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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14.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KT- 2

KT 2

 유무선 사업을 모두 보았는데 기타 사업들을 보면서 정리할 것과 키울 것, 새로 진출할 사업을 찾아보겠다.


 5G가 들어오면 아무래도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 늘 것으로 생각하는데 유튜브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론칭해서 KT 내에서라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네이버, 카카오에 이은 KT 동영상 서비스를 국내 3대 동영상 서비스로 키우고 방송 등 제휴 영상을 대거 도입하되 이윤을 최소화해서 이용자를 늘려야 한다. 다른 웹서비스가 15초의 의무 광고를 넣는다면 KT는 광고가 없거나 5초 이내로 줄여서 공급해야 한다.


 이것은 무선통신 사업부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동영상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이는 곧 무선통신사업의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KT는 KTH를 통해 파란닷컴을 론칭했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터넷 초창기에 포털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있었다. 프리챌 닷컴, 싸이월드(네이트), 파란닷컴, 코리아닷컴, 신비로 닷컴, 천리안 닷컴 등 춘추전국을 방불케 했던 서비스들이다.


 이 사이트들이 실패한 이유는 고유의 수익모델을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중 싸이월드만이 큰 성공을 거뒀는데 대기업 특유의 경직성으로 인해 통신사업부의 지원군 역할만하고 모바일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KT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5G에 대한 투자 때문에 여유가 없겠지만 결국에는 최종 사용자와 만나는 지점에서 승부가 난다는 것을 명심하고 동영상 포털 서비스를 론칭할 것을 권유한다.


 설비투자도 많지 않고 해 볼 만한 사업이다. 유튜브와 겨룰 수 있는 서비스가 국내에서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구글과 비교되는 카카오, 네이버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적어도 국내 동영상들을 흡수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필수조건은 개방성, 자율성이다. KT 경영진이 가진 사고의 유연성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한데 만약 다른 대기업들이 하듯이 광고만 도배하고 번지르한 사이트만 만들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기존 회사를 인수하든지 아니면 독자 구축하든지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콘텐츠 참여이다. 유튜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수익 공유 정책 때문이었다. 앱스토어, itunes도 그렇고 미국의 신규 서비스가 수익 공유 정책을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너무 경직되어있다. 

 아프리카 서비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초기에 방송서비스가 별로 없을 때 인기를 끌었지만 아프리카와 유튜브의 차이는 극명하다. 왜 더 늦게 시작한 유튜브가 세계적인 표준 플랫폼이 되었는지도 자명하다. 바로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콘텐츠의 생산에 있다. 아프리카는 크리에이터를 불러서 행사도 하고 등급도 나누는 등 매우 관리적 관점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마치 사업자가 크리에이터를 비닐하우스 재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튜브는 실버 버튼 같은 기념품을 주는 게 다고 가끔 이벤트를 하긴 하지만 유튜브 본사 차원에서 크리에이터를 관리하거나 키우거나 하지 않는다. 유튜브 서비스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자체 성장하고 있다. 일부 크리에이터가 아프리카를 탈퇴하고 유튜브로 옮긴 것도 그런 환경 때문이다.


 KT도 대기업이다 보니 의사결정구조나 조직이 경직되어있어 아프리카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보지만 투자여력은 있으므로 동영상 포털 서비스를 구축해 끈기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자료를 조사해보니 이미 KT에서는 ‘두비두’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내놨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본 것으로 나오는데 역시 앞서 말한 대로 광고만 쏟아붓고 번지르한 사이트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선발주자보다 낫던가 아니면 동일한 수준의 매력이 있어야 후발주자도 성공할 수 있다. 유튜브의 강점이 무엇인지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두비두는 과연 그런 서비스였나. KT를 사용했던 내가 모를 정도면 정말 존재감 없는 서비스였던 것 같다. 1년도 안되어 문을 닫았는데 너무 단기적 시각이었다.


