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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an 22.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농협2-

농협 2

이제 계열사별로 짚어보겠다.

 농협의 금융계열사는 농협은행, 농협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주요 5대 금융그룹 중 3위권에 해당한다. 어마어마한 위상이다. 하지만 덩치 키우기에 비해서 내실은 별로 없어 보인다. 주요 5대 은행중 BIS, 순이익이 최하위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일단 민간은행의 서비스에 비해 농협은행의 서비스가 떨어지고 사업 간 시너지도 좋지 않았다고 본다. 인터넷뱅킹의 문제는 이미 지적했고 서울 등 대도시 점포수가 다른 은행에 비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농협은 연간 3%의 점포를 줄이고 있는데 대부분 대도시에서 줄인다고 한다.(출처 : 머니투데이, 2018.02.19,  [머투초대석] 디지털 부문·농식품 여신 강화… 대도시 중심으로 연간 점포 3% 폐쇄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21808550498598) 이것은 농촌을 위한다는 농협의 정체성을 볼 때 이해가 되지만 농협은행만 봐서는 성장을 저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농협의 정체성과 효율성의 충돌을 볼 수 있다.


 농협 외에도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업들이 마주치는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대민 접촉점이 부족해지는 농협으로서는 이익이 되는 대도시 샐러리맨, 자영업자 고객을 놓칠 수밖에 없다. 영업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려면 전체 지점수를 줄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불리한 구조가 된다.


 해결책은 지점수는 더 줄이지 않고 영업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강화하되 대도시에서 난 이익을 가지고 이익이 안나는 농촌 지점들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리라 보지만 대도시 지점을 계속 줄이면 인터넷뱅킹 역량이 약한 농협으로서는 수익 성장이 어렵다. 농촌에 대한 지원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지점수를 줄이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농협은 지점수가 문제가 아니라 내부 구조조정 및 혁신의 고삐를 바짝 당길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고용 유연성 부족이라든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내부 분위기 등은 농협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놔두고 다른 은행처럼 지점수 줄이기에 몰입한다면 가뜩이나 약한 서비스 영업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지점수 보다는 급여체계 개선, 저성과자 퇴출, 임원 수, 계열사 재조정 등 실질적인 조직 효율성 높이기 정책이 필요하다. 

NH농협생명 빌딩(구 임광빌딩)

 보험 쪽을 보자. 농협은 생명, 손해 보험을 가지고 있다. 농협은 공제사업부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다른 형태의 조합들에서 이런 식으로 영업 중이다. 이런 공제사업부문을 독립시켜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서 보험계열사를 만들었다. 2017년 연말 기준 생명보험업계 자산기준 4위(출처: 한겨레 '생보업계 5위 싸움' 4파전 승자는?,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43508.html )에 해당하고 영업이익도 매년 1,500억 원 안팎의 알짜 회사이다. 아무래도 다수의 지역 농축협 채널을 통한 영업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농촌에는 은행 지점이 별로 없어서 농협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농촌 노년층은 농협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농협은 ‘방카슈랑스 특례’를 유예받아 2022년까지는 현행 그대로 보험영업을 할 수 있는데 방카슈랑스 특례는 은행 창구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그 밖에도 영업을 제한하는 여러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법이 농협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농협은 민간시장에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규제에서 제외되어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땅집고 헤엄치기 장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농협이 왜 말이 많으면서도 그처럼 많은 이익을 내고 회사를 키워왔는가는 바로 이런 농촌에 대한 혜택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유예를 하려면 농촌에 있는 은행 지점 모두에 대해 같은 혜택을 줘야 맞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현시점에서 농협에 이익이 나면 농촌에도 이익이 될까?


 복잡한 연결 변수가 있겠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수십 년간의 농촌 모습이 답을 보여준다. 농협은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계속 성장해왔지만 농촌이 농협과 같이 성장해왔는가? 아니다. 오히려 농촌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정부 지원정책에만 의존하는 사실상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중환자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처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농업은 없고 그저 70,80년 농업 방식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기업형, 시장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는가? 기업규모 커지면 생기는 많은 규제들 때문에 기업은 커지길 싫어하고 지원에만 안주하려 한다. 농촌지원금 따먹는 편한 영업을 놔두고 고생해서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기업이 농업에 뛰어들만한 여건도 되지 못한다.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골목시장 논란이 똑같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이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데 농협만이 승승장구한다는 것은 결국 지원의 혜택이 농협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어떤 시장이든지 질과 양 중에 양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양이 확충되어야 그다음에 질이 따라온다. 양이 없는 곳에 질이 있기는 무척 어렵다. 농업기업이 많아지고 대기업도 참여하는 가운데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농업경쟁력도 높아지고 상위권의 회사들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중소기업이란 이유로 정부지원금만 받아먹고 국내에서 안주해서는 농업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농협은 대기업이면서 농촌 특혜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그래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는 글을 진전시키면서 논하도록 하겠다.


 농협생명은 외형상 건실한 회사이다. 보험사업 특성상 고객이 쉽게 타사로 이동하지 않으므로 사업전망도 안정적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보장성 보험이 저축성에 비해 1/3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삼성, 한화생명 등은 비율이 비슷하거나 보장성이 오히려 높은 것에 비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아마도 보험설계사를 통한 영업력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생명보험에서 파는 저축성 상품이라고 해봐야 연금형태가 주일 텐데 이는 은행 창구 고객과 주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 영업에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추측된다.


