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SG라는 것이 전 세계 경영계에 퍼지면서 거의 법적, 제도적 장치로 까지 파고들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 전반에 유행하고 있는 환경주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주의의 힘을 받아 성립되다 보니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활동에 제약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ESG에 반대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먼저 ESG의 정의를 보면 ESG는 Envi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를 말한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요소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것을 평가해 여기에 맞는 회사에만 투자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여기에는 ESG를 만족하는 기업이 소비자 충성도를 키우고 이를 통해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ESG의 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다.
환경(기후변화, 환경정책, 물공급, 지속가능한 운송수단, 폐기물관리, )
사회(소비자 권리, 공급망 권리, 건강과 안전, 제품 안전성, 노조/노동관계, 커뮤니티/이해당사자 관계)
지배구조(기업: 이사회 구조, 주주권리, 회계/감사, 비즈니스 윤리…, 펀드:지배구조, 자문위원회 등)
(출처: 펀더멘탈 주식 밸류에이션 시, 투자자들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 통합 방법, 2013, PRI발간)
ESG의 요소들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많은 요소가 도덕적/윤리적 차원의 요소라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보면 누구나 좋아할 요소들만 넣어놨다. 평가항목이란 것도 언급하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윤리적인 부분을 평가요소로 넣다 보니 관점에 따라 다른 요소를 추가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자세한 건 뒤에서 말하고 일단 역사를 보면 ESG의 역사는 소개하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80년대부터 시작이라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90년대 심지어 2000년대부터 시작이라는 곳도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ESG가 어떤 중심이 되는 단체가 있고 단일한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기업에게 윤리적으로 강조되는 것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중심이 되는 단체는 UN의 지원을 받는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책임투자를 위한 원칙)이라는 곳이다. 2006년에 UN에서 PRI원칙으로 ESG를 활용한다는 것을 발표한 후 ESG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세계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ESG를 투자기준으로 선언하면서부터이다(출처: KDI, 2021.07, https://eiec.kdi.re.kr/material/pageoneView.do?idx=1474). 이때부터 너도 나도 ESG를 외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등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환경과 도덕적인 면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도 한 원인이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ESG가 정말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데이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어느 곳에서도 명확한 통계자료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ESG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ESG경영->고객충성도 증가->투자확대->기업성장/가치상승->ESG 재투자(출처: 엘지전자, 2021.02.08,https://live.lge.co.kr/why-esg-01/)로 선순환된다고 말하는데 언듯 보면 누구나 수긍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다 좋은 얘기니까. 마다할 사람이 없다. 아주 도덕적 기업이 있다->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준다->고객이 기업을 선택한다->매출이 늘어난다. 이런 아주 1차원적인 흐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을 이어 붙인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느 기준 이상으로 도덕적이 되기 위해서 기업은 이윤보다 비용을 선택해야 하고 심지어 미래 성장성을 깎아야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여기에 비효율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도덕성이 반드시 매출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미 법을 준수하는 두 기업 중 도덕성 높은 기업이 반드시 우위에 선다는 어떤 데이터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어느 정도 선에서 끝났을 것들이 ESG라는 명분 아래 비이성적 수준까지 강조되면서 기업을 오히려 후퇴시킬 수도 있어서 문제다. ESG가 실제 기업성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없이 막연히 좋은 일을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단정하고 심지어 강제로 이런 환경을 조성해 마치 ESG때문에 그런 성과가 난 것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나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투자 시 ESG 평가를 고민한다고 하는데 ESG를 반영한 기업의 물건만 사준다고 하면 당연히 ESG기업들이 실적이 좋게 나올 것이다. 이게 과연 ESG를 해서 좋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애초에 ESG가 그렇게 좋은 것이고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평가에 반영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스스로 하지 않겠는가?
마치 아침 7시에 출근하는 직원들만 승진시키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승진한 결과를 가지고 아침에 일찍 출근할수록 승진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강제성이 들어간다는 자체가 기업들의 실제 경영성과와 거리가 있고 오히려 역관계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ESG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라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내놓은 여론조사가 있는데 ESG기업 구매영향과 추가구매 의향을 물은 것이다(출처: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2021.5.30.).
