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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17. 2024

RE100이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 -3-

3. RE100은 달성 가능한가? 

우회 경로든 뭐든 달성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면으로 보나 이대로는 달성할 수 없고 서류상 달성하더라도 다른 문제들이 생긴다. 구글이 재정적, 지리적, 업종 성격으로 볼 때

비교적 에너지 공급에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CFE이라는 탈출구를 만들어냈는데 나머지 기업들은 어떻겠는가? 포스코 같은 기업을 보자. 차를 타고도 한참 가야 끝을 볼 수 있는 그 어마어마한 공장에 재생 에너지만 가지고 전력 공급이 가능하겠는가? 삼성전자는?


 지금 RE100 열풍에 너도나도 가입하고 있지만 실제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은 아예 재생 에너지 인증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출처: 한국일보, 2023.10.06,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100509030000426). 그저 돈을 내고 인증서만 구매해 실적을 달성하는 곳도 많다(출처: 동아일보, 2022.10.03,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21003/115769059/1).


 재생 에너지의 최대 단점은 효율성과 일관성 부족이다. 에너지에 관해서는 양보다 중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적은 양이라도 일관되게 생산되면 계획적으로 늘릴 수가 있다. 그러나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면 이건 계산이 안 서는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를 저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이것은 비용을 폭증시킨다


 태생적으로 환경 단체에 바탕을 둔 RE100은 포용적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환경 단체들의 이념적 성향이나 다른 환경 단체들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피스가 원자력과 싸우고 있는데 RE100이 원자력을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직은 서로 다르지만 환경이라는 거대한 이념으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조직 내 인력들도 환경이라는 영역 안에서 언젠가 교류하게 마련이다. 즉 서로 동지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RE100이 대세인데 이제 와서 CF100 같은 걸로 되겠냐고 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CF100이 더 높은 수준의 무탄소 캠페인이라는 점을 볼 때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RE100은 되는데 CF100을 무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도 굳이 RE100을 하자면서 CF100은 절대 안 된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 이해관계가 없다면 왜 반대하는가?

IPCC의 탄소절감 시나리오

 205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목적이 탄소 절감에 있지 않고 정치권력에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환경은 예전부터 정치권력과 연계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처럼 발전되어 왔다. 지금은 상당한 실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거대한 이미지 게임의 하나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혹되어선 안되고 무엇이 사실인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의 모든 주장이 거짓말은 아니지만 과학적 사실이 왜 꼭 그들에게 힘이 주어지는 결과가 되어야 하는가? RE100이 활성화되면 주도 단체의 규모나 기금이 훨씬 커질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거대한 사업인 것이다. 이들은 콘크리트, 철강까지 제2, 제3의 사업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RE100이 대세인 상황인 것은 맞는데 이 상황에서 이걸 인정 안 하면 수출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실제로 이것과 관련된 논문이 나왔는데(RE100 이니셔티브가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 2021. 9. 9. 작성자:전남대학교 배정환 교수) 이 논문을 보면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시 주요 수출 업종인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런데 논문을 직접 보니 너무 단순 계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논문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국산 자동차 수출의 절반 이상이 북미이고 그중 30%가 렌터카인데 렌터카 업체들이 RE100을 지지한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렌터카 업체에 수출을 못하니까 15%가 수출에서 마이너스된다는 얘기이다. 

 이건 많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너무 단순 계산이다. 한번 보자.


 2022년 기록으로 전체 국산 수출 자동차의 35.7%가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논문에서는 북미라고 했는데 캐나다까지 포함한 내용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북미로 수출되는 차의 30%가 렌터카로 수출된다는 것은 어디서 나온 데이터인지 찾지 못했고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상업용 판매(리스, 렌터카) 비중이 2022년 5%라는 자료는 찾았다. 오히려 미국의 IRA규제로 인해 2023년 1, 2월에 26%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산업부 보도자료, 2023.4.4)


 그냥 30%라고 치고 대표적인 업체인 Hertz와 Avis가 RE100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았다. 일단 둘 다 RE100 멤버가 아니었다. 400개 이상의 기업이 가입되어 있는 목록에서 찾을 수 없었다. 논문에서는 두 회사가 RE100이라고 가정해도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중요한 요소를 가정으로 넘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Hertz가 설사 RE100에 가입한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자동차 구매에 적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논문이 다른 곳에서도 인용되고 있는데 이렇게 단순 계산이었다니 아쉽다. 반도체도 30.9% 줄어든다고 되어있는데 마찬가지 계산 방식이었다. 미국 기업이 RE100에 가입하면 전체 수출 물량이 완전히 끊긴다는 아주 단순 계산이다. 설사 그 수치가 맞다고 해도 실제로는 이렇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애플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RE100에 대응을 안 해서 애플에 부품 수출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언론에서 공공연히 했다.


 언뜻 보면 그럴 것 같은데 애플의 실제 규정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애플은 RE100에 가입되어  있고 목표 연도가 2021년이다. 하지만 이미 2019년에 달성했다. 우리나라 회사들의 부품을 계속 수입하고 있는 애플이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을까? 상세 내용을 보면 애플은 무려 62.6%를 PPA(재생 에너지 구매) 통해 달성하였다. 즉 그만큼 비재생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하고 비슷하다.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애플의 환경 보고서 2023을 보면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RE100=탄소 중립이라고 생각하는 무식한 기자들은 이걸 RE100 선언이라고 기사를 쓰기도 한다. 미안하지만 애플은 이미 2019년에 RE100을 달성했다.

애플 환경보고서

 애플은 보고서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애플은 저탄소를 고려하지만 재생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자력도 포함한다(출처: 디지털타임스, 2024.01.24, https://m.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12302109932781001).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짚은 기사가 있다. 정신 놓고 있다가는 바보 되기 십상이다. 팩트 체크와 판단은 직접 해야 한다. 이 글이 맞는지 역시도 직접 판단해 보기 바란다. 


 애플은 RE100을 달성했는데 왜 구글처럼 새삼스럽게 2030년에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할까? 이건 구글과 같은 이유이다. RE100이 현실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무탄소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CF100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환경도 하나의 사업이 되어 정치권과 연계되고 권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RE100은 그런 면에서 성공한 사업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대세는 실제 탄소 중립에 근접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CF100으로 갈 것이다. 명칭은 다르게 될지 몰라도 기업들이 지향하는 것은 탄소 중립이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RE100을 졸업한 구글과 애플이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빠르게 리더 그룹에 참여하여 발언권을 확보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확산시켜야 한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은 점점 RE100이 허울뿐인 환경론자들의 잔치라는 것과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을 알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CF100이 완전한 대안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탄소 중립을 지향해야 한다면 현재로선 그 방법이 최선이다. 환경론자들의 권위가 워낙 높기 때문에 RE100을 탈퇴하거나 대체하는 개념보다 RE100에는 형식적으로 가입해 있으면서 CF100을 지향할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탄소를 많이 발생 안 시키는 회사들은 굳이 이전할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다.


 CF100이 RE100을 대체하려면 체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계획을 심사하며 유엔과 협조 하에 지속적인 이행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게 안되면 기업들 각자 중구난방으로 탄소 중립에 접근하는 방법 밖에 없다. 내 이야기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아마 2,3년 안에 결판이 날 것이다. 환경 전문가는 아니지만 공학자의 베이스로 열심히 내용을 파헤쳐 보았다.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새롭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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