 손해보험은 어떨까? 손해보험 역시 연간 3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회사로 농협생명과 영업적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보이는데 거듭 지적하지만 문제는 특혜와 정부지원이 영업의 큰 강점이 되고 있어서 농협이 건실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협손해보험 건물(출처 : CEO스코어 데일리)

 금융은 크게 밑지지 않고 남는 분야이고 특히 카드, 보험은 거의 남는 장사이므로 여기서 크게 망할 일은 없는데 농협이 걱정해야 할 것은 커진 규모로 인해 언젠가는 정부지원을 걷어내고 맨몸으로 시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왜 FTA 협상 등에서 농협에 대해 지적이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불공정 형태의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농협은 현재 프랑스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 합작형태로 NH-Amundi 자산운용을 설립해 운영 중인데 자산운용사는 농협이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므로 계열사로 두면 유리하다. 문제는 프리이빗 뱅킹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농협이 자산운용사를 통해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이다. 이는 자산운용사가 결국 고객들의 필요보다는 농협의 필요에 의해 설립되지 않았겠느냐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현재 연간 17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과 28조 원 이상이 수탁고를 기록하고 있다.


 농협에 캐피털 회사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연간 400억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토란 같은 회사이다. 2007년 설립되었으니까 농협과 같이 한지 10년이 넘었다. 도대체 농협에서 무슨 명목으로 캐피털 사업을 할까? 자동차, 개인, 기업 금융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농협이 이런 일을 꼭 해야 할까? 농협에서 하면 다른가? 정부지원은 지원대로 받고 이자는 이자대로 챙기겠다는 것이 아닌가?


 같은 맥락으로 농협 저축은행도 보자. 2017년 연말 기준 100억 정도 영업이익을 냈는데 농협이 이자율이 높은 캐피털, 저축은행을 해도 괜찮은 것일까? 나는 농협은 정부 특혜를 받은 만큼 이런 고이자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농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소리는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조 단위 순이익이 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농업에 재투자되고 있나 농민들의 이자부담을 낮춰주는데 쓰이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더 문제가 많은 농협경제지주 자회사들을 보자. 산하에 17개 사가 있다.


 우선 유통. 지역별 유통사가 해당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하나로마트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나로마트는 대기업이 진입 못하는 소도시에서도 영업하고 영업시간 규제도 없는 데다 일반 마트와 상품, 영업면에서 큰 차이도 없어 과연 각 지역 농산물의 유통경로 확보라는 공공적 목적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2016년 매출이 농협 13.7조, 이마트가 11.6조로 오히려 대형마트업체보다 많았다. (출처 : 서울경제, 2017년 10월23일자,농협 유통 매출 13.7조… 대형마트 3사 제쳤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OMEZJ9VN9) 여기에 공영 홈쇼핑, 온라인 쇼핑까지 확장하고 있으니 우리가 눈감고 있는 사이 농촌이란 무주공산에서 농협만 날아다닌 꼴이 된 것은 아닐까?


 그다음 농협 케미컬(농약), 남해화학(비료), 농협사료, 농우 바이오(종자), 농협아그로(봉투, 농사용 포장지), 농협 흙사랑(유기농 퇴비)은 모두 제조업 회사인데 주요 취급품만 봐도 알겠지만 삼성 뺨치는 수직계열화에 돈 버는 건 거의 다하고 있다. 어떻게 조합원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가 이 정도로 확장할 수 있을까? 아마 세계에도 유례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자리를 만들기 위해 확장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농림부 낙하산 자리일까? 심지어 과일 싸는 봉투까지 농협이 만들고 있다. 왜? 


 이 대목에서는 의문밖에 던질 수 없다. 


 놀라지 마라.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식품부문에 농협목우촌, 농협홍삼, 농협 양곡, 농협식품이 있다. 가공성이 떨어지는 홍삼, 양곡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목우촌도 그렇고 농협식품은 종합식품기업을 목표로 가공식품, 간편식품, 급식자재 등 5000가지 상품을 취급한다고 하니 이제야 농협이 왜 왕국이고 괴물인지 알 것 같다. 여기에 농협물류, NH농협무역까지 하면 80년대 잘 나가던 대기업 부럽지가 않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우리는 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농협은 각종 정부지원과 규제 혜택을 입고 시장을 종횡무진 먹어치우고 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농협의 이익은 농협 임직원과 소수의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고 있고 농촌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을 위해 농협에 특혜를 주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농촌지원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게 옳은 일일까? 농촌과 농업은 지난 10년간 얼마나 발전했는가? 농업분야는 언제나 지원대상 업종이었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기업은 별로 없었다.

농협 식자재 매장(출처 : 중부일보)

 일본은 광우병 파동을 딛고 와규를 세계 최고의 상품으로 우뚝 세웠다. 우리나라 횡성한우는 어떤까? 국내에서만 고급 취급을 받지 맛이나 산업 화면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가? 쌀만 해도 일본 쌀이 마트에 진열되어있고 높은 가격에 팔린다. 일본 쌀 고시히카리는 알지만 한국 쌀 품종을 아는 게 있는가?


 농협을 분석하다 보니 농촌과 농업에 대한 분석이 되고 말았는데 농협이 농촌개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농협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농협경제지주 부문은 대부분 매각해서 민간에 넘겨야 한다. 금융지주에서도 농촌과 상관없는 저축은행, 캐피털은 최소한 매각해야 하고 농협의 이익 일정 부분을 조합원이 아닌 농업기금 형식으로 농촌에 반환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조합원이 아닌 농민이 농협에서 도움받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대출금? 그걸 통해서 이자나 뜯기는 게 도움받는 것인가? 농협이 정부지원과 특혜를 계속 받을 생각이라면 조합원이 아닌 일반 농민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출상품 같은 것이 아니라 농촌 인프라 구축, 농축산업 활성화 재원 마련을 위한 비용 제공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향후 5년 안에 농협에 대한 특혜는 전면 폐지하는 것이 맞고 이만큼 덩치가 큰 농협이 이제는 실력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 더 많은 일자리, 더 합리적인 자본의 흐름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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