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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19.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 두산 - 1

두산 1

 몇 년 전 재계에는 부동산 PF로 인해 촉발된 대거 부실로 대기업 건설사들의 줄초상이 있었다. 모기업까지 잡아먹는 바람에 공포의 기운이 드리웠는데 그때 거명된 기업들 중에 '3D'가 있었다. 이것은 루머 차원이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3D에 대해 소문이 무성했는데 가장 유력하게 도는 설은 동부, 동양, 두산이었다. 여기에 대성그룹이 끼느냐 마느냐 했는데 공교롭게도 D로 시작하는 기업들이 다 상황이 안 좋았다. 창업 때부터 거의 변화가 없는 대림그룹이 그나마 소문이 없었다. 소문은 현실화하여 동양은 완전히 해체되었고 동부는 금융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일가의 경영권이 어디까지 버티는지가 관건이었으나 어쨌든 살아남았다. 대신 동부는 30대 그룹에서 이탈하여 43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30대 기업 경영진단이지만 30대 기업을 모두 분석한 뒤에 여유가 있으면 60대 기업까지 분석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경제는 기업인데 기업들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난 것들이 많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성공한 자, 실패한 자의 이야기를 모두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 역시 그런 차원에서 공부하고 분석하고 있다.


 두산은 30대 기업 중에서는 안정적이었는데 여러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경영권 문제 등 분란도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두산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했는데 이때가 1896년이다. 초창기 히트상품은 ‘박가분’이란 화장품이었는데 국내 기업 중에 의외로 화장품으로 초창기 일어선 기업들이 많다. 대표적인 기업이 LG, 롯데 등이다.


 어려운 시대에도 여성의 미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남성들이 사줬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말이다. 두산그룹이 맥주를 제외하고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상품이 없는 기업인데 유명해진 것은 2005년에 있었던 형제의 난 때문이었다. 두산은 형제가 공동경영을 하는 형태였는데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특이한 형태의 경영을 하는 기업이 두산 말고도 금호아시아나가 있다. 

현재 두산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원 회장(두산가 3세 중 맞이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

 공교롭게도 두 기업 모두 형제의 난이 발생해 그룹을 사지로 몰았다. 또 다른 형제의 난이 있었던 현대나 삼성은 강력한 창업자의 의지로 그나마 해결 수순을 밟았으나 이 두기업은 그러지 못했다. 롯데에도 형제의 난이 있었는데 신동빈 회장이 워낙 기반을 다져 놔서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그러고 보면 오너경영의 위험성은 이런 부분에서 상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국가도 마찬가지인데 강력한 통치권을 가진 왕이나 특출 난 독재자 한 명이 통치하는 것이 효율적인 면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의 통치가 끝난 다음이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고 총명함도 나이와 함께 사라진다. 국가와 기업은 영속해야 하는데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


 오너경영이라도 부모가 있을 때야 그나마 형제들이 지시를 잘 따르고 갈등도 조정되지만 부모가 없을 때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형제 중에 돌아이라도 한 명 나오게 되면 기업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동양적 유교사상에 기반한 우리 기업들의 오너경영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과연 어느 기업이 가장 먼저 이 틀을 깨고 나오는지 지켜볼 일이다. 


 두산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은 형제가 공동 경영하는 관습에서 비롯되었는데 두산의 선대회장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우리네 자식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형제의 난을 이미 겪은 이건희 회장이 일찌감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고 자식들에게 그룹을 찢어서 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삼성에 만약 아들이 한 명 더 있었다면 이건희라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현대에서는 정몽헌 회장이 사망하고 현정은 회장이 경영을 승계하는 바람에 정 씨 가문에서 현 씨 가문으로 그룹이 넘어가는 기현상도 나왔고 역시 가문 간 경영권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유교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합리성을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CEO가 죽는다고 아내가 대신 기업을 맡아서 한다? 무슨 가락국수 집도 아니고 이게 가능한 일일까?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현대 말고도 한진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두산그룹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데 그룹에 확실한 캐시카우가 보이지 않고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중력 사업들인 중공업, 건설들이 산업적으로 불황기인 것이 이유이다. 형제의 난 이후 그룹의 위상 회복은 아직도 더디기만 하다.

