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
30대 기업 분석 시 원래 공기업 성향의 기업을 제외하고 분석하려고 했으나 민영화되어있는 곳이 많고 최근 이슈들도 있어서 분석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번에 분석할 곳은 포스코인데 국민 누구나 알지만 직접 접할 일은 거의 없는 곳이다.
포항제철소는 우리나라에서 견학 순위 1위라고 하니 아마도 가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다. 이번에 30대 기업을 조사하면서도 많이 느낀 바지만 많은 국유기업들이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산업화의 비결이자 강점이었던 것이다.
대체로 국영기업은 민간에 안 넘기려 하는 게 일반적인 정부의 속성이다. 왜냐하면 그것도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눠줄 수 있는 낙하산 자리가 많아야 힘도 세지는 게 정치인데 그것을 민간에 넘기겠는가? 정부로서는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실제로 해외의 저개발 국가들을 보면 대개 그렇다.
국유기업은 대부분 독점시장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남는 게 많다. 투자할 일도 없고 투자 안 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다. 그래서 많은 권력자들이 탐을 내고 중동, 남미 국가 같은 경우 권력자의 친인척이 소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달랐다. 정부는 국영기업들을 대거 매각했고 민영화된 기업들이 효율성을 제고해 크게 성장하고 더 많은 고용을 한 결과 국민소득이 향상된 것이다. 이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민영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여러 책들을 보며 공부했는데 하나같이 재벌에 대해 악마로 묘사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간에 정부자산을 불하면서 재벌이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정경유착이고 재벌이 우리 경제를 독점하고 부패하면서 외환위기를 맞았다는 그런 식의 인식이 팽배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전제도 틀렸고 결과도 틀린 이야기이다. 아마 언론에서 하도 많이 들어서 상식으로 알고 있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정부가 민간에 자산을 불하는 것은 꾸준히 해야 할 일이지 그 자체가 정경유착은 아니다. 정부 자체가 비효율적 집단 즉 이익보다는 도덕성, 공공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므로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국민에게는 짐이 된다. 즉 100원을 쓰면 100원의 효과가 나야 하는데 80원, 60원의 효과가 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부족분을 국민이 더 일해서 메워야 한다.
그동안 정경유착이 없었다는 게 아니다. 정경유착이란 국가 주도형 경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처럼 민간이 먼저 성장한 경우에야 그럴 필요가 없지만 대부분의 후발국가들은 다 국가 주도형 경제를 갖추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국가 주도형 경제로 선진국까지 치고 올라간 케이스는 아마도 일본이 유일할 것이다. 서방 유럽권의 기득권 경제권이 아니면서도 선진국인 나라도 사실상 일본이 유일하다.
그럼 국가 주도형 경제가 정경유착이 생기게 하므로 나쁜 것이냐? 그런 것도 아니다. 이것은 흑백논리가 아닌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정부가 최대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 정경유착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 면에서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미비한 초기 국가에서 도덕성까지 갖춘 경우는 별로 없다. 정책에 관해서는 대다수 국민을 위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갔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판단하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정경유착이 일부 있었지만 당시 정부의 정책방향은 옳았고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해방되었고 경제 노예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도덕성마저 갖춰야 되는 시기인 것은 맞다. 먹고살게 되었으니 다른 것도 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잣대로 과거를 모조리 부끄러운 일로 치부하는 것은 치기 어린 현실 부정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최대한 슬림하게 가져가고 강력한 법집행을 통해 불공정, 사기행위를 막는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왜 그렇게 매번 혁신하는 기업이 나오고 항상 세계시장을 이끄는지 우리는 알면서도 따라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은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은 유사 이래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상으로 정책을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해야 한다.
