한 AI라는 것이다.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갤럭시 출시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것이고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인공지능 설계보다는 통번역에 맞춰진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기능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는 좋겠지만 설계단계에서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확장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그래서 이번 인공지능 모델이 단기적으로 쓰고 말 모델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마치 옴니아 출시했을때 "우리도 스마트폰 있다"고 외친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 의문점은 가우스를 1/10로 줄여 탑재했다고 하면서 탑재된 인공지능을 갤럭시 AI라고 부르고 있다. 별차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용어는 무척 중요하다. 특히 엔지니어가 쓰는 용어는 그들이 연구소 내부적으로 구별 짓기 위해 쓰고 있는 것이 은연중에 나왔을 수도 있다. 


 무슨 얘기냐면 만약 가우스를 단지 압축만 했으면 가우스라고 그냥 불렀겠지만 여기에 어떤 변조를 가했기 때문에  갤럭시AI로 부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가우스가 부족한 부분을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통해서 해결했다면 이걸 가우스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즉 가우스와 제미나이가 결합되어 있다면 갤럭시AI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갤럭시 S24에서 통화 동시통역보다 더 뛰어난 기능임에도 뒤로 밀린 서클투서치 기능은 손가락으로 사진에 동그라미만 그리면 검색해 주는 기능인데 구글기술이 들어갔다. 아마 구글 기술이라 홍보순위가 뒤로 밀린 것 같은데 이것만 봐도 갤럭시는 구글의 AI기술을 혼용해서 쓰고 있다. 플랫폼에서는 자주 하는 일인데 혹시 제미나이 같은 구글 AI가 밑에 깔려있고 그 위에 가우스가 살짝 얹혀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플랫폼의 기능이 약하면 더 폭넓은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 위에 얹혀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가우스라고 못하고 갤럭시AI라고 하는 것 아닐까?


 개발기간이 짧은 것 외에도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베이스부터 새로 개발하려면 모델연구와 학습등에 많은 돈과 시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삼성이 이걸 8개월 만에 다 했을까?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은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GPU를 입도선매하고 있고 데이터학습을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구매하고 슈퍼컴퓨터로 이를 학습시키고 서버에서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증설하고 있다. 삼성에게 이런 사전과정이 있었는가? 비록 소프트웨어적으로 도움을 줄 삼성 SDS 같은 계열사가 있지만 구글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ChatGPT 메인 화면

 내 추측으로는 삼성은 갤럭시 S24가 출시되는데 필요한 기능만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발표당시 기사로는 우선 사내에서 써보고 활용을 넓혀가겠다고 했는데(출처: 한겨레, 2023.11.08,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115460.html) 뭐 그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그 얘기인즉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이 어떻게 쓰일지 미래의 청사진 없이 설계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일단 만들어놓고 여기저기 써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기사가 있었는데 삼성이 AI기능을 유료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출처: 중앙일보, 2024.01.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3433#home). 삼성은 이 기사에서 2년간은 무료로 제공하고 그 뒤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삼성의 AI기능을 유료화한다고 이걸 돈 내고 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기본내장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그걸 유료화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만약 유료화한다면 ChatGPT처럼 별도의 서비스로 독립한다는 얘기인데 이럴 경우 이미 엄청난 인프라와 데이터, 기술력을 갖춘 구글과 OpenAI에 이길 승산이 별로 없다. 게다가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하는 업체 아닌가. 구글이 좋아할 리가 없다. 휴대폰에서 유료화는 더 말이 안 된다. 그럼 삼성폰을 굳이 살 이유가 없다. 아이폰의 시리가 유료화되면 그건 아이폰의 장점이 아니게 된다. 스스로 삼성폰의 장점을 버리는 게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유료화 얘기가 나오느냐? 내가 보기엔 앞서 내가 추측한 급한 개발이 원인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즉 2년 후 유료화를 통해 구버전의 사용자를 자연스럽게 이탈시키고 신버전의 새로운 AI플랫폼으로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유료화가 되면 사람들은 쓸 이유가 없어지고 이때 만약 삼성이 새로 나올 휴대폰에서 신버전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무료 탑재하면 구버전 사용자들에 대한 유인성이 커진다. 안 그러면 구버전을 계속 지원해줘야 하고 급하게 개발하느라 확장이 불가능한 버전에 대해 사용자 불만은 커지게 된다. 업데이트가 거의 필요 없는 통역기능을 굳이 선택해 인공지능을 붙인 것을 보면 이런 노림수가 있지 않나 추측이 된다. 이것은 2년 후 삼성에서 새로운 AI가 나오는지 보면 알 것이다.