OB맥주의 주력 브랜드 카스(출처 : 동아일보)

 두산 하면 OB맥주가 중심이었고 캐시카우였지만 현재는 세계적인 주류회사인 AB인베브에 매각되었다. B2C 사업의 핵심인 주류사업을 매각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을까? OB맥주가 하이트에 뒤지는 상황에서 그룹 체질개선이란 명목으로 매각되었는데 이 결정에 대해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OB맥주는 다시 하이트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40%대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을 볼 때 두산의 판단이 근시안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브랜드가 ‘카스’로 바뀌고 주류전문기업이 경영하고 있다는 차이도 있지만 두산은 왜 하지 못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두산의 위기는 OB맥주를 매각하고 중공업 위주의 판을 짠 탓이 크다. 중공업 경기가 좋지 못하자 바로 그룹 전체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제조업 중에서 특히 B2C는 투자는 많이 들어가지만 비교적 꾸준한 수익성이 있기 때문에 보유해두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몇몇 대형 업체의 수주에 의존해야 하는 중공업은 경기 하강 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지만 소매 중심의 B2C 사업은 경기가 나빠져도 급전직하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나 주류사업 같은 경우 불황에도 판매량이 꾸준하다.


 이런 상황을 보면 혹시 선대 박두병 회장이 차기 경영자를 고를 때 아들 중에 특출 난 녀석이 없어서 형제들이 지혜를 모아 공동 경영하라고 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만약 이런 이유라면 선견지명이라고 하겠다. 여하튼 현재 두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캐시카우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반적인 산업분야를 볼 때 대부분의 캐시카우 사업들은 B2C 사업에서 나온다. 자동차, 반도체(기업에 팔지만 사실상 개인의 수요에 달려있다.), 휴대폰, 통신 등 이런 사업들은 개인을 상대로 판매를 한다.

담수화 설비(출처 : 두산 홈페이지)

 두산 홈페이지에 나온 계열사 분류를 보면 크게 Infrastructure Surpport Business(ISB), Consumer & Service Business(CSB)로 나와있다. 언뜻 봐도 사업부 구분이 애매하다. 독립적인 사업부 방식도 아닌듯하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사업분야를 나눠놓으면 사업별 시너지나 경영실적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CSB는 그냥 보기에는 마치 B2C 같지만 여기에 원자재, 전자부품 계열사도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만 봐도 이게 공기업인지 사기업인지 지향하는 경영비전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지배구조인 (주)두산과 (주)두산중공업으로 구분해 보는 게 더 간편하다. (주)두산에 CSB 쪽 사업이 몰려있고 두산중공업에 ISB 사업이 많이 있다. (주)두산중공업이 영업이익 1조 원대로 (주)두산보다 10배 이상 크다. 두산중공업의 주 수익원은 발전분야이다.


 기계나 엔진 등을 자체 생산하고 많은 노하우가 쌓여있어서 발전사업을 하는 데는 최적화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원전사업이 올 스톱되면서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풍력, 태양광 등으로 갈아타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정치적 결정으로 원전사업이 축소되었지만 정치권의 결정에 따라 이것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사안이다. 

원전 신고리 3,4호기(출처 : 두산 홈페이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중공업을 이런 단편적인 시각으로 운영해서는 안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기술력을 버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 국가 브랜드가 많이 필요한 것이 원전사업이라서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늘 탈원전 꼬리표가 붙기 때문에 해외사업도 여의치 않을 것이지만 원전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전기수요도 더욱 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수요보다 전기 수요가 급증할 것인데 이런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원전 암흑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인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중공업은 경기를 타기 때문에 이런 불황기를 버텨낼 수 있어야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두산이 형제의 난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 건설 불황 등을 겪으며 많은 현금을 소모해서 이런 위기를 버틸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나쁜 일은 항상 함께 온다고 하지 않는가? 가장 체력이 약할 때 위기가 왔다. 그래서 OB맥주 같은 효자사업을 가지고 있으면 좋다는 얘기를 한 것인데 지금 말해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럼 타개책은 무엇이 있을까? 두산은 지금 위기를 버티는 것만 해도 힘들 것이다. 다른 데 투자할 여력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나는 지금이야 말로 두산이 제대로 된 체질개선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유휴자산과 곁가지 사업들을 정리하여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정말 위기가 왔을 때는 매각을 해도 늦는다. 지금까지 사라진 많은 대기업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위기를 앞서 예견하고 체질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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