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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17. 2024

RE100이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 -2-

(1) 탄소 배출로 인해 환경이 나빠진다는 근거는?

RE100이 전기를 재생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이유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이유는 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주장의 기초는 유엔 쪽에서 나온 것인데 유엔의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에서 함께 설립한 조직인 IPCC라는 조직에 의해서이다. 이 단체는 정부 간 협의체로 기후변화에 대한 유엔 기본 협약을 실행함에 있어서 성과를 보고하는 조직이다. 

IPCC 홈페이지

 참고로 기후변화에 대한 유엔협약(UNFCCC)은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국가 간 협약으로 1992년 5월 채택되었다. IPCC에서는 6년에 한 번씩 이행 점검을 하고 보고서를 발행하는데 이것이 환경 분야의 과학적 근거로 사용되고 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최신 자료인 IPCC 6차 보고서 기반 2023 종합 보고서에서는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3%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PCC 2023 종합보고서

 왜 하필 1.5℃로 해야 하는지 근거를 찾아보니 5차, 6차 보고서에 그 내용이 있었다. 보고서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2006 ~ 2015년 10년 동안 관측된 평균 지구표면 온도는 1850 ~ 1900년에 관측된 것보다 0.87도 상승하였다.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 효과는 20% 오차로 이것과 일치함.

2.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로 인해 10년마다 0.2℃씩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있음.

3. 육지에서는 북극보다 2, 3배 더 강한 온난화 효과가 발생하고 있음.

4. 기후/기상 이변의 강도와 빈도 추세는 지구 온난화가 약 0.5도 상승한 기간에 발생하였음

5. 산업화 이전부터 계속되어 온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 시스템에 해수면 상승이나 관련된 충격 같은 장기적 변화를 초래할 것임.

6. 1.5℃ 상승 시 기후변화의 위험은 현재보다 높지만 2℃ 상승하는 것보다는 낮음.

7. 지금 IPCC에서 제시하는 시나리오대로 탄소를 절감하면 2050년에는 탄소 제로를 달성하고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할 확률이 높아짐.


과학적인 얘기를 번역까지 하니까 더 어려운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이렇다. 0.5℃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때 급격한 이상기후가 찾아왔다. 이때 해수면 상승이나 관련된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표면 온도는 1.09℃ 상승하였다. 1.5℃가 상승하면 이상기후가 올 가능성이 크고 2℃ 상승하면 확률이 더 커진다. 1.5℃ 내로 유지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탄소를 절감하면 2050년에는 탄소 배출이 제로가 되고 지구 표면 온도는 1.5가 넘기는 하지만 상승이 멈추고 하락하기 시작해 2100년에는 1.5℃에 수렴하게 된다. 요 얘기를 이렇게 복잡하게 한 것이다. 몇 가지 논리적인 의문점이 보이긴 하는데 여러분도 같은 의문을 가질지 모르니까 해소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일단 인위적인 온난화를 자연적 온난화와 어떻게 구분해서 예측했느냐는 것이다. BBC에서 관련된 보도를 한 적이 있다(출처: BBC, 2021.10.26,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9039937). 여기에 따르면 나이테와 극지방의 얼음에는 대기의 화학적 변화가 기록된다고 한다.

이것을 조사해 보니 화석 공급원에서 나온 탄소가 1850년 이후 급증했다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가 급진전되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지난 80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300ppm이상 상승한 적이 없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420ppm이나 상승되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런 인위적인 요소를 제거해 보았더니 지구온난화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조금 냉각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혹시 지구 온난화의 수천 년 사이클과 이번 사이클이 겹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우연히 이산화탄소의 배출 증가와 지구 표면 온도의 상승이 같은 시기 일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같은 보도에서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에 동의하고 있고 유엔 보고서가 이를 입증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반대하는 과학자들도 있고 그들만의 논리도 있지만 환경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판단할 능력은 없고 지구온난화를 지지하는 과학자가 다수설이므로 그쪽으로 인정하고 넘어가겠다.


(2) 탄소 배출을 줄이면 환경이 복구된다는 근거는?

이것은 IPCC에서 제시한 보고서에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와있다. 이 역시 과학적 결과임으로 인정하고 넘어가겠다.


(3) 달성 가능한 목표이긴 한가?

이번 글의 주제이기도 한데 RE100이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인가를 알아보겠다. 원래 IPCC보고서는 원자력까지 포함해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RE100에서는 원전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RE100의 기술 기준 문서를 보면 여기서 인정하는 재생 에너지 자원은 다음과 같다. 바람, 태양광, 지열, 바이오 매스(바이오 가스등), 수력 발전 등이 있다. 

RE100이 인정하는 재생에너지

 수소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유는 수소를 에너지가 아닌 에너지 운반체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다만 수소 제조에 사용되는 자원이 재생 가능한 경우에는 인정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그린 수소의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바닷물에서 수소를 추출하거나 하는 경우엔 인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생(Renewable)이란 의미를 다시 새겨봐야 하는데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자연적으로 채워지는 지속 가능한 자원을 말한다. 바람, 태양, 지열 모두 자연적으로 채워진다. 수력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저장(ESS)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발전한 경우에만 인정한다. 원전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가 없고 인정하지 않는다. 


 RE100이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 이유는 뭘까? 일단 환경 단체와 원전은 앙숙이나 마찬가지다. 그게 무탄소건 뭐건 허락할 리가 없다. 수소의 경우는 그린 수소만 인정한다는데 그린 수소는 효율이 낮아서 아직 갈길이 멀다. 이렇게 까다로운 대신 RE100은 다양한 방법으로 회피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환경 단체들의 진정한 목표가 환경인지 환경론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인지 의심하게 된다. RE100을 인정받는 방법은 총 5가지이다(참고: 전기저널, 2023.11.15, http://www.keaj.kr/news/articleView.html?idxno=5206). 자체 생산 재생 에너지, 전력망에서 구매한 재생 에너지 전력, 재생 에너지 크레디트, 재생 에너지 사업에 참여한 지분,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로 사용한 양.


