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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Nov 06. 2018

30대 기업 경영진단 - GS그룹 -

GS그룹

 이번에 30대 기업 경영에 관해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기존에 하나였던 회사가 쪼개진 회사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무슨 얘기냐면 GS그룹은 LG그룹에서 분사된 회사인데 이 처럼 분사된 회사가 30대 기업 안에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현대, 삼성, LG에서 분사된 기업들인데 좋은 현상인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IMF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각자 다른 대기업들이 30대 기업군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11개만 남기고 다 바뀌었다. 그만큼 기업이 오래가기가 힘들다는 얘기도 되지만 바뀐 내역이 쪼개진 기업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뭔가 찜찜한 느낌이다. 새로 들어온 기업들이 하위권에서 성장해서 올라온 기업이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그렇지 못하고 원래 재벌회사에서 갈라져 나온 기업들이 많아서 우리 경제 파이가 그만큼 커지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대 같은 기업은 워낙 덩치가 커서 자연스럽게 쪼개지고 별개의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이지만 새로운 회사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대형 집단 기업은 점차 크기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아직 쪼개진 적이 없는 SK가 다음 타순을 기다리고 있다.


 GS그룹에 대해 분석하려다 보니 LG그룹을 분석하는 것 같아서 신선한 맛은 약간 떨어진다. 다 알려진 얘기들 보다는 새로운 이야기 위주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GS그룹의 회장은 허창수이다. LG그룹은 허 씨와 구 씨가 동업으로 시작했는데 보기 드물게 큰 잡음 없이 동업관계를 지속했다. 대체로 동업관계가 깨지는 것은 경영권 때문인데 창업주 세대에서는 서로 신뢰가 있었다고 해도 다음 세대에도 그것이 이어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가 집안 문중의 땅을 가지고 있어도 부모세대가 죽고 나면 소유권 다툼이 일어나는데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 구 씨와 허 씨가 3대에 걸쳐 표면적으로라도 싸우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허창수 회장(출처 : 전경련 홈페이지)

 다른 기업들은 형제간에 싸움이 치열해서 기업을 망가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매우 특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허 씨, 구 씨 집안의 강력한 유교문화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LG 가는 장자 원칙의 강력한 유교문화 때문에 승계도 빠르고 퇴진도 빨랐다. 삼촌이라도 가차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나친 유교 전통으로 인해 여성(딸)들의 진출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엔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여성들도 전면에 나서 경영을 하거나 기업을 이어받는데 LG 가는 그런 면에서 매우 소극적이다. 차라리 기업을 떼어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실적도 부진하다.


 나중에 다른 책에서 한번 하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경영에 있어서 여자와 남자의 성향은 매우 다르다. 성장 위주의 남성 경영자와 내실위주의 여성 경영자는 추구하는 목표 자체가 다르다. 


 GS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LG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내가 받은 느낌으로는 LG 경영의 인화적인 측면 즉 화합을 더 중요시하는 경영문화는 허 씨쪽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오너들과 같이 밥을 먹어보지 않아서 추정할 뿐이지만 GS가 분리되고 나서 LG전자는 김쌍수 부회장 때문인 지는 몰라도 전투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기존의 인화적인 측면이 많이 퇴색하고 상시 구조조정과 경쟁문화, 목표 하달식 일사불란한 조직운영이 이어졌다. 반면 GS는 사업구조 자체가 그다지 혁신이나 경쟁과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조용하게 사업을 이어갔다. GS출신 허 씨들의 강연을 들어봐도 인화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그들의 원래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차이 때문이었을까? 나중에 그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밝혀내고 말겠다!


 GS그룹과 LG그룹은 사업영역이 겹치는 사업은 서로 진출하지 않고 있고 양 기업 간 거래도 활발한 편이라 관계는 여전히 좋은 편이다. 어쩌면 분사할 때 더 욕심을 낼 수 있는 입장인 허씨가에서 그 정도에 만족한 것만 봐도 인화는 허 씨쪽 DNA라고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부를 뜯어보자. 현재 CEO는 허창수 회장이다. 재벌 3세에 해당하며 전경련 회장도 맡았다. 모든 재벌 회장들이 맡기 싫어하는 전경련 회장을 맡은 것만 보아도 GS그룹이 그다지 치열한 경쟁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말은 큰 성장도 없다는 말이다. 