 유튜브가 있는 상황에서 동영상 서비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수익구조에서 유튜브보다 나아야 한다. 광고단가는 우선 접속자가 많아야 서비스업자가 주도권을 쥘 수 있으므로 초창기에는 어쩔 수 없이 광고주에게 유리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슈퍼 챗, 별풍선 같은 것에서 나오는 수수료를 낮춰야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일 수 있다. 최근 유튜브의 일방적인 콘텐츠 심사에 반발해 백업 채널을 만들고자 하는 크리에이터가 많다. 그것을 네이버나 카카오로 넘어가게 하지 말고 KT가 받아야 한다. KT 입장에서는 동영상 사업 초창기 수익을 내지 않아도 주업인 통신에서 만회가 가능하므로 가능하면 크리에이터에게 유리하게 수수료, 광고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앱을 통해 서비스하는 것은 일단 나중의 일이다. 사이트로 승부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앱 설치율도 많이 줄었다. 이제 정말 자주 쓰는 앱 이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시대이다. 두비두는 쇼핑과 연계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키울 생각이었는데 앱 설치하는 것 자체가 귀찮은 일이다. 후발주자는 이런 불리한 환경을 감안해 최대한 사용자 불편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시장에 정착해야 한다.

MWC에서 핀테크 분야 상을 수상한 KT(출처 : KT 홈페이지)

 제휴 동영상을 많이 갖출 필요가 있는데 KT는 그런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어서 문제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명 스포츠, 게임, 공연, 쇼 등의 화제성 있는 영상도 독점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KT는 음악 서비스도 갖추고 있으므로 크리에이터에게 싼 가격으로 공급하면 좋을 것이다. KT는 동영상 서비스가 주업이 아니므로 트래픽 발생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는데 신경 써야 할 것이다.


 KT 계열사들을 보니 생각보다 개수가 많았는데 좀 살펴보겠다. 우선 KT텔레캅만 해도 보안경비업체인데 KT라는 전국 네트워크와 통신업체 기술력을 감안하면 시너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업이익은 수십억대로 생각보다 약하다. 1위인 삼성에스원이 천억 원대 이익을 내는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KT라는 대기업이 뒤에 있는데 2위 ADT캡스보다 수익이 떨어진다는 것은 분발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KT 계열사들에 대한 내부거래만 해도 상당할 텐데 3위에 쳐져 있다.


 보안경비업체는 KT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방업체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수익에도 유지할 필요는 있다. KT는 보안시스템들을 생산하고 보유기술을 적용해서 시너지를 얻어야 한다. 향후 홈오토메이션 시장과도 연결되어있는 사업이라서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적극적인 투자와 홍보를 통해 점유율을 키울 필요가 있다. 보안시스템은 웬만해서 바꾸지 않으므로 단기간에 이익이 나지 않겠지만 점유율에 따라서 장기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KT 계열사로 BC카드가 있는데 아마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2018년 9월 현재 누계로 신용카드 사용 구매실적 합계로 순위를 매겨본 결과 BC카드는 0.07% 점유율을 기록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금융 8 개회사 중 8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연 1~2천억의 영업이익이 나고 있으니 카드사업이란 매우 좋은 사업이다. 앞에서 자주 언급했지만 보험, 카드는 가입 경쟁이 끝나 있고 투자할 일도 거의 없어 무조건 남는 장사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사업을 망하게 한 LG그룹도 반성할 일이다.

출처 :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영업이익이 난다고 해도 BC는 점유율을 키워야 한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BC카드는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한때 다들 갖고 싶어 하는 카드였는데 지금은 1%도 안 되는 점유율로 추억으로 향하고 있다. KT는 최근 금융부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통신에 치중된 사업분야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여력이 된다면 인수해서 BC카드를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카드사들은 덩치가 커서 매물로 나오기 힘들 것이다. KT가 통신회사인 만큼 모바일 뱅킹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카카오와 케이 뱅크는 같은 인터넷 은행이지만 카카오 뱅크는 모바일에 매우 특화되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성적도 더 좋았다. 젊은 감각에 맞춘 카드 출시와 더불어 모바일에서 편하게 가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갖춰져 있었다.

BC카드의 QR코드 결제서비스(출처 : BC카드 홈페이지)

 케이 뱅크는 모양만 인터넷은행이지 기존 은행들과 인터페이스 면에서 큰 차이점이 없었다. 인터넷은행은 모바일에 특화해야 살아남는다. 2018년 8월 말 기준 케이 뱅크와 카카오 뱅크의 회원수가 80만:600만으로 7배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출처 : 한국일보, 2018.09.27, “인터넷은행 성적표 금리에서 갈렸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9171522771979)


 신문기사에서는 금리 때문에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것과 함께 감성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케이 뱅크는 모바일 앱 가입에서부터 사용까지 기존 은행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카카오 뱅크는 가입 과정도 단순하고 송금 과정도 매우 간편하다. 예금, 대출을 하는 사람들이야 금리가 중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인터페이스가 가장 중요하다. 