 한마디로 재생 에너지를 쓰지 않을 거면 돈으로 때우라는 것이다. 실제로 RE100을 달성했다는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우회 경로를 택하고 있다. 애초에 RE100의 목표가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면 이런 우회 경로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목적이 좋다고 그들의 의도까지 좋은 건 아니다. 항상 이런 것은 철저히 백지상태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사례를 하나 보면 구글은 이미 2017년에 RE100을 달성했다. 당연히 우회 경로를 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이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구매 기업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2018년 돌연 24/7 CFE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이것은 24/7 Carbon Free Energy으로 24시간 1주일 무탄소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우회 경로가 없고 실제 무탄소 전력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수소나 원자력 등도 모두 포함된다. 


 구글은 왜 RE100을 달성했음에도 이것을 들고 나왔을까? 내부적인 문제니까 외부에서 알 순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7년 RE100을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이때는 구글이 검색 중심의 온라인 업체였을 때였다. 우회 경로를 통해 어느 정도 달성을 할 수 있었지만 인공지능이 본격 개화하고 더 많은 컴퓨팅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앞으로 초대규모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 칩 생산 등 무지막지한 전력이 사용될 미래에 이대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게 확연히 예측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탄소라는 명분도 얻고 원자력 같은 쉬운 에너지 자원도 확보하는 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영악하다고 볼 수 있다. UN도 같이 참여하고 있어서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인데 아직은 중심적인 단체가 없고 세부 규약이나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단체 만들고 인증받고 이런 것은 환경 단체가 전문이지 구글이 전문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걸 RE100과 대응시켜 CF100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CF100 연합이라는 것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CF100이 RE100보다 더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하는데 언뜻 규칙만 보면 실질적인 무탄소로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2022년 통계를 보면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을 합하면 거의 전체 전략 생산량의 40% 정도 된다. 전체 전력 수요에서 산업용 전력 수요는 54% 정도 되니 즉 14% 정도만 더 무탄소 에너지로 채우면 된다는 얘기이다(출처: 세계일보, 2023.02.12, https://www.sedaily.com/NewsView/29LQ1BR6UF).


 이것을 신재생으로 할지 원자력으로 할지는 선택하면 된다. 반면 이것을 RE100으로 달성하려면 현재 우리나라 재생 에너지 비중이 8.9%인데 54%까지 늘리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도 무척 걸릴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달성하더라도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왜냐하면 재생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이지가 않고 지역별, 시간별로 매우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산과 운반, 저장 효율성도 낮아서 석유처럼 한 나라에서 펑펑 쏟아져서 다른 곳에 팔 수 있지도 않다. 거기다 가격까지 높아 모든 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는 해소될 수 있지만 지역차는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이 매우 비효율적이다. 텍사스 같은 사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마에, 태풍에, 겨울 폭설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몇 가지 데이터를 들어보면, 일단 KBS의 보도에서 5개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160여 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발전 시간을 분석해 보니 풍력은 9.1시간 태양광은 3.2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출처: KBS, 2021.08.0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249892). 전제 발전량도 같은 용량의 원전에 비해 1/4 수준이라고 한다. 

공공데이터 포탈의 남부발전 데이터

 공공 데이터 포털에는 한국남부발전의 태양광 발전 시간 데이터가 올라와 있는데 2022년부터 2023년 6월 19일까지 전국 11곳 평균을 내보니 3.10시간이 나왔다. 많은 곳은 4.2시간 적은 곳은 2.8시간 정도가 나왔다.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의 논문을 보면 각국의 태양광 전력에 대한 조사 결과가 있는데 로우 데이터를 직접 볼 수 있다(Geophysical constraintson the reliability of solar and wind power worldwide).


 여기서도 우리나라는 안정성면에서 제일 낮은 등급을 기록했다. 구글은 들쭉 날쭉한 재생 전기만을 가지고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RE100을 달성하고도 추가적으로 24/7 CFE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바로 RE100의 민낯이 보이는 것이다. RE100은 우회 경로가 아니고서는 달성하기 어렵고 이것만으로는 탄소 중립에 이르기 어렵다. 우회 경로를 쓰더라도 언젠가는 탄소 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결국 돈 많은 회사들이 크레디트를 사서 장부상 달성할 수는 있지만 어느 한쪽에서는 계속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RE100을 달성했다고 하니 재생 에너지 100% 사용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언론이 많은데 한심한 기사다. 


 후진국이나 중소기업에 오염 공장을 몰아놓고 RE100 달성이라고 외치는 것이나 같다. 후진국은 어차피 RE100을 달성할 기업도, 돈도, 산업도, 기술도 없다. 이런 이중화된 구조가 발생하는 것도 RE100이 

달성할 수 없는 목표치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2050년까지 원전 없이 재생 에너지만으로 현재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하다면 왜 우회 경로를 제공하는가? 자신들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환경 어젠다를 던져놓고 환경이라는 주제로 정치 경제의 이니셔티브를 환경주의자들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걸 정치나 이념과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지금도 정확하게 좌우로 나눠져서 환경론에 찬반이 엇갈린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떤 것이 진실인지이다. RE100은 달성 가능한가? 우회 경로든 뭐든 달성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면으로 보나 이대로는 달성할 수 없고 서류상 달성하더라도 다른 문제들이 생긴다.


3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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