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환경 이야기를 해볼 텐데 환경에 대해 그동안 알았던 통념이 아닌,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환경은 단순히 환경만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정치, 경제, 이념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걸 모르고 단순히 어떤 구호에만 의미를 둘 경우 실체를 놓칠 수가 있다. 이번 영상을 다 보고 논리적으로 맞는지 틀린 지 판단해 보면 될 것이다.
최근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ESG가 필수처럼 여겨지고 재생 에너지가 아니면 미래가 없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이런 논의의 중심은 서구 유럽 쪽인데 예전부터 환경적인 문제에 가장 앞장서서 운동을 해왔고 정부 차원에서도 배출 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5, 유로-6 등을 내놓기도 했다. 유럽에서 이렇게 환경 문제가 부각된 것은 가장 먼저 산업화가 진행된 곳이기도 하고 대통령제 아래 거대 양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미국과 달리 소수 정당도 얼마든지 성장하여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내각제를 많이 하는 유럽의 분위기가 한층 작용했다.
이런 토양 아래서는 환경 단체들도 쉽게 권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이것은 전반적인 환경단체의 영향력을 키웠고 국가를 초월해 그린피스 같은 거대 집단을 만들기도 했다. 환경과 극단 주의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의외로 궁합이 잘 맞는다. 더 급진적이어야 순수성을 인정받는 사회 운동의 특성상 무조건 쓰지 말거나 없애자는 식의 환경 운동이 빈번했다.
길에다 접착제로 몸을 붙이는 퍼포먼스나 유명 화가가 그린 작품에 페인트를 뿌리는 그런 시위도 종종 벌어진다. 그런 것들도 모두 이런 뿌리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유럽의 이런 배경에서 강력한 환경 규제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국제기구에도 다수결로 많이 통과된다. 환경 규제는 최근에는 ESG라는 도구를 타고 전 세계로 번져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간섭하고 있으며 여기에 RE100이라는 것도 등장해 그물망 같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나는 RE100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증을 받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RE100의 본래 의미인 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불가능하다. 왜인지는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RE100이 많은 우회 경로를 허용하는 것만 봐도 사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탄소 중립이 아니라 단지 기업 규제를 통한 환경 어젠다의 확대 그리고 그것을 통한 환경론자, 환경 단체들의 영향력 확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착한 일을 하니까 믿고 응원해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선악을 떠나서 오로지 데이터와 논리에 기초하여 정말 그들의 말이 맞는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만 보겠다
1. 배경 지식
우선 RE100의 개념을 간략히 알아보겠다. RE100은 영국에 있는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 기후그룹)이라는 곳에서 2014년 제시한 개념인데 이 회사에 대해 먼저 알아보면 이곳은 2003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런던에 본사, 세계 5곳에 사무실을 두고 창립되었다.
지금은 세계 175개 시장에서 500개 이상의 기업과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Under2Coalition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여 각국 정부와 협력체를 운영하고 있다. 기후그룹이 홈페이지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구 표면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내에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는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활동 자금 구조를 보니 자체 재단에서 45%, 정부에서 25%, 기업에서 27%를 낸다고 한다.
기후그룹의 주요 사업 영역을 보면 에너지, 수송, 건축 환경, 산업, 식품 등이 있다. 각 분야별로 RE100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분야를 보면 RE100이 나와있는데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100% Renewable Energy의 약자로 많이 알고 있는데 주관 기관인 기후 그룹도 그렇고 그린피스에서도 모두 100% Renewable Electricity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브리핑에서 조차 잘못 설명하고 있으니 홈페이지 한번 제대로 들어가서 보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용어를 정확하게 아는 건 개념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리백’이라고 읽는 사람도 많은데 RE100 대표 홈페이지(there100.org)에서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 ‘리’가 아니라 ‘알이’이다
즉 RE100이 공식적인 명칭이다. 명칭이라도 정확하게 알고 있자. 나 역시 환경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든 것은 기초부터 자료 조사를 해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단체에서는 RE100과 유사한 여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몇 가지 소개해보면 우선 EP100이라는 것도 하는데 에너지 효율성(Energy Efficiency)을 개선하는 캠페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EV100이라고 해서 전기차(Electric Vehicle) 전환을 촉진하는 운동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루트제로(RouteZero, 제로 배기가스 배출), 콘크리트제로(무탄소 콘크리트만 사용하자는 것), 스틸제로(무탄소 철강만 쓰자는 것) 등을 하고 있다.
