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
한화그룹은 한국화약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역시 국영기업에서 출발한 대기업이다. 주로 군수물자를 담당하는 화약산업에서 발전하였는데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큰 기업이 한화이다. 아들 폭력사건 등에 휘말려 유명해지긴 했지만 김승연 회장의 경영은 한화를 성장시킨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선대보다 훨씬 크게 사업을 확장시켰고 복합기업집단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김승연 회장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이 안 되는데 한화의 문제는 3세들이다. 어차피 이들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텐데 잘 꾸려갈지 걱정이 된다.(쓸데없는 재벌 걱정…)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에 대해 화통한 성격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여러 가지 일화들을 볼 때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아들 사건도 그렇고 천안함 유가족을 취업시킨 일화도 그렇다. 오너경영이란 것은 대개 이런 화통한 사람들이 잘하는 편이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생각된다.
3세들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뚜렷하게 보여준 게 없다. 하는 행동들을 보니 성격은 화통한데 철이 들지는 못한 것 같다. 한화라는 큰 배의 선장이 되려면 수없이 인내하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과연 이들이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여담이지만 화통하고 무서운 사람일수록 자식들한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이뻐한다는 말이 헛말은 아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 한화를 본격적으로 분석해보자. 한화는 현재가 가장 전성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룹 전반적으로 규모와 실적에서 최상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삼성의 방산부문을 인수해 원래 방산 강자였던 그룹이 더 강해졌다. 방산을 제외하고 뚜렷하게 1등 하는 분야는 없지만 은근히 잔뼈가 굵은 사업분야는 많다. 재밌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한화그룹은 크게 방산, 화학, 건설, 금융의 4개 부문 사업을 가지고 있으며 방산과 금융의 비중이 다소 큰 편이다.
먼저 방산 쪽을 보면 (주)한화가 대표기업인데 그룹의 모태이고 잔뼈가 굵은 업종이므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7년 2,159 억 원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안보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방산업체들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위치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국방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화는 두산, 삼성 등 다수의 방산업체를 인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도 기대된다. 삼성이 방산을 포기한 것은 의외인데 방산사업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지배구조 개편 등 삼성 내부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3세에 와서 형제들이 그룹사를 나눠가진 데다 계열사 매각까지 이뤄져 그룹 외형상으로 다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계열사 시너지 창출이라는 삼성의 경영 노하우를 버리고 삼성전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화는 뜻밖의 호박이 굴러들어 온 셈이다. 국내 방위산업에서 한화는 이미 1위를 하고 있고 그렇게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는 꼭 필요한 선택은 아니지만 지배적 사업자로서 위치를 굳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방산업체 2위가 KAI, 3위가 LIG인데 KAI는 사실상 공기업이고 LIG도 사세가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방산시장에서 한화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시장이 이렇게 과점화되고 있는 것은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국산화를 선호하는 정부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두산의 전차 파워팩 사건처럼 국내업체의 안일한 자세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루빨리 KAI가 민영화되어야 하고 개인적으로 포스코가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주로켓기술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민간에 넘겨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장이 생기고 경쟁력이 높아진다. 방산업에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행도 그렇고 노하우, 기술도 쌓여야 사업이 가능하다.
대형업체가 줄어드는 상황은 한화라는 기업에겐 좋겠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경쟁이 없으므로 시장의 혁신이 사라져 장기적으로 발전이 사라진다. 통일이 되어도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상 군대를 대규모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방산시장은 그런 면에서 꾸준하고 안정적인 시장이다. 한화는 잘 나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방산사업 시장의 민영화, 전면 개방을 통해 더 경쟁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분야는 한화가 대규모 공장, 시설물이 필요한 사업들을 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많은 사업이다. 포스코건설과 비슷한 입장이다. 최근 몇 년간 수천억 대의 적자를 내었다가 회복되고 있는 추세인데 해외사업에서 비롯된 리스크가 큰 편이다. 본래 한화건설은 국내에서는 안정적인 아파트 사업과 계열사 물량을 소화하므로 크게 어려운 점이 없다. 플랜트 건설에 노하우가 있으므로 해외진출을 추진했겠지만 아직은 수익성 위주로 안정적인 곳에 소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화건설은 맷집이 아직 강하지 않다. 그룹의 골칫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아직은 볼륨을 더 키워야 한다. 동부나 LIG처럼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급순위로 11위인 한화건설은 포스코 건설에 비하면 1년간 시공평가액이 1/3 수준이다. 강점이 있는 플랜트 같은 경우 국내에는 계열사 물량 말고는 수요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 대기업들은 건설사를 가지고 있고 직접 플랜트를 짓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화학, 에너지 기업들이 대부분 건설사를 가지고 있다. GS, 포스코, SK가 대표적이다.
발전은 어느 국가나 필요하므로 발전소, 에너지 공장을 위주로 다양한 국가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보증을 하므로 사업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중동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여기서도 가급적 주택보다는 발전소, 플랜트 위주로 진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롯데에서 롤모델을 찾을 수 있는데 한화도 계열사가 유사한 구조로 되어있다. 현재 갤러리아 백화점을 복합쇼핑몰 개념으로 전환하고 이것을 아파트 단지와 연계하여 건설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현재 건설과 연계할 만한 계열사는 유통이 유일하다.