 기존 은행에서 보안카드, OTP, 인증서 등으로 사용자를 괴롭혔던 데 비해 카카오 뱅크에서는 이것이 많이 완화되었다. 그리고 카카오톡, 다음카카오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용자를 쉽게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KT를 주축으로 한 케이 뱅크는 기존 온라인 이용자 풀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기존 은행인 우리은행이 주주로 들어온 것도, 주주사가 20개에 달하는 것도 성공보다는 실패 요인에 가까웠다.


 KT가 금산분리법에 걸려 지분 보유에 한계가 있음을 알지만 누구 하나 주도적으로 총대를 매지 않는 형태는 주인 없는 기업과 비슷하다. 회원수가 이 상태라면 머지않아 고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 초창기에는 누가 먼저 규모의 경제를 이루느냐가 중요한데 케이 뱅크는 이런 면에서 완패했다.


 카카오 뱅크는 카드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이것도 의외이다. 내가 아는 여직원은 단지 캐릭터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카카오 뱅크에 가입해 카드를 발급받았다. 아마도 상당히 많은 발급 물량이 이런 이유일 것으로 보이는데 카카오 뱅크가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많은 혜택을 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들은 이런 현상을 팔짱만 끼고 보았다. 천편일률적인 카드 서비스를 가지고 안주해오던 그들에게 이런 시도는 웃음거리였을 것이다.

케이뱅크의 메인홈페이지(너무나도 홈페이지같은 홈페이지이다)

 2018년 말 기준 카카오 뱅크 체크카드 발급량이 600만 장이 넘었다고 한다.(출처 : 서울경제, 2019.03.04, “카뱅 ‘체크카드 ‘잠식’… 긴장하는 카드사”, https://www.sedaily.com/NewsView/1VGGKIF2S1) 하나카드가 1천만 장 정도이니 성장세가 엄청난 것이다.

카카오 뱅크의 홈페이지(모바일에 특화되어 실제 PC에서는 할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

 금융권의 보수성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뺨칠 정도로 공고하다. 사실상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카드시장에서 적당히 나눠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었던 기존 카드업계는 카카오의 등장을 우습게 봤을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젊은 층을 공략한 디자인을 도입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 회원수가 600만 명이라고 했으니 1인당 1 카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카카오 뱅크 카드는 인기가 있다는 것이고 어찌 보면 카드를 만들기 위해 가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KT는 금산분리법이 있는 한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있다. 자본을 늘리기도 지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KT가 은행산업 진출 전에 왜 이런 대목을 검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검토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이는 안일한 접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는 KT가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애초 인터넷은행 참여를 말았어야 했다고 본다.


 KT는 카드 사업을 좀 더 키워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고 케이 뱅크처럼 목적 없는 지분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은행을 제외하고 보험, 증권 등으로 업역을 넓히는 것은 좋다고 생각된다. KT는 다급한 입장은 아니므로 안정적인 사업을 하나하나 인수해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통신과 금융을 두 축으로 해서 그룹의 기반을 다지고 추가로 통신의 전방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업(포털, 동영상, 검색 서비스), 데이터센터를 검토할 수 있다.


 KT는 민영화된 기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통신에 의존하는 것은 그룹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처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통신분야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KT와 DNA가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쇼핑몰(예) 티켓몬스터)

 그 외의 사업들은 큰 영양가가 없어 여기서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사업구조는 전형적인 공기업식 사업부 형태이다. 포트폴리오가 없다. 4개 사업부 구성을 목표로 해서 통신, 금융 + 2개 분야를 선정해야 한다. 그것이 KT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거대기업들이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그중에 옥이 될 만한 것들을 인수해볼 필요가 있다. 


 통신과의 시너지 그리고 그룹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유리한 업종을 인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통신판매업에서 KT가 역할이 있다고 보는데 아마존과 같은 범용적 판매 사이트나 티몬, G마켓 같은 회사들을 인수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KT의 행보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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