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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an 26. 2024

삼성 가우스, AI에서 옴니아처럼 될 것인가 -1-

 삼성의 갤럭시 S24가 발표되었고 최초의 AI휴대폰이라며 대대적인 행사가 열렸다. 언론들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읊기에 바쁘고 차가운 분석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은 삼성의 AI 전략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일단 이번 갤럭시 S24가 최초의 AI탑재 휴대폰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아이폰의 시리도 인공지능이다. 그 외에도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 등도 모두 인공지능에 해당된다. 이것 하나도 짚어내지 못하는 언론에게 뭘 기대하겠나? 굳이 타이틀을 붙이자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휴대폰에 기본 장착한 최초의 휴대폰이라는 건데 이것도 이미 2023년 10월 구글이 출시한 픽셀 휴대폰에서 인공지능을 기본 장착해 나왔기 때문에 최초라고 하기 어렵다. 도대체 기자들은 무얼 보고 무얼 듣는 것일까? 신문기사만 보고 있다간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아무튼 삼성은 늘 그래 왔듯이 최초 타이틀을 따내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이번엔 AI열풍에 맞춰 AI휴대폰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걸 가지고 거의 혁명이라는 수준의 찬사들이 오갔는데 실제 그런지 한번 보자.


 이번 삼성 휴대폰의 인공지능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1. 통화 중 동시통역 기능, 실용성이 있나?

통화 중 동시통역되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사람들은 신기해했는데 나는 실용성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일단 통화 중 동시통역기능을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많이 쓸 것 같아도 막상 생각해 보면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업무적으로라면 몰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인과 통화할 일은 거의 없다. 언론에서는 자꾸 식당 예약하는 시연을 보여주는데 일반 사람들이 외국에 여행 가서 식당 가는데 전화로 예약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미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앱이 나와있다. 


 사용 빈도수로 따지면 통화 통역보다 텍스트 번역이 많을 것이고 그다음이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통역해 주는 경우 일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가장 안 쓰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텍스트 번역과 즉석 통역도 이번에 들어갔는데 왜 이걸 맨 앞에 내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추정컨대 아마도 다른 건 앱으로 나와서 흔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고 통화통역은 나와있긴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기자들 수준이라면 얼마든 이걸 처음인양 환호해 줄게 뻔하기 때문이다. 


 통화 중 통역 기능을 굳이 쓴다면 업무적, 공적으로 쓸 일이 있을 텐데 그때도 이 기능을 쓰기가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말 한마디, 뉘앙스 하나 잘못 써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당신 같으면 인공지능을 믿고 통역을 맡기겠는가? 번역은 그나마 인공지능이 번역한걸 한번 검토하고 보낼 수 있지만 통화는 실시간이다. 이 통역기의 성능이 어느 정도 인지 모르지만 지금 나와있는 인공지능 통역기들의 성능이 100% 신뢰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은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물며 번역보다 더 힘든 통역을 인공지능에 맡긴다? 내가 해외 바이어와 거래한다면 난 쓰지 않을 것 같다.

 월요일 약속을 했는데 일요일로 잘못 통역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작은 실수로 인해 벌어지는 결과는 너무도 클 수 있다. 유럽에서 정말 예약하기 힘든 식당에 예약을 했는데 21일을 22일로 예약하면 어떻게 될까? 메뉴를 잘못 통역하면? 시간을 잘못 통역하면?


 즉석 통역은 앞에서 바로바로 확인하니까 문제가 없지만 전화로 나가버리면 알 수가 없다. 영어는 그나마 글을 읽을 수 있으니 그렇지만 글을 모르는 언어는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사적 통화는 치명적인 내용이 없고 전문적인 단어가 포함되지 않으니 위험성이 덜하지만 업무용은 다르다. 게다가 텍스트를 보고 하는 번역과 달리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 통역은 사람들의 발음에도 문제가 있고 주변 소음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통화상 주어도 생략될 수 있고 은어, 유행어, 생략어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게 다 번역이 될까? 


 사적인 내용은 통화통역을 쓸 일이 거의 없고 공적인 내용은 인공지능 통역을 믿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란 얘기이다. 애초에 사업상 의사소통은 보통 서면이나 메일등 텍스트로 한다. 그래야 의미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시차등의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통화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누군가 나한테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면 나는 반대했을 것이다. 기왕 인공지능을 넣을 것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쓸 기능에 넣자고 했을 것이다. 그런 기능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붙이자고 했을 것이다. 


 왜 이런 문제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생각했지만 위에서 불도저로 밀어붙인 걸까? 생성형 인공지능을 가져다가 휴대폰에 기본 탑재했는데 겨우 통역기능이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것은 통화를 단순히 메시지 전달로만 보는 지극히 엔지니어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문제점을 들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2. 커뮤니케이션은 언어만 전달되면 되는 게 아니다. 

 통화통역 기능을 넣으며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고 생각되는 게 통화를 그저 번역 후 소리로 전달하는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좀 더 검토했다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으로 기능을 확장시켰을 것이다. 


 통화는 커뮤니케이션인데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적인 부분보다 비언어적인 부분이 더 크다. 캘리포니아 대학 알버트 메버리언 교수에 따르면 메시지 전달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 목소리-억양-어조가 38%, 비언어적 태도가 55%라고 한다. 삼성은 이 7%에 집중하고 나머지 93을 버린 것이다. 같은 인공지능을 쓰더라도 나 같으면 사용자의 표정이나 입술을 언어에 맞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자의 목소리와 어조를 그대로 가져와서 통역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래야 인공지능을 쓰는 의미가 있고 혁신이라는 말이 나오지 단순 통역은 이미 나와있는 기능일 뿐 이것을 기본장착한다고 해서 다른 게 아니다.


 어떤 기능을 넣고자 한다면 그냥 기능을 넣는데 의미를 두지 말고 이걸 어떻게 활용할 건지 인공지능을 쓰면 뭐가 더 좋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삼성은 기능에만 집중하는 실수를 계속해오고 있는데 여기서 애플과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애플의 감성이라는 건 마케팅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능 그 자체가 아닌, 사용자에게 어떻게 쓰일지를 고민한 결과이다. 


 보통 회사 안에는 이런 것만 연구하는 부서도 있는데 일정에 쫓기다 보면 무시되기 일쑤이다. 다음 출시될 때까지 무조건 개발하라고 하면 날밤 새느라 이런 폭넓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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