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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05.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KT- 1

KT 1

 KT는 우리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한국통신이 전신인 회사이다. 공기업으로 출발해 민영화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민영화가 잘 된 회사들이 많은데 왜 그렇게 민영화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말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공기업이란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고 그 비효율을 세금으로 메꾸는 구조이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민영화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요금이 오른다고 오해를 많이 하는데 그렇다면 한전, KT, KT&G, SK텔레콤, 각종 정유회사 등 수많은 민영화가 다 실패했어야하지 않나? 민영화하면 철도티켓값이 10배 뛴다는 루머도 돌았는데 나는 그 루머를 믿는 사람들의 수준이 더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만약에 그게 사실이면 영국 사람들이 호구인가? 민란이 일어나도 날 것인데 말이다. 영국에서 철도요금 때문에 민란이 일어났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표 1. KT 매출 비율(출처 : KT 2018 통합보고서)

 KT는 공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사업분야는 다양하지 않다. 주요 사업분야는 통신, 금융, 미디어이다. 이 가운데 통신분야 매출이 5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통신에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구조는 출신이 공기업이라 해도 이제는 벗어나야 할 한계로 지적된다. 민영화가 되었지만 아직도 사장 및 고위직에 낙하산 인사로 인한 잡음이 있고 정부의 입김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문제이다. 이것은 포스코와 마찬가지고 KT가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보면 들쭉날쭉하긴 해도 KT는 워낙 통신분야에 기득권과 경쟁력이 있어서 매년 1조 원대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얻어내고 있다. 유무선 통신분야의 치킨게임이 끝난 상황이라 상위권 3개 업체가 독식하고 있어 지속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이번 30대 기업 경영진단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과점 상태에 있는 시장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위권 3개 업체가 거의 독식하는 구조인데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더 이상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득권을 가진 업체들이 이익을 독식하고 있어 시장으로 보나 나라 경제로 보나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시장이 통신, 정유, 자동차, 휴대폰으로 사실상 시장이 평정된 상태이다. 그만큼 경쟁이 줄어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환경인 것이다.


 KT는 유선사업자로 성장한 회사인데 유선전화가 주업이었고 그것에 유선 인터넷이 결합되어 사세가 확장되었다. 초고속 인터넷이 막 시장에 나왔을 때 수많은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였는데 KT는 막대한 물량공세로 다른 기업들을 제치고 1위가 되었다. 

10GIGA인터넷(출처 : KT홈페이지)

 현재 KT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2018월 10월 현재 40%(출처 : 포쓰 저널, 2018.12.03, “[단독 진단] 5G 주도권 뺏긴 황창규_재임기간 동안 통신, 인터넷, IPTV 모두 뒷걸음질, http://www.4th.kr/news/articleView.html?idxno=7074)를 기록하고 있다. 2위 SK가 26%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격차를 벌리고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왜 SK가 무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유선시장에서는 KT에게 밀릴까? 두 시장의 성격이 다른 것일까 기업역량의 차이일까? 내가 볼 때 SK는 마케팅면에서 KT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기업 체질에 정부 입김까지 받는 KT보다는 유리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가 SK보다 유선시장 1위를 고수할 수 있는 비결은 투자인 것으로 본다.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에서도 본 바와 같이 어느 시장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회사의 입장이 달라지고 어떻게 보면 적당히 나눠먹기이고 어떻게 보면 전략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롯데가 백화점에 주력하고 할인점을 후순위로 놓은 것처럼 KT도 유선사업 특히 인터넷에 역량을 집중했다. 최근 무선으로 모든 환경이 옮겨감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유선사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KT의 판단은 잘한 것이었다.


 유선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하나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 하나는 유선방송사업이다. 요즘엔 결합상품으로 집안에 놓는 게 대세이기 때문에 유선방송 사업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선방송 사업은 2017년 말 기준 KT 스카이라이프가 30%가량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13%인 2위권과는 격차가 큰 상황이다.(출처 : 매일경제, 2018.11.01, “KT, 딜라이브 인수 위한 단독 실사 마쳐”,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684753)


 CJ가 LG텔레콤에 유선방송을 매각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KT의 시장점유율이 2위 LG텔레콤에 한자릿수까지 따라 잡히게 된다. 다른 유선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도 매각 소문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회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계속 사라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인데 규모의 경제를 빨리 이루지 못하고 서비스 차별화도 이루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할 것이다. 모바일까지 엮어서 결합상품 할인을 해주는 상황에서 작은 회사들이 제시할 수 있는 혜택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올레TV상품(출처 : KT홈페이지)

 딜라이브가 KT 품에 안기면 티브로드 밖에 안 남는데 LG텔레콤이 1위를 하겠다는 의욕이 있다면 꼭 잡아야 할 것이다. KT는 유선, SK는 모바일로 굳어진 시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승부수를 던지는 방법밖에 없다. LG 텔레콤 고객 입장에서도 1위 사업자가 아닌 사업자를 계속 이용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1위 사업자가 되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투자도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만년 통신시장에서 만년 3위의 설움을 깨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KT는 딜라이브까지 인수하면 안정권에 든다. 유선시장만큼은 꽉 잡고 가는 것이다. 유선 시장은 다소 정체된 상태로 투자도 할 만큼 했고 수익을 거둬들이는 시기이다. 특별한 조언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선시장이 문제인데 KT가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SK텔레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18년 기준 SK가 41%, KT가 26%, LG가 20%를 기록했다.(출처 : 디지털타임스, 2018.09.05, "SKT 이동통신 점유율 40%선 흔들, LGU 첫 20%대 선방",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90502109931055001) 한때 SK가 50%도 넘었던 걸 생각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4G로 넘어오면서 무선 서비스가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더 이상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G 시절만 하더라도 통화가 잘되는 게 제일 중요했는데 그때는 통신사마다 통신품질의 차이가 컸다. 