ESG가 제품구매에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63%나 나왔는데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이것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게 나을까요. 그냥 지나가는 게 나을까요” 묻는 것과 같다. 나는 이런 도덕적인 여론조사는 안 했으면 좋겠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성과 여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긴 하다. 이것은 기업 철학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부분 서구기업들이 패닉처럼 공장을 포기하고 떠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업의 비전은 조금씩 달라도 그 안에 깔려있는 공통적인 원칙은 인류의 발전과 행복이다. 인류의 파멸을 위해 기업을 하는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그런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가 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이것은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점을 찾아서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이상향에 닿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기업은 고사하거나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ESG의 평가요소는 기업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당위성보다는 그냥 도덕적으로 좋은 것들이 많다. 그래서 PC의 확장판이라고 하는 것이다. ESG라는 것도 점점 확장되어 이제는 성평등/다양성을 포함해 기업윤리, 공정경쟁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법적으로 당연히 보장되는 내용들인데 그걸 평가를 통해 더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마치 톱스타가 착한 이미지까지 가져야 하는 것과 비슷한데 자기 일을 잘하면서 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착하다고 해서 인기가 생기는 건 아니다. 가수면 노래를 잘해야 하고 축수선수면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성장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그 목적을 먼저 달성해야 한다. 합법적인 것을 넘어 도덕적이기까지 바라는 것은 그랬으면 좋은 것이지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야지만 좋은 기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품질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많이 파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고 사회적으로 선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상은 순전히 판단의 문제이다.
우리가 착한 식당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은 재료를 쓰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파는데 맛까지 좋으니 착한 식당이지 맛이 없이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그것은 착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식당에게 기대하는 착함이란 일단 맛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게 먼저지 착하기 위해 그걸 희생하고 다른 곳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미 충분히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착한 수준까지는 아니라서 그 기업을 나쁘다고 할 것인가? 정말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았는데 단지 그 기업의 직원 중에 동성애자가 적어서, 인종이 다양하지 않아서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사람이 있던가? 그게 선택기준에 들어오는 게 맞기나 한가?
거버넌스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지배구조를 말해야지 여기에 공정성이나 뇌물까지 말하면 안 된다. 합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기본조건이다. 물론 이 항목을 재무제표상으로 평가하는 기준은 없지만 ESG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른 수단으로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PRI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을 보면 기업의 부패와 뇌물을 실질적으로 줄이도록 명시한다고 되어있고 OECD는 사업 무결성 개선에 들어간 돈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본다고 한다(출처: https://www.unpri.org/sustainability-issues/environmental-social-and-governance-issues/governance-issues/anti-corruption).
그런데 일부러 부패를 만드는 기업은 없을 것이고 형식상 아무리 좋은 장치가 있어도 부패는 일어난다. 전에 분석했던 우리은행,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에서 보면 알지 않는가? 회계감사가 있고 회사 내부의 감사, 검사 시스템이 다 있다. 이렇게 겉으로 보는 시스템이 다 있어도 그 안의 사람들이 안 해버리면 그만이다. 엄청난 규모의 부패사건은 보이는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안 보이는 시스템 즉 개인이나 리더의 윤리관과 국가적/경영적 환경이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이것을 통제할 수 있을까?
물론 이미 발생한 부패사건을 가지고 점수를 깎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발생해 버린 사건 뒤에 점수평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정말 청백한 기업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업이 더 성장하고 높은 실적을 낸다는 어떤 근거가 있는가? 스타벅스를 생각해 보자. 종이빨대를 쓰지 않을 때에 비해 쓸 때 기업의 어떤 가치가 늘어났나? ESG포인트는 많이 받았겠지만 가치는 늘어난 게 없다.
실적이 늘어났나? 종이빨대 때문에 스타벅스를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커피를 좀 줄이는 게 더 좋지 않나? 커피 생산에 들어가는 농약과 비료, 운반/가공에 들어가는 화석연료는 어떤가? 둘이 상충되는 건 상관없나?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근본적은 것을 놔둔 채 오로지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환경문제만 보고 평가하겠다는 게 더 웃긴 것이다.
ESG를 통해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진다면서 왜 그런 게 보이지 않는 걸까? 물론 도덕적으로 수준이 낮은 기업이 오래가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 주장은 기업이 법을 만족한다는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다. 기업이 법을 넘는 수준까지 도덕적이기 바라는 건 그랬으면 좋은 것이지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성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감성의 영역이다. 감성은 평가에 들어갈만한 요소는 아니다.
기업은 열심히 혁신하고 좋은 제품 만들어 팔고 많은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물론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도덕적인 것을 자꾸 요구하면 비효율과 비혁신 심지어 비이성으로 가게 된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