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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26. 2019

30대 기업경영진단 - 두산 - 2

두산 2

 두산은 오랫동안 병을 알아온 환자처럼 기초체력이 약화되어있다. 얼마나 더 갈지 모르는 불경기와 싸우기 위해서는 체력보강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해야하는데 매각 가능한 계열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두산 내부정보가 없으므로 여기서 분석하는 것은 다소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독자 여러분은 감안하시기 바란다.


 우선 두산매거진, 두산베어스등은 매각이 필요해 보인다. 두산매거진은 원래 두산동아가 계열사로 있을 때는 어느정도 시너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잔재만 남아서 사업적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두산베어스는 OB베어스부터 시작한 그룹의 전통적 홍보채널이지만 중공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때에 프로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것 역시 OB의 잔재일 뿐이다.


 두산을 분석하면서 경영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B2C사업을 정리하면서 수익도 나지 않는 프로스포츠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두산바이오 역시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두산이 중공업을 하고 있고 전지사업등 화학분야와 비교적 연관이 있지만 이런데 투자할 돈이 있다면 B2C사업을 보유하라고 권하고 싶다. OB맥주 재매각설이 흘러나오는데 다시 사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가장 최근에 6조원대 매각가를 기록했으므로 두산이 지금 도전하기에는 너무 높은 산이 되었다.

두산 담수화시설(출처 : 두산 홈페이지)

 두산바이오는 두산의 입장에서 화학계열사도 변변치 않은데 아직 도전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오리콤, 한컴이라는 광고회사도 있는데 매거진 계열사와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전부 매각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두산은 B2C회사가 아닌데 왜 소매고객들을 직접 대면하는 계열사를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글의 첫부분에서 두산의 계열사만 보고서 경영 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뜻이다. 계열사들이 한가지 비전아래 통일된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OB맥주는 매각하고 고객 홍보를 위한 두산베어스, 오리콤등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두타몰(패션쇼핑몰), 면세점등도 두산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만약 두산이 구조조정보다는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계열사들을 두어도 좋다. 가능하면 B2C계열사를 인수하여 외형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지금은 암흑기이므로 견딜 체력을 보강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전면을 일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산 정보통신이라는 계열사도 두산이 계열사가 수십개되는것도 아닌데 과연 필요한가 의문이 생긴다. 내부 IT를 수주받아처리하는 이런 계열사는 보통 대기업마다 하나씩 있지만 시너지로보면 소매, B2C사업을 하는 그룹에 더 크다. 왜냐하면 B2C는 고객관리가 기본이고 고객과 소통, 대면처리 를 위해 IT가 핵심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재무처리, 서비스관리등에 이런 인프라가 필요하다.

두산 건설장비(출처 : 두산 홈페이지)

 (주)두산에서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부분이 전자부품과 모트롤(유압펌프관련 계열사)인데 둘다 B2B사업으로 두산중공업으로 편입되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 두산으로써는 향후 50년을 대비해 그룹의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질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고 나면 강력한 체질을 기반으로 그룹을 확장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삼성같은 회사도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는 혁신을 한다. 두산은 이런 혁신을 열번이라도 해야하는 입장에 있다. 향후 몇년간은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경기회복 시점에 B2C계열사를 추가하여 중공업과 함께 양 날개로 삼아야한다.


 이제 두산 주요 계열사 몇 군데만 보고 분석을 마치고자 한다. 그룹의 가장 중심인 두산중공업을 먼저 보면 크게 발전, 담수화, 건설 부문이 있는데 매년 합쳐서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바뀌었는데 국내에서 탈원전이 추진됨에 따라 원전에서 강점을 가진 두산중공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워낙 단순하고 중공업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있어 핵심사업이 수익성이 악화되면 그룹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두산건설을 어떻게 할지 두산으로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건설은 중공업과 연계성이 있는데 플랜트를 많이 짓는 발전, 담수화등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하강과 분양실적 저조로 부채비율 및 재무상태가 악화되어있다.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통해 개선의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추가 구조조정 여력이 별로 없는 점이 문제이다.