 GS그룹은 크게 유통, 에너지, 건설로 나눠지는데 3개 부분 모두 오래된 사업영역으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추고 있어 피 튀기는 경쟁을 할 이유도 없고 위기도 특별히 없다. 다만 건설 쪽이 워낙 부침이 심한 업종인데 그래도 국내에서 잔뼈가 굵어서 이미 규모의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는 상태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앞서 분석한 기업들에 비해 훨씬 간단해서 분석하기가 용이하다. 

 

GS석유화학 공장(출처 GS칼텍스 홈페이지)

 GS그룹에서 캐시카우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부터 보자. 우선 GS칼텍스가 눈에 들어오는데 호남정유가 전신인 기업이다. 호남석유화학도 그렇고 왜 석유기업에 호남을 그렇게 붙이냐면 여수에 석유화학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이름처럼 미국 기업 칼텍스와 합작회사인데 LG는 대부분 사업을 시작할 때 합작으로 하는데 이때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지분 50%가 세브런에 있다고 하니 동업도 잘하고 합작도 잘하는 것이 구 씨, 허 씨의 집안 내력인 것 같다. 그만큼 사람 자체가 독단적이지 않고 예측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매년 2조 원대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알짜기업이다. GS그룹의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다. 구도로 보았을 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은 LG가 가져가고 안정적이고 덜 전투적인 사업을 GS가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인화에 허 씨가 더 가깝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투적일 필요가 없으니 인화를 추구할 수 있다. 피 튀기는 경쟁 속에 인화를 말할 여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국내 정유시장은 과점시장으로 따박따박 현금이 들어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정유시장이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시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과점시장이 되었는데 통신시장과 비슷하다. 다만 통신시장은 기술 업그레이드를 계속해야 하는 반면 정유시장은 그런 것도 필요 없다. 


 다만 정유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부문이 강화되면서 기술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유업계에서 SK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LG그룹의 2위 본능은 여기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국영기업을 인수한 SK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LG그룹에 있을 때만 해도 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럭키와 금성이었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룹의 간판 계열사로서 2위에 만족하지 말고 1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1위 기업과 2위 기업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차이는 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을 한 투수와 완봉승을 한 투수의 차이이다. 축구로 보면 메시와 아구에로의 차이이다. 가방으로 보면 에르메스(Hermes)와 코치(Coach)의 차이. 즉 완벽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신의 경지)과 잘하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의 차이로 보면 된다.


 경영상에서 둘의 차이는 엄청나다. 어떤 사업이든 2위가 1위가 되려면 조금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부터 바꿔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본기가 부족해도 어느 수준까지는 노력하면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1등이 되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직원들의 의식, 경영마인드, 기업체질, 자본력, 생산능력 등 모든 요소에서 문제가 없어야 1위가 될 수 있다.

GS미래형 주요소(출처 : GS칼텍스 홈페이지)

 GS칼텍스가 2위인 이유는 2위에 만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치열하지 않은 정유시장에서 굳이 무리하면서 1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좁은 한국시장에서 안주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늘 위기는 찾아온다. 미국에서도 석유재벌들이 가끔 무너지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일이 없을까? 2위에 만족한다면 기업의 구성원들도 그런 마인드에 젖어든다. 결국 기업이 전진하기보다 정체되고 비효율이 증대된다. 2위는 가장 위험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1위가 누리는 시장지배자의 위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고 올라가는 위치도 아니다. 무사안일에 젖어 고꾸라질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범 LG 기업들이 최근 성적이 좋지 못한 것도 그런 면이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2, 3위는 도태될 수 있다. 1위를 해야 한다.