외환위기 역시 무슨 대기업이 망해서 생긴 게 아니다. 외환위기는 말 그대로 외환이 없는 상황인데 이게 기업 부도와 무슨 상관인가? 우리나라의 부실한 금융시스템, 안이한 경제정책이 낳은 결과이다. 말로만 세계화를 외치고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다른 우리끼리 경제를 이끌고 나간 모양이 그 결과를 나은 것이다. 재벌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벌은 만들어진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일 뿐이다.
모든 룰과 환경은 정부가 만든다.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성장해서 글로벌 진출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정부 지원이나 받으면서 현재에 만족하도록 가르쳤다. 시장에서 혁신은 사라졌고 동남아에서 번져오는 금융위기를 감지할 지력조차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런 폐쇄적인 시장 정책이 나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도 정치적인 입장이나 성향은 가급적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비판과 격려를 할 생각인데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기업, 재벌에 대한 인식 또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재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관련 챕터에서 상세히 설명할 것이나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의 상당부문이 정치적 의도와 그에 기반한 언론의 흥미성 저널리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독자분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제 포스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포스코는 박태준과 박정희의 합작품이다. 두 사람 다 군출신이다. 이런저런 다큐에서 황무지에 공장을 짓고 갈등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을 것이다. 박태준 역의 탤런트 최수종 씨가 주연한 드라마도 있었다. 경영사 측면에서 혹은 전체 역사적 측면에서 보아도 포스코의 탄생은 불가사의 그 자체다.
이것은 사실 군사정권이 아니면 있을 수도 없고 군인들이 아니면 태어날 수도 없는 형태의 프로젝트였다. 포스코를 출발시킨 자금부터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일청구권 자금이다. 대일청구권 자금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받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여기서 논외로 한다. 여기서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볼 것이다.
군대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군인은 흔히 무식하고 사회와 동떨어진 생각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5,60년대의 군인은 사회에서 가장 앞선 지식인이었다. 무학자가 태반이던 시절에 국가에서 그나마 지식인층으로 편입될 수 있던 것이 군인이었다. 군대라는 사회 자체가 민간보다 앞서가던 시절이었다.
미군으로부터 상당부문의 지식을 원조받고 있던 시절이기 때문에 사회의 신지식, 신문물이 군대로부터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원래 다른 나라의 자금을 대출받으려고 했던 박태준은 포항제철이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에 결국 일본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것이 대일청구권 자금이었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뭐가 옳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
그 돈을 다 나눠주고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살아갔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그것은 지도자의 선택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적 입장에서 볼 때는 당연히 국가가 최대한의 효율성을 뽑아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볼 것이고 그것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볼 때는 당연히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아무튼 박태준이 이 돈을 가지고 사익에 탕진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포스코가 엄청난 대기업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과 국가의 밥줄이 되어주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단순히 재벌 찬가나 하거나 재벌 비하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 그들에 합당한 평가를 하고 그에 기반한 경영진단을 하고 싶었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듯이 대일청구권 자금을 모두 나눠가지고 난 뒤 포항제철이 없었다면 우리는 상당 부분 철을 수입해야 했을 것이고 중공업, 자동차 등의 화려한 시대도 빛이 바랬을 것이다. 박태준의 이야기는 그의 전기를 통해 읽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보고 이 책에서는 포스코의 경영을 중심으로 보겠다.
포스코는 황무지에서 탄생했는데 누구도 후진국에서 철강회사를 세워 성공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다. 철을 쓸 곳도 없는 나라였다. 왜, 어떻게 제철회사를 지을 생각을 했는지 범인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다. 내가 그 시절에 있다 할지라도 선뜻 찬성하리란 보장은 못하겠다.
하지만 국운이 있어서인지 포스코는 군사정부식으로 국가역량을 총집중해서 지어졌고 군인인 두 지도자가 군사 작전하듯이 이루어졌다. 이후 수출 확대를 통해 자본을 벌어 재투자하고 이를 반복해 큰 성장을 이뤄냈다. 우리나라가 중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건설, 자동차 붐이 일어 여기에서 많은 시너지가 발생한 것도 좋은 환경이었다.