 건설업의 특성상 수익성, 재무구조가 널뛰기를 하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도급순위 17위인 두산은 주택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도, 브랜드 입지도 만들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부채비율이나 영업실적을 볼 때 심각은 상황은 아니지만 위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상황인지는 불투명하다. 두산그룹 전체의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어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두산건설에서 지은 두산위브더 제니스(출처 : 두산 홈페이지)

 두산건설은 이대로가면 주택시장 부문에서 손을 떼야할 수도 있다. 다른 기업같으면 여러모로 시너지를 생각해볼 텐데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너무 위축되어있는 상황이라 다른 사업과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 2018년에도 5천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출처 : 뉴스핌, 20190216, “넘어야할 산 많은 두산…극적 개선은 불투명”, http://www.newspim.com/news/view/20190215000787)


 당기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으로만 보면 소규모이지만 수백억단위 흑자가 나고 있다. 이것이 불황형 흑자인지 진짜 영업을 잘해서난 흑자인지 알수 없지만 일단은 건설부문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대신 그룹의 기초 체력 증가를 위해 다른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꾸준히 해야한다. 중공업의 불황이 그리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도록 미리 현금확보를 해 둬야한다. 현재의 두산 사업구조는 유연성이 없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파도가 치면 파도를 넘어가는 수 밖에 없다. 


 두산이 면세사업을 시작했는데 면세사업은 당연히 남는 사업이므로 하면 좋겠지만 두산 사업구조를 볼때 왜 갑자기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좋은 사업이지만 그룹내 시너지가 거의 없고 사업초기에는 많은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산의 규모를 볼때 신라, 롯데를 제칠정도로 성장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두타면세점(출처 : 두산홈페이지)

 영업이익은 나고 있지만 지향점이 없는 구색맞추기, 돈되는 일이면 일단 뛰어들고 보는 생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업이 신규사업에 뛰어들 때는 어떤 비전과 지향점이 있어야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두타몰같은 유통사업이 기존에 있기는 했지만 이 역시 중국보따리상 위주의 사업으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면세점 사업과의 연관성이 어느정도인지 의문이다.


 두산은 신분당선 지분도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아깝지만 매각해야될 필요가 있다. 두산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될 판이다. 진짜 체질개선은 OB맥주를 매각할때가 아닌 지금 이뤄져야한다. 우선은 현금확보, 부채비율 낮추기가 급선무이고 불황기만 빠져나가면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공업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B2C사업과 적절히 믹스해야한다.


 우선은 대규모 투자없이 꾸준한 수익이 가능한 금융산업 진출이 필요하다. 네오플럭스라는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데 두산가문이 금융산업에 관심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위기탈출을 한 다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계에서는 꾸준히 매물이 나오고 있으므로 인수에 성공한다면 성장엔진으로 적극 키워보면 좋을 것이다.


 30대 기업가운데 13번째로 분석하는 기업인데 앞서 분석한 기업중에는 이렇게 사업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없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현재 잘되고 있는 중공업에 안주한 원인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주류사업을 매각한 것도 실책이었다. 그룹이 중공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중공업자체가 변동성이 있어서 불황기마다 그룹은 위기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두산은 건설로 인해 촉발된 위기를 넘고 발전부문의 암흑기또한 견뎌내야한다. 위기를 꼭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위기를 거칠 때마다 기업의 효율성은 배가 되고 강한 체력을 지닌 기업이 된다. 그리고 불황기에서 살아남는 순간 생존자들끼리 시장을 누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은 IMF의 터널 속에서 더 강한 기업이 되었고 LG텔레콤도 만년 3등의 설움을 벗고 최근 도약하고 있다.


 영원한 기업이 없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은 기업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산은 이번이 사업구조조정의 절호의 기회임을 인식하고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아낌없이 핵심자산만 남기고 매각해야한다. 경영자는 기업의 외형적 성장에 큰 자부심을 느끼지만 그것도 회사가 살아있을 때 일이다. 두산은 지금 외형이 쪼그라드는 것에 대해 자존심 상해할 필요가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 더욱 강한 기업이 되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는 순간 날아 오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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