 지금 큰 절박감은 없겠지만 경영자가 나서 직원들을 정신 차리게 하고 앞장서서 1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GS그룹은 성장의 정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전반적인 대기업들이 신규사업 진출을 꺼리고 있는데 GS도 마찬가지이다. 그룹의 외형이 분사할 때에 비해 이익규모는 커졌지만 사업영역이 확대된 바는 별로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기업에는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 흘러가는 강물에서는 노를 저어야 제자리라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여유가 있다면 차세대 에너지에 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한다. 먼저 하지 않아도 어차피 강제로 하게 될 것이지만 수소나 전기가 차량연료로 자리 잡게 되면 수십 년 만에 에너지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것이다. 안정된 수익만을 추구하던 그들에게 오래간만에 숙제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GS는 에너지라는 전문영역을 바탕으로 차세대 에너지에 투자해서 1등을 쟁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효성그룹에서 수소 공급소를 만드는 것을 봤는데 원래 효성이 에너지 기업은 아니지만 석유화학 쪽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진행한 것 같은데 하이닉스 인수 시도도 그렇고 효성이 좀 엉뚱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제 시장이 성숙하고 과점시장이 많아져서 현실에 안주하고 국내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업주가 모두 퇴진하고 3세, 4세 경영에 이른 지금 그들이 창업정신을 가지고 도전적으로 사업할 능력과 의지가 안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은 된다. 이제는 모험을 하지 않아도 안전한 곳에 투자해 적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산업현장, 시장의 혁신 도도 매우 낮은 상태이다. 새로운 시도가 거의 실종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효성그룹의 시도는 비록 큰 빛을 못 보더라도 대기업에 걸맞은 시도라고 보인다.


 석유가 당장 쇠퇴하는 일은 없겠지만 혁신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들이닥친다. 알파고를 보고 원시인처럼 뛰쳐나와 놀라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우리나라에 그런 인재나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혁신역량이 없는 것이다. 혁신을 펼칠 시장도 기회도 없다. 그래서 대기업이 나서 줘야 한다는 것이다. 


 LG가 전기차를 생산하고 관련 에너지 공급(충전소)을 GS칼텍스에서 한다면 이상적인 구조가 될 것 같다. 그들이 잘하듯이 합작법인을 차리는 것도 괜찮다. GS칼텍스는 지금 그럴 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GS25(출처 GS그룹 홈페이지)

 이제 GS의 유통분야를 보자. GS리테일은 우리가 잘 아는 GS25를 비롯해 우리 생활에 밀접한 유통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도 성장 한계에 부딪혀 있다. LG그룹 안에 있을 때야 신사업 동기가 없었지만 이제는 신세계처럼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유통의 대표인 편의점 사업을 보면 기본적인 시장 데이터가 다음과 같이 나온다.


점유율(출점수 기준. 2018.4)

GS25 : 31.8

CU    : 31.6

세븐일레븐 : 23.5


매출/영업이익(2017)

GS25 : 8조 2665억 원, 영업이익 1657억 원

CU    : 5조 5849억 원/2395억 원

세븐일레븐 : 3조 8427억 원/429억 원


 이 시장도 과점 상태라서 성장 경쟁이 아닌 효율성을 추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대부분 영업이익이 1%대로 떨어져서 최근 시장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꾸준한 이익이 나긴 하지만 큰 이익을 기대하긴 당분간 힘들 것이다. 내실을 기해야 될 때가 왔다고 본다. 요즘엔 편의점 자체 브랜드를 많이 가지고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이 가까운 곳을 가지 편의점을 상품 때문에 골라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출점은 꾸준히 하되 편의점의 성장성을 되찾을 수 있는 아이템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GS에서는 간편식품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것과 연계해보면 어떨까 한다. 일본 편의점에 가면 정말 없는 게 없는데 특히 간단한 요리들이 많다. 베이커리, 치킨, 피자, 간편 요리까지. 우리나라는 도시락, 김밥 위주로 나오고 있지만 그 이상은 간편 요리라기보다 인스턴트식품 데워먹는 수준이다. GS계열인 '해먹 남녀'에서 취급하는 간편 요리를 GS에서 팔고 바로 사 먹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라라블라(출처 GS그룹 홈페이지)

 규모가 큰 편의점엔 베이커리도 둘 필요가 있다. 도넛 가게와 같이 있는 편의점을 본 적이 있는데 아주 효과적인 영업이었다. 이를 좀 더 확대해 베이커리와 편의점이 결합되면 좋을 것이다. 편의점이라는 채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유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무엇이든 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편의점 하나가 다용도로 활용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마트사업인데 내가 볼 때는 '자이'아파트 신축 단지를 위주로 출점할 필요가 있다. 건설과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지금 GS슈퍼마켓은 있는데 할인점이 레드오션이긴 하지만 기존에 구축된 유통망을 GS25만 쓸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등을 통해 마트사업을 키워 유통 계열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서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 물류 창고, 물류망을 지금은 GS25, 라라블라 정도가 사용하는데 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으로 유통분야를 넓혀서 공동으로 사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GS는 유통사업을 하지만 사업구조가 소매점에 국한되어있고 매우 단순하다.