이 책에서 웬만하면 이런 전기식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포스코는 박태준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회사라 어쩔 수 없이 창업과정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현재 어떤 모습인가?
포스코는 2018년 기준 매출 64조, 영업이익 5조 6천억, 종업원수 1만 7천 명의 대기업이다. 종업원수가 생각보다 적어 보이는데 이것은 협력업체를 제외한 것으로 포항이라는 도시를 포항제철이 먹여 살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 시너지 효과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포항에는 포스코 외에도 철강 관련 회사들이 밀집해 있으며 2, 3차 협력업체들이 같이 공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 낙수효과에 대해 부정론을 제기하는데 한 번이라도 포항, 울산, 여수, 광양, 거제 같은 곳에 살아봤으면 그런 소리를 못할 것이다. 큰 기업 하나가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린다. 물론 기업이 어려워지면 도시가 같이 어려워지는 단점도 있으나 기업이 없어서 항상 어려운 것보다는 낫다. 모든 사업을 공공에서 쥐고 있다면 기업이 어려워질 일은 없겠지만 큰 성장도 기대하기 힘들어 국민의 삶 역시 양적, 질적 성장이 어렵다.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은 천사도 악마도 아니다. 다만 고용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 분명히 긍정적 측면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다른 모든 단점을 능가할 수 있는 장점이다. 이런 견지에서 기업을 보고 기업이 고용을 더 많이 늘리게 도와주고 다만 그 과정에서 시장의 룰을 깨는 불공정행위가 없는지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는지 감시해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민영화 성공사례를 보면서도 아직 민영화가 무슨 사회악인양 생각하고 있다. 공공부문이 확대될수록 사회는 정체되고 효율성은 저하된다. 왜냐하면 혁신은 민간에서 나오고 혁신이 있어야 새로운 일자리, 성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경우 전반적으로 철강을 중심으로 하여 크게 다른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나마 철강 외의 사업이라고 해봐야 건설, IT, 에너지 정도이다. IT는 솔직히 언급할 정도로 큰 회사도 아니고 와이브로로 잠깐 관심을 모은 적이 있지만 포스코 경쟁력에 도움을 주면 줬지 짐이 될 회사는 아니라 문제 될 것이 없다.
포스코의 경영진단은 한 가지만 해결하면 된다. 바로 정부와의 단절이다. 포스코는 현재 주인 없는 회사처럼 되어있다. 박태준 전 회장이 워낙 탄탄한 기반을 닦아놓아서 누가 올라와도 기본은 할 정도로 사업구조가 좋다.(그것을 망가뜨린 몇 년 전 상황도 역시 정치권의 개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포스코가 국제경쟁 특히 중국의 성장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간섭을 차단하고 스스로 장기 로드맵을 이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율이 54%로 민영화의 성공적인 모습이지만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 무려 1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자사주가 8%로 높은 편인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다 보니 정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세무, 법무 등 각종 감사권을 동원하면 어떤 경영자도 버틸 수 없으니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포스코가 정치외압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영삼 정부 시절인데 박태준 회장이 물러나게 된 것도 이때였다. 이때만 해도 포스코는 정부 기업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반항할 수 없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신화와 같은 존재인 박태준 회장이 물러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화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태준 회장이 물러나고 나서 바로 포스코가 내리막을 탄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 뒤 IMF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전부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시대가 온 것이 변화라면 변화였다. 포스코는 성공적으로 민영화되었는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민영화를 겁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언론에서 워낙 공포 조장을 해서 그런지 실례를 보지도 않고 겁부터 낸다.
민영화는 독점시장 해체를 반드시 포함한다. 그러므로 많은 재벌 반대론자들의 독과점 반대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민영화를 반대한다. 국가에 의한 독점은 괜찮다는 논리이다. 당연히 이익 추구를 하지 않는 국가가 독점적 이익을 올릴 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는 보고 둘을 모르는 단견이다.