2. RE100
오늘 주제는 RE100이니까 여기에 집중해 보겠다. RE100의 전용 홈페이지는 따로 있는데(RE100.org) 이곳에 가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가 있다. RE100은 기후 그룹 외에도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와 협력 하에 설립되었는데 이 단체 역시 환경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촉진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다수의 기업들이 기후에 관한 정보를 이곳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RE100의 목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재생 가능한 전기로만 100%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이다. 홈페이지에서 제시하는 목표 시한은 2040년이다. 이상한 건 기후 그룹의 홈페이지에는 205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데서 하는 운동인데 목표가 왜 다르게 표기되어 있을까? 단순한 오류일까? 더 재밌는 건 그린피스에서는 RE100을 소개하면서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회원사로 가입한 기업들마다 자신들에 맞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데 2050년은 최소 조건이고 회원사들의 평균이 2030년이라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보니 대표적인 기업들을 소개해놓았는데 한국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올라와 있었다. 놀랍게도 2025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상당히 앞서 나가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RE100 열풍 때문에 기업들이 일단 가입부터 하고 뒤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실제로 달성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2023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기업도 있는데 라쿠텐이라는 일본 IT 대기업이다. 이 회사는 금융, 통신, 이커머스등을 하고 있는데 제조업이 아니라 비교적 RE100이 쉬운 업종이다. 라쿠텐은 원래 2019년에 RE100에 가입하면서 2025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2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고 자회사를 비롯한 모든 그룹사를 통합해 2023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했다(출처: 라쿠텐투데이, 2023.04.14, https://rakuten.today/blog/sustainability-koyuru-ohashi-on-rakuten-ambitious-2023-carbon-neutrality-goal.html).
2023년이 2개월 지난 지금 과연 라쿠텐의 RE100이 달성되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마 달성했으면 발표를 했을 텐데 20% 정도 남은 자회사 목표량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어떤가 살펴보니 전력을 따로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출처: CNSnews, 2023.09.20, http://www.cncnews.co.kr/mobile/article.html?no=8661). 아예 재생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자체 전력 발전을 통해 RE100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RE100은 서류상으로 100% 재생 전기를 쓴다는 것이지 실시간으로 100%를 달성하라는 게 아니다. 즉 재생 전기 사용권을 사도 되고 지금 생산한 걸 나중에 써도 된다. 심지어 재생 에너지 발전소에 투자한 지분까지 인정해 준다. 앞서 말한 라쿠텐에서 자사의 목표만 먼저 달성했듯이 아모레퍼시픽도 자사의 목표치를 일찌감치 달성하고 자회사나 외주 회사 등은 뒤로 미룰 수도 있다.
하청이 많은 국내 기업환경상 이런 점은 유리한 면도 없지 않다. 2차 전지 소재와 반도체 기반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지고 있는 SKC는 2040년까지 목표를 잡고 있다. 그 외에는 2030년까지 목표로 잡고 있는 기업이 많은데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1년 뒤도 내다보기 힘든 요즘 10년 뒤의 목표를 제시한다는 건 선언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내세울 건 못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누군가 탄소 수치를 계속 들여다보고 10년 뒤에 확인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10년 뒤에 RE100 아니라 UN도 남아있을지 알 수가 없다. ChatGPT가 나오면서 불과 1년 만에 세상이 경천동지 할 만큼 바뀌고 있다. 배우와 카메라도 없이 영화 장면을 만들 수 있고 인공지능이 전화 상담을 대신하는 시대다. 10년 뒤의 목표는 의미가 없다.
그냥 동참했다고 선언하고 뒤로 미뤄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RE100이 왜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는 가에 대해 살펴볼 텐데 나는 3가지 측면에서 질문을 던져 보고자 한다.
(1) 탄소 배출로 인해 환경이 나빠진다는 근거는?
(2) 탄소 배출을 줄이면 환경이 복구된다는 근거는?
(3) 달성 가능한 목표이긴 한가?
이 세 가지 질문 중에 하나라도 답을 못한다면 RE100은 판타지가 되는 것이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