 GS는 수도권 백화점에서 재미를 못 봤는데 신도시 위주로 뚫고 들어가 정면 승부를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백화점은 유통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이 아웃렛과 합해져서 복합쇼핑몰로 거듭나고 있는데 자금력에서 다소 밀리는 느낌은 있지만 치밀한 계획 아래 거점 위주로 출점할 필요가 있다. GS그룹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규사업을 해야 한다. 


 지금도 충분히 그룹 규모를 유지하겠지만 그래서는 미래가 없다. 시대는 바뀌고 산업도 변한다. 항상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강제로 변화를 당해야 한다. GS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유통이 강해지면 다른 사업들을 많이 생각해볼 수 있다. 유통을 잡고 있다는 것은 어떤 사업을 하든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현금 여력이 있다면 몇 군데의 회사를 인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GS는 유통을 가지고 있으므로 B2C 사업을 해야 한다. 주류, 라면, 의류 같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제조업을 해야 유통망을 활용하기 좋다. 지금 그룹 내의 시너지도 부족하고 에너지를 제외하고 잘 나가는 사업도 없다. 


 같은 유통기업인 신세계, 롯데를 벤치마킹한다면 위험부담을 줄이고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GS도 호텔을 가지고 있는데 호텔 내에 면세점을 도입한다든가 GS 쇼핑몰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롯데월드몰은 호텔과 쇼핑몰이 같은 건물에 있다. 지금 현대백화점이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이어져 있는데 이건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다.   

 GS그룹의 장점을 살려 아파트 단지, 보유 건물 내 매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강남의 GS타워도 건물이 아까울 정도로 활용이 안 되는 것 같다. 단순히 식당 임대 주는 것보다는 GS그룹의 유통역량을 결집해 GS월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GS리테일에서 하고 있는 호텔사업은 대표적인 것이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인터콘티넨탈 호텔, 명동 나인트리 1,2호이다. 최근엔 파르나스 타워를 무역센터 옆에 건립했다. 현재 파르나스 타워의 오피스 임대가 잘 나가는 편이라고 한다. 워낙 위치가 좋아 꾸준한 실적 기대가 가능하다.

파르나스 빌딩 (출처 : 파르나스 호텔 홈페이지)

 우리나라에서 건물, 부동산을 이용한 사업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특히 빌딩 임대는 중요한 수익원이다. GS는 GS타워도 있고 강남 쪽에 좋은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쪽으로 좀 더 투자해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여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제조업만 장사가 아니다. GS건설이 건물을 짓고 이 건물을 GS리테일이 임대하고 건물 내 프라임 자리에는 GS소매점들이 들어가는 그런 식의 시너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롯데가 그런 식으로 많이 성장했다.


 GS는 백화점이 없으므로 큰 시너지를 내기는 어려운데 쇼핑의 추세가 한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추세이므로 소매점만 가지고는 어렵다고 본다. 이제는 사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오는 게 아니라 와서 놀다 보니 뭔가 사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즉 엔터테인먼트와 볼거리를 쇼핑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롯데, 신세계는 극장, 놀이공원,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어 훨씬 유리하다. 


 GS가 현재의 자리에서 만족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성장을 원한다면 유통의 추세를 따라야 한다.


 GS그룹을 분석하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이슈 없는 기업도 있나 하는 것이다. 잡음도 없고 대중의 관심도 없고 무난하기 그지없다. 앞서 분석한 기업들과는 딴판이다. 경영권 분쟁이라도 있어야 다룰 이야기가 있는데 할 내용이 너무 없다.


