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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Dec 11. 2018

30대 기업 경영진단 - 한화 2 -

한화 2

 자 이제 금융부문을 보자. 한화의 금융부문은 그룹 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분야로 회사의 캐시 카우이다. 제조업에 비해 금융업이 좋은 것은 대체로 손해 보는 장사가 없으며 크게 투자할 필요 없고 고객이 맡긴 돈을 가지고 다시 장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은 장기간 가입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손해 볼 일이 거의 없다. 일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나면 최고의 사업이다.


 대한생명의 후신인 한화생명은 역사도 오래되었고 2018년 1월 기준 생명보험 자산규모에서 삼성생명에 이어 국내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 자산규모 256조, 한화가 110조이므로 차이가 꾀 커서 한화가 당장 1위로 치고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삼성이 전자 외의 계열사에서 발을 빼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삼성생명이 계속 1위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화도 SK처럼 인수합병을 잘하는 회사인데 10위권 보험사 중 몇 곳을 인수한다면 1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무리하게 욕심낼 필요는 없지만 삼성이 주춤하는 시점을 노려볼 필요는 있다. 3위가 교보생명으로 96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 시 자산규모가 210조에 달해 1위와의 차이가 극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당연히 교보생명이 인수 물건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꾸준히 몸집을 불려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험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몸집을 불려 보험료 지급 대비 자산 성장성을 크게 가져가고 비효율을 줄일 수 있으면 그것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생명보험자산 10위권내 5곳이 30조 내외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한 두 곳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매입자금이 많이 필요하므로 마구잡이로 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보험사의 인수 위험도가 작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ING생명, 동양생명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위권인 흥국생명, 메트라이프 등은 언제든지 인수 파도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

한화생명의 상징인 63빌딩(출처 : 한화첨단소재 블로그)

 보험시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수밖에 성장 방법이 없다. 마케팅을 아무리 잘해도 장기계약의 속성상 계약자를 뺏는 것이 쉽지 않다. 한화생명은 한해 5천억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1조 원대 이익을 확보해야 순위 경쟁에서 탈피하여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생명보험 시장도 사실상 과점 상태인데 한정된 인구에서 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급성장할 계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런 과점시장은 불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데 외국계 보험사가 들어와도 시장의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화는 비교적 안정적인 입장이지만 현재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나는 어떤 시장이든 안정적 2위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3위 이하는 원래 위험하니까 경계하고 1위는 경쟁력이 있으니까 괜찮지만 2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신동아 보험의 후신인 한화손해보험도 마찬가지이다. 손해보험 시장에서 한화손해보험은 2018년도 4월 현재 자산기준 6위(15조)에 랭크되어있다. 여기도 삼성(삼성화재, 자산 75조)이 1등이다. 자산규모 차이가 4배가 넘으므로 1위는 먼 이야기이고 일단은 빅 3에 포함될 수 있도록 성장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롯데가 지주회사 규제에 걸려 손해보험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좋은 매물이라고 생각한다. 규제만 아니라면 롯데가 이런 회사를 내놓을 리 없다. 손해보험은 전통적인 강자들이 많은 시장이다. 그만큼 갑자기 성장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 현대(40조), 동부(37조), KB(31조) 순으로 이어지는 순위는 견고해 보인다. 모두 알짜 회사들이다.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회사들이다. 다만 동부(DB)만 조금 가능성이 보인다. 한화 입장에서는 롯데손보(13조)만 인수하더라도 자산규모가 28조 원이 되어 31조 원인 4위 KB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삼성 계열사를 인수하느라 현금이 많이 빠졌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금융사 인수는 일반 제조업 회사 인수와 달라서 충분히 인수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조금 무리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본다. 다만 손해보험시장에 자금력이 탄탄한 은행 계열사들이 있다는 게 불리한 요소이다. 인수 경쟁이 벌어질 경우 인수자금에서 한계를 가진 한화가 상대하기엔 버거운 대상이다.