국가사업은 비효율성을 반드시 내포한다. 왜냐하면 국가는 이익이 되지 않는 곳에도 투자해야 하고 또 그것이 책무이다. 효율성보다는 도덕적, 국가적 의무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란 곳에 투자할 때 최대 이익보다는 공평하고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선한 투자는 될지언정 좋은 투자는 못된다. 그러다 보면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정체된 기업은 시장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자주 강조하지만 시장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 위에서는 열심히 노를 젓거나 수영이라도 해야 최소한 떠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위에서 멍하니 있다는 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뻔하다.
신화적 창업자가 제거되고 나자 이제 포스코는 주인 없는 회사가 되어 비록 민영화되었지만 정부 입김을 받게 되었다. 정부는 국민연금으로 지분을 꾸준히 늘려 다시 대주주가 되었다. 정부 지분을 팔고 다시 국민연금으로 지분을 사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최근 국민연금의 지나친 주식시장 참여에 대해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본인들 돈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산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크다. 마구 사들여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는가? 국민연금이 독립기관이면 또 모르겠지만 정부 입김을 직접 받는 기관으로서 각종 특혜시비, 낙하산, 경영간섭 등의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참여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정경유착, 관치경제를 만드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세무조사, 검찰 수사권 등 강력한 제제수단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지분참여까지 해서 직접 경영을 주무를 권한을 쥐게 된다면 자유시장경제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정권교체와 동시에 회장도 교체되었다. 정부사업에도 적극 참여한다. 책임경영이란 말은 허울 좋은 말 같다. 포스코는 스스로 독립을 이뤄내야 한다. 일단은 대주주 자리부터 되찾아야 한다. 자사주가 되어도 좋을 것이다. 지금 지분 차이가 3%밖에 안되니까 지속적으로 늘려가면 가능할 것이다.
국민연금이 공공기관으로서 민간기관에 비해 비교적 대응이 늦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 대주주 자리를 놓치면 다시 찾기 힘들 것이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마치 기업사냥꾼을 견제하듯이 국민연금을 견제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의 제기하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소액주주운동은 그나마 소액이라 타일러서 해결했지만 이건 대주주급이다. 게다가 뒤에는 정부가 있다.
만약 찍히기라도 한다면 무슨 화살이 날아올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많은 것을 컨트롤하고 싶어 하게 되어있다. 큰 정부를 꿈꾸는 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특성이다. 조직은 일단 만들어놓으면 커지면 커지지 스스로 작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많은 국유기업을 민간에 불하했던 것이 놀랍고 잘한 일이란 것이다. 그 회사들이 씨앗이 되어 지금 우리 경제를 받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공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최근엔 소상공인 관련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모든 게 밥그릇 늘리기 성격이 크다. 시장에서 해결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지원기관만 잔뜩 늘려놓으면 그 지원이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죽어야 할 기업이 죽지 않고 좀비가 되고 시장의 혁신을 가로막으며 적당히 같이 먹고살자는 주의로 변하게 되어 결국은 시장 전체를 침체에 빠트리고 천천히 죽어간다.
포스코는 성공적인 민영화 이후 두 번째 도약이 필요한 단계에 와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독립경영이다. 우리나라처럼 경영자를 도둑놈 취급하는 환경에서 쉽지 않은 길이지만 포스코가 지분만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독립이 최고 급선무다. 이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몇 년 전 겪었던 불황이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포스코처럼 안정된 비즈니스 기반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지 않았던가?
지금 당장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포스코의 독립을 위해 준비하는 경영자가 제2의 박태준이 될 것이며 포스코의 역사 속에 크게 이름을 남길 것이다. 이것은 비슷한 처지의 KT도 마찬가지이다.
포스코의 소개와 당면과제에 관해서는 이 정도에서 줄이고 다음 글에서는 포스코의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추가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