MWC의 KT부스(출처: KT홈페이지)

 지금은 통신은 기본이고 부가서비스, 요금, 보조금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다소 소극적이고 보수적이었던 SK의 전략은 1위 사업자로 이해는 가지만 위험한 행보라고 할 것이다. 특히 통신은 기술의 변화가 크고 사용자의 이동이 빈번한 곳이다. 서비스가 어느 정도 평준화된 상황이라면  SK를 꼭 이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 조금이라도 보조금을 많이 주는 쪽으로 사용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LG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LG 전체 계열사를 보더라도 이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없다. 만년 3위로 존망을 걱정해야 했던 게 몇 년 전인데 정부가 전파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경직된 시장에서 나름 선방하면서 치킨게임을 견뎌내고 이제 제대로 승부해볼 수 있는 시점에 왔다. KT는 중간에 낀 입장인데 나는 이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시장에서는 '2위'가 제일 위험하다.


 3위는 생존을 위해 뛰고, 1위는 기득권이 있지만 2위는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적당히 안정에 젖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KT의 무선사업은 LG의 추격을 따돌리고 맞불작전을 펴야 한다. 마케팅비도 투입하고 유선에서 나오는 수익을 대거 무선에 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KT에서도 제일 많은 수익이 무선사업에서 나오고 있는데 무선을 포기하면 미래 사업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5G로 시장이 재편되면 또 한 번 시장에서 승부가 벌어진다. IT 시장은 이래서 안심할 수가 없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동일선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투자여력은 SK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신품질이 평준화된 이상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최근 LG가 넷플릭스와 손잡은 것은 매우 칭찬할 만한 일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자체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것과는 다른 자세여서 주목된다. 

KT의 5G 커넥티드 카 개념도(출처 : KT홈페이지)

 우리나라 통신업자들은 음악, 영상 서비스에서 각자 자기들 플랫폼을 만들었다. LG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이것이 폐쇄적이고 경쟁력도 별로 없어서 소비자의 눈을 끌지 못하고 같이 망하는 길을 걸어왔다. 애플이 애플뮤직이나 Itunes를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과는 대조되는 측면이다.


 넷플릭스만 해도 국내에서 100만 가입자를 넘었다고 하니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기반을 어느 정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뻔한 국산 영화, 드라마에 지친 젊은 층들에게 어필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것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면 벌써 영화계에서 보이콧당해서 서비스를 접었을 것이다. 할리우드에도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그런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는 나오기 힘들다. 


 LG 같은 경우 TV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IPTV와 연계는 아주 자연스럽다. 직접 연관은 없을지라도 LG라는 브랜드와 텔레비전 방송의 이미지는 고객에게 상당 부분 겹치고 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KT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만약 KT가 무선사업 3위로 처진다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KT는 2위 사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한때 KT가 아이폰을 국내에 먼저 도입하면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많이 얻었었는데 넷플릭스를 놓친 것은 매우 아쉽다. 단독 공급계약이 언제까지 인지 몰라도 넷플릭스 판권을 꼭 따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플랫폼들도 도입해서 콘텐츠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연령대별, 관심별, 성별 콘텐츠 다양화가 필요하다. 요즘엔 지상파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TV가 있어도 볼 것이 없고 인터넷이 있어도 다들 유튜브만 보고 있다. 그만큼 콘텐츠가 중요한 것인데 IPTV를 하더라도 결국은 뭘 보여줄 수 있느냐가 승부처이다.

KT CEO 황창규(출처 : KT 홈페이지)

 KT가 선수를 빼앗긴 입장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일단 유튜브가 가장 인기이므로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껴안고 제휴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KT와 제휴한다든지 해서 넷플릭스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 네이버도 콘텐츠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는데 직접 승부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유튜브와도 경쟁이 안 되는 것을 보면 넷플릭스와도 결과는 뻔해 보인다.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CJ라고 보는데 대기업이라 다소 보수적인 면은 있어도 성공적인 콘텐츠 보유 및 생산 경험이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해서 CJ의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제휴를 했다면 가장 좋은 그림일 텐데 지금은 어려워졌다. 혹시라도 KT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보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뭐든 다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특히 아이디어가 중요한 콘텐츠 사업은 오픈 이노베이션 한다는 생각으로 유능한 외부 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넷플릭스도 지금은 LG를 통해 진출했지만 상당한 성장을 이룬 다음에는 결국 모든 통신사와 서비스 제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회사라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폐쇄적인 국내 대기업은 콘텐츠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KT의 어린이용 컨텐츠 서비스 '키즈랜드'(출처 : KT 홈페이지)

 KT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IPTV가 살고 유선이 살아난다. 직접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라 제휴하라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방송사와 제휴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공급하고 CJ와 콘텐츠 연계가 가능하다면 해야 한다.


 KT가 멍하게 있다가 LG에 무선통신 2위로 내려앉는다면 아무래도 통신 한우물만 파는 KT 입장에서는 만회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 LG는 그룹사 상품과 묶고 지원사격을 받을 여지가 많다. 따라서 KT는 여기서 절대로 밀리면 안 된다. 아이폰 사용자 확대는 물론 AS 대행 등 서비스 개선을 실시하고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가입자수를 방어해 LG와 10% 격차를 다져놓아야 한다.


 무선통신 시장을 지킬 무슨 특효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시장이 이미 성숙해서 나눠먹기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5G 시장이 열릴 때 그룹의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서 대응해야 한다. 만약 KT가 3위로 내려앉는다면 예전의 LG텔레콤보다 더 힘들 것이다. 그룹사의 지원을 받을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사 인수로 인해 다소 연계 가능성이 생기긴 했지만 LG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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