 그래서 태양광에 투자하는 것보다 금융사 인수에 여유자금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수익성, 안정성 면에서 모두 유리하다. 물론 너무나 안정적이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 인수한다고 해서 큰 감동이나 성취감은 없다. 아마도 그룹 내 기획통들은 나와 같은 건의를 할 것이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자기 손으로 일궈내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므로 태양광을 키워 중심 계열사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한화금융센터(출처: 한화그룹 홈페이지)

 한화는 태양광 셀 세계 1위의 생산능력이 있지만 한해 이익은 겨우 적자만 면하는 수준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투자 대비 효과는 매우 떨어지는 현실이다. 내 생각에 한화는 태양광보다 금융 쪽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현재 금산분리 기준에 따라 한화는 한화생명을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하고 (주)한화를 일반지주회사로 하는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분구조 정리 및 효율성 면에서는 좋은 시도인데 관련법에 대한 처리가 되지 않아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늦어지고 있다. 이것 때문에 롯데도 지주사 설립 후 급하게 금융사 매각에 나선 것이다. 급하게 나섰기 때문에 롯데손보나 카드가 비교적 싼값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한 가지 의문인 것은 롯데는 지주사 설립 시 이런 상황이 온다는 것을 몰랐을까? 오너도 그렇지만 이런 것을 짚어줘야 할 참모들이 그걸 하지 못하니 롯데에도 참신한 브레인은 부족한 모양이다. 지주사 설립을 계획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중간지주회사 설립 관련 법 제정 연기와 총수의 구속사태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간다고 가정하고 시작한 것도 무리가 있었다.


 롯데는 여론에 떠밀려 지주사 설립을 할게 아니라 지주사 설립 계획만 발표하고 정국을 봐야 했다. 그리고 법 계정에 맞추어 지주사 설립을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덜컹 지주사부터 설립해놓으니까 생때같은 금융 지주사를 떼어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아마 피눈물 나는 심정일 것이다. 경영자의 감각과 충실한 참모는 이처럼 기업에 큰 영향을 준다.


 다시 한화로 돌아와서 한화 계열사 중에 재밌는 계열사가 몇 개 있는데 우선 한화호텔 앤드 리조트이다. 여기에는 리조트와 호텔이 소속되어있는데 호텔보다는 리조트가 주력이다. 국내 리조트 시장의 포화로 큰 성장성은 없다고 보이는데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매우 약한 편이다. 그나마 건설이 연관성이 있는데 무한정 리조트를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산정호수 안시 리조트(출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홈페이지)

 정체된 성장성 회복을 위해 숙박의 기능보다는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을 살리면 어떨까 생각한다. 규모를 키우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이고 고급화, 엔터테인먼트 관광의 도입으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일부 리조트를 고급화하고 여기에 워터파크 등을 도입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나 젊은 계층이 리조트 자체를 관광지로 보고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연인끼리 기념일에 꽤 비싼 리조트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최근 소규모 고급 리조트, 펜션 등이 인기인데 한화는 네임벨류가 있는 만큼 중소규모의 고급 리조트를 공급하면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급화, 엔터테인먼트 화가 필수이다. 옛날처럼 대규모 시설에서 왁자지껄하게 노는 시대는 끝났다. 대규모 워터파크에 가길 부담스러워하고 프라이빗 풀에서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개인주의가 확산되어가는 점에 비추어 미래에는 워터파크, 프라이빗 풀을 갖춘 소규모 프리미엄 리조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드오션이라고 하는 유통시장에서 스타필드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 포화된 시장에도 반드시 새로운 블루오션이 있다. 가족과 개인을 소중히 하는 트렌드에 맞춘 관광 전략이 필요하다.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압구정(출처 : 한화갤러리아백화점 홈페이지)

 한화 갤러리아는 요지에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백화점이다. 압구정 갤러리아는 백화점 입지 중에서도 좋은 편에 속하는데 문제는 소비를 불러일으킬만한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다. 비교적 비싼 브랜드가 많이 입점한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 백화점 빅 3과 경쟁할 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있지만 자체 유통 계열사가 없는 것도 혼자 전쟁을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해서는 현상유지만 할 뿐이다.