 이번엔 건설부문을 보자. GS건설은 GS그룹의 주력기업이다. 건설경기가 워낙 불황이라 방어적 경영에 주력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국내에서 현대건설과 자웅을 겨룰 만한 기업은 GS건설이 유일하다고 본다. 삼성건설도 건설에서 힘을 빼는 모양새이고 대우건설은 알다시피 형편이 별로 좋지 않다.

GS 건설본사(출처 GS그룹 홈페이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대란으로 인해 대기업 건설사가 줄줄이 넘어지고 대기업의 골칫거리가 된 상황에서도 GS건설은 살아남았다. 아파트 분야에서 빅 4(현대, 대우, 삼성, GS)를 이뤄 사실상 과점과 비슷한 시장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생존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18년 1분기 영업이익이 3천억 원대로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실적이 나쁘지 않다. 많은 건설사들이 나가떨어진 상황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독식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GS건설은 현재도 실적이 좋고 경쟁력도 갖고 있어 크게 충고하고 싶은 내용은 없다.


 GS그룹 전체를 놓고 향후 진로를 얘기하고 싶은데 현재 실적이 좋은 GS입장에서 신규사업에 섣불리 위험부담을 안고 뛰어들 생각은 없을 것이다. 대기업 성향상 뛰어들어야 할 상황에서도 안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말할 것도 없다.


 GS그룹은 3 개축(에너지, 유통, 건설)을 가지고 있는데 한축이 더 있으면 그야말로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 LG, 삼성 모두 4 개축 위주로 돌아간다


LG(전자, 화학, 생활, 통신)

삼성(전자, 건설, 금융, 중공업/바이오)

현대차(자동차, 건설, 금융, 철강)

SK(에너지/화학, 통신, 반도체, 건설)

롯데(유통, 관광, 제과/음료, 석유화학)


GS(에너지, 유통, 건설,?)


 일단 소매업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소비자와 가까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LG그룹과 겹치는 사업은 꺼려지므로 그 외의 사업을 생각해본다면 1순위가 미디어 산업이다. 나는 대기업마다 미디어 산업에 투자하라고 권하는데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경제구조가 고도화되고 생활수준이 올라가면 결국엔 엔터테인먼트가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GS그룹 본사건물(출처 GS그룹 홈페이지)

 따라서 미디어 산업을 통해 대중과 밀착하여 물건이 아닌 콘텐츠를 팔아 돈을 벌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 GS홈쇼핑이 잘 되고 있어서 방송 경험이 있는 편인데 케이블 방송진출, 영화 제작/배급 등을 통해 유통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물건을 파는 사업에는 관심이 있지만 이런 콘텐츠 사업은 그 위력을 간과한다. 


 CJ E&M이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사실 CJ의 다른 기업들보다 이 계열사가 가지는 위력은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다. 게다가 영화 배급, 투자, 상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도 문화계 권력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더해줌으로 유통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고 유통이 단순히 물건 사고파는 산업이 아닌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시너지가 매우 크다.


 GS는 사업분야 하나를 더 늘려 투자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은 좀 필요할 것이다. 공장은 없어도 되지만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시간이 꾀 걸린다. 


 GS가 유통을 보유하면서도 자사 물건을 팔 일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PB상품이 많기는 하지만 GS가 롯데를 벤치마킹해서 주류, 라면 등 제조업 회사를 보유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남의 물건만 팔아주는 것보다는 자체 유통망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금융에도 진출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본래 LG계열이 금융과 인연이 별로 없는데 증권, 카드, 보험 할 것 없이 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내가 볼 때는 안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금융 업종의 특성을 너무 가볍게 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증권이나 보험은 사실 회사 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카드, 건설 등이 문제의 씨앗이었다.


 GS는 유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너지가 없어 롯데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카드사를 인수하여 내실 있게 운영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카드는 주유소와 연계할 수도 있다. 카드사는 보유하고 있으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으므로 그룹사의 각종 사업을 이어주는 매개로 활용할 수 있다.


 GS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롯데, 신세계, CJ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사업군은 더 이상 새로운 기회가 없다. 안전위주의 경영을 하는 회사라고 보이지만 향후 경영권이 승계되면 신규사업 진출의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경우 재계 순위도 곧 CJ, 한화, 신세계에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GS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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