 추정하자면 급한 대로 지금 개발한 AI를 2년간 쓰고 그 후에는 유료화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퇴장시키고 좀 더 확장성을 갖춘 새로운 AI로 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을 S24 출시 일정에 맞추어서 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다. 사실 휴대폰의 출시 일정이 인공지능에 맞춰져야 진짜 제대로 된 인공지능이 나올 텐데 삼성의 수익모델이 인공지능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누구보다 빨리 제품을 내놓는 것은 경쟁력이지만 제발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만큼은 ‘빨리’보다 ‘완벽하게’를 모토로 했으면 좋겠다. 최초의 인공지능폰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도 모른다. 최초의 터치폰이라는 엘지의 프라다폰을 누가 기억하는가? 가전이나 반도체에서 통했던 최초라는 수식어는 소프트웨어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최초가 되고 싶다면 ChatGPT처럼 최초이면서 완벽하면 된다. 둘 다 할 수 없다면 최초보다는 완벽한 것이 먼저이다.


 이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는 식의 개발도상국형 칭찬은 이제 그만하자.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쓸지를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가우스는 이대로 가면 시장성이 많지 않다. ChatGPT는 이미 상업모델로 성공적이고 구글이야 인공지능 선두업체니 걱정이 안 된다. 수익을 낼 서비스도 많이 가지고 있다. 애플 같은 경우 좀 늦긴 했지만 자체 OS를 통해 아이폰, 비전프로 등에서 활용도가 높고 이것을 앱에 개방할 경우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메타나 테슬라도 인공지능으로 자체적인 수익모델이 가능한 기업이다.


 그럼 삼성은 어떤가? 가우스로 어떤 수익모델이 되는가? 일단 삼성은 태생적으로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한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가우스의 입지가 좁다. 삼성 입장에선 가우스에 투자해 봐야 규모의 경제가 안 나온다. 왜냐하면 삼성은 하드웨어 개발에 이미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여기서 추가로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은 원래 하던 대로 인공지능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다. 

 삼성이 풍부한 자금력에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 건 인풋대비 아웃풋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당장 가우스를 독립적으로 웹을 통해 서비스하기엔 ChatGPT에 비해 나을 게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형 강자들도 대기 중이다. 가우스는 오로지 갤럭시를 위한 모델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조차도 구글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이렇다면 가우스를 설계할 때부터 차별화된 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별로 안 보인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가우스는 이미지, 텍스트, 코딩의 세분야로 나눠서 모델을 공개했는데 이걸 삼성이 다이렉트로 서비스할 수단이 없고 갤럭시를 거쳐서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ChatGPT(텍스트), Dall-E(이미지) 대신 가우스를 쓸 유인책이 있는가? 서비스에는 코딩 기능도 포함되어 있는데 삼성이 개발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노력해오고 있는 건 알지만 잘 안 되는 이유가 OS가 남의 것이고 개발툴, 개발언어도 남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삼성 개발자 네트워크로 들어오겠나? 이미 익숙하게 쓰고 있는 툴이 있는데 굳이 삼성 것을 쓸 이유가 없다. 내부용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 외부 개발자에겐 어떤 이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온디바이스 AI로 승부를 보기엔 다른 서비스들도 차차 온디바이스로 전환이 될 것이라 차별점이 안 보인다. 애플은 패럿이라는 AI모델을 내놓으며 온디바이스에 맞게 적은 양의 메모리로 대형언어모델을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을 논문으로 발표했고 설계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출처: 디지털데일리, 2023.12.26,https://m.ddaily.co.kr/page/view/2023122616035887676). 혁신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우리가 여기서 봐야 할 것은 온디바이스를 위해 설계부터 개념을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테슬라의 OTA가 아직도 독보적인 것은 테슬라는 애초에 OTA를 염두에 두고 OS를 개발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업데이트와 재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파를 통해 업데이트되는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에 차량 설계도 그에 맞게 되어있다. 다른 회사들이 갑자기 OTA를 하려고 해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른 업체들은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데 100원 원가도 아끼려는 판에 OS를 다시 개발하는 업체가 몇이나 되겠는가?


이것은 빨리빨리만 강조하는 한국적 기업문화에겐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가 늘 뒤따라가기만 하고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이니 뭐니 해서 소프트웨어를 점점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이번 발표에 열광하는 언론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통화통역이 얼마나 쓰일지 실망스러웠다. 쓰지도 않는 통화 중 통역기능이 아니라 빅스비를 대체한다든가 모든 UI를 없애고 오로지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든가 이 정도는 되어야 인공지능 혁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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