 유통 계열사를 더 늘릴 것인지는 고민을 해봐야 하는데 한화 계열사가 B2C 제조업 회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유통을 해도 계열사의 팔 물건이 없다. 이 부분은 그룹 경영전략의 관점에서 결정이 필요하다. 구색을 갖추는 차원에서 계속 보유할 것인가 아니면 키워볼 것인가. 지금 점포수를 늘리는 정책을 펼치기에는 늦었다고 보이고 압구정에 상징적인 명품관이 있으므로 계속 명품관 위주로 영업하는 것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63 빌딩을 소유한 한화로써는 빌딩 건축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서울시내 상징적인 빌딩을 건축해 63 빌딩의 명맥을 이어간다면 전체적인 그룹의 이미지 차원에서 유리할 것이다. 롯데 잠실타워로 인해 최고층 명성을 빼앗겼기 때문에 63 빌딩을 능가하는 100 층대 빌딩 건축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한화건설이 짓고 호텔과 갤러리아 백화점을 내부에 두고 일부 주상복합으로 분양한다면 상품성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롯데월드타워가 그런 식으로 지어져 서울 강남권 상권을 많이 흡수하고 있다. 땅이 문제인데 그 정도 금싸라기 땅이 지금은 없다. 있다면 공기업 이전 부지가 그나마 좋은 땅인데 매물을 잘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한화 갤러리아는 소규모 명품관 위주로 요지에 사업을 강화하고 매입하거나 건축하는 신규 빌딩과 연계하여 매출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광교에 그런 케이스가 있는데 광교에 짓는 아파트 촌에 갤러리아가 들어가는 것이다. 한화건설의 공급능력과 맞아떨어지므로 이런 케이스도 괜찮다. 신규 아파트 건설단지에는 비교적 소비여력이 있고 소비를 많이 하는 세대들이 많이 입주하므로 연계 입점은 좋은 시도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렇게 해도 한화 내부적으로 B2C 공산품 제조를 별로 하지 않아서 시너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제조업에 참여하긴 어렵다. 그래도 그동안 한화는 군수회사에서 민간영역 제조회사로 많이 넘어왔으므로 제조업 인수를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자금력은 풍부하므로 괜찮은 가격에 나온 회사들이 있다면 매수해도 좋다고 본다.

 무슨 기업을 인수하든 반드시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와 시너지가 있는지를 계산하고 인수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동부그룹에서 대우전자를 인수했는데 반도체도 살짝 생산하고 있으니까 삼성 같은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대우전자라는 매물이 나빴다기보다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부는 부품 생산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파는 유통채널을 가진 것도 아니다. 대우전자를 인수해서 삼성과 엘지의 등쌀을 어떻게 이겨낼지에 대한 계산이 없었다. 이 또한 오너의 판단 착오도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대기업이 그렇겠지만 오너가 결정한 것에 '노'라고 할 참모는 없다. 심지어 오너가 결정하기도 전에 오너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조언을 하는 참모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참모는 실행만 할 뿐 판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동부의 사례를 잘 보고 앞으로 인수시장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향후 5년 내에 가장 성장할 30대 기업들을 보자면 한화, CJ, 신세계 정도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경영권 이양 시기인데 이것이 아킬레스 건이 될 것이다. 과연 3세들이 아버지 세대만큼 경영능력이 있을지 말이다. 자동차 시장은 특히 연료계통이 바뀌는 시점이라 앞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그 얘기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치고 올라갈 수도 있고 추억 속의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한화는 설립 이후 가장 전성기를 맞았다. 김승연 회장이 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건설, 태양광 등 리스크가 있는 사업만 잘 관리하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태양광은 더 투자하는 것보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 현상유지만 했으면 좋겠다. 건설은 동부나 LIG처럼 그룹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사업 진출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해외진출도 좋지 않다. 국내에서 아파트, 오피스텔 위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이런 사업을 지속하고 발전소, 플랜트에 강점이 있으므로 이것들 위주로 해외 진출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한화에 대한 기업경영진단을 해보았는데 물론 경제연구소에서 내는 보고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는 그 사람들이 못 보는 창의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고 싶다. 온갖 수치를 늘어놓고 당연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분석은 증권사 리포트처럼 내용은 많은데 쓸모는 없다. 해당 기업에 대해 공부도 되지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 대한 인식, 이해가 더 깊이 되길 바란다.


 한화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점쟁이가 아닌 이상 낱낱이 맞출 수는 없다. 이럴 때는 미시적으로 볼 게 아니라 아주 거시적으로 보면 답이 나오기도 한다. 왜냐하면 과거 역사를 보거나 비슷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문제의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해답을 한화가 찾아내는지 어떤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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