한화그룹 전반으로 볼 때 추가로 건설이 필요한 분야는 관광분야밖에 없다. 63 빌딩으로 시작하는 한화의 관광분야는 건설과 시너지가 높다. 63 빌딩이 있기는 하지만 롯데월드타워처럼 신규 타워 건설을 통해 새로운 복합쇼핑몰 혹은 오피스빌딩을 지어볼 필요가 있다. 63 빌딩은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양하게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빌딩 건설을 통해 실적을 올리고 여기에 쇼핑몰을 지어 유통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텔사업을 같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학분야는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소재 생산을 주로 하는데 그룹사 시너지가 높다고 생각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국내 화학기업들이 대부분 석유화학 기반의 기술에 치중되어있는데 여기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였다면 앞으로는 바이오/제약/의료로 가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한국도 선진국으로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술이 축적될수록 제조업이 아닌 고도의 지식기반 산업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를 못하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것이다. 화학기술이라는 것은 바이오와 연결되어있다. 현재 계열사내에서 바이오 관련 사업을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화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바이오산업 진출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한다.
한화케미컬에서는 현재 태양광 에너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일찍 시작한 것에 비하면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현재 한화케미컬 전체로는 매년 7천억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 태양광이 여기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일찍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사업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계속할지 아니면 업종 전환할지 말이다.
내부 에너지 계열사도 있고 해서 태양광을 하는 게 무척 자연스럽기는 한데 태양광 시장의 개화기는 아직도 먼 미래라고 생각된다. 내 생각에는 철저한 재검토를 통해 태양광 사업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시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 태양광에 진출한 게 2011년인데 수익면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늘리고 그룹의 중심으로 키울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룹 내부역량이 좋아서 비용면에서는 절약할 수 있는 점이 있지만 태양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성 개선이라는 결정적인 장벽을 넘어야 하고 설사 대중화된다 해도 과연 중국의 진출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중국기업이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깔고 오면 과연 한화가 그 덩치를 이겨낼 수 있을까?
그래서 신규사업은 고도의 노하우, 기술 축적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업이 바로 바이오이다. 지금 태양광에 투자하는 정도의 자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태양광은 금방 따라 잡힐 수 있다. 바이오와 다르다. 선진국 기업들이 독차지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을 뚫으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환경'이라는 구호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환경을 지켜야 되고 지구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지구의 자원이 고갈된다는 협박에 각종 대체에너지 산업이 생겼지만 아직도 석유는 콸콸 나오고 있고 잔존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섣불리 환경주의자들을 따라 대체/재생 에너지 사업에 참여했다가는 반짝 호황으로 끝날 수 있다.
대체에너지가 말 그대로 대체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뛰어넘는 효율성과 편의성, 비용우위를 갖추어야 한다. 한화는 이런 면에서 태양광보다 선진국만의 클럽인 바이오/제약 시장으로 뛰어드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바이오 분야는 진입이 매우 어렵지만 꾸준한 투자가 이어지고 지적재산권을 비롯한 기술을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으로 자동 진출하게 된다. 그다음부터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장기간 소요되는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인데 그래서 한화 같은 대기업이 해야 된다는 것이다. 삼성이 바이오에 진출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화학계열사를 판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었다.
순수 생명공학만 하겠다면 모르겠지만 제약과 연결시킨다면 화학 계열사가 있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재용의 경영감각이 걱정되는 것은 이런 측면이다. 한화는 태양광에서 큰 재미를 못 봤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다. 그저 손해만 보지 않는 수준이라면 없앨 필요는 없지만 수익보다는 위험도가 높아 보인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를 다소 줄이고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한화가 태양광 셀 생산 세계 1위라는 성적이 있는 것을 알지만 1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익을 얻어야 되는데 그게 아직 미미하다. 태양광의 미래를 어떻게 보든 한화가 얼마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제 장치산업에서 벗어나 지적재산권 기반의 지식산업을 해야 한다.
태양광도 하드웨어 산업에 머문다면 큰 미래는 없다고 본다. 금방 레드오션이 되어버릴 것이다. 굳이 태양광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면 차라리 관리시스템 개발이나 태양광에 연관되는 계열사를 통해 태양광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태양광 자동차를 생산하든지 아파트 건설에서 태양광을 대량으로 사용하든지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태양광을 이용한 2차 산업을 만드네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태양광 자체가 레드오션이라도 큰 문제는 아니다. 지금 한화 내부적으로 얼마나 태양광 시너지를 가지고 움직이는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볼 때 눈에 띌만한 사업은 없다. 태양광만을 사용한 발전소를 짓는 것도 괜찮다. 대신 에너지 효율이 화석연료와 경쟁할 만큼이 돼야 한다. 그래야 태양광도 살고 한화도 산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