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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내이팅게일 Jun 14. 2022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서'



고백한다, 끝나는 게 두려워 나는 사랑에 전부를 걸지 못했다. 딱 살 만큼만 사랑했다. 하지만 막상 헤어지고 나니 살 수가 없었다. 곁에 있을 땐 소중함을 모르더니, 헤어지고 나니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사람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가혹했던 사람은, 아버지 당신이었습니다. 어려서는 가혹한 제 행위에 엄청나게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죄의식도 없었고, 후회도 없었습니다.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서'



당신을, 사실은 나를 깎아 내리는 말들은 관심이 필요해서, 사랑받고 싶어서 했던 아우성이었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아닌 아빠는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었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이 아빠에게 너는 누구보다 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다그쳤던 것 같다. 그만 채찍질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아빠가 항상 할아버지에게 바라던 따듯하고 포근한 '아버지의 등'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말하지 말고, 내가 각박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라.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서'



참 나는 많이도 미워했다.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나만 아팠고 피해의식으로 가득 차 사랑을 구걸하는 그런 놈이었다. 각박한 삶 속에서 나는 내 아픔에 둔했고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다. 나는 정상이라고 말하면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나약하고 세상에 뒤쳐지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약자를 짓밟고 번번이 승자만이 되려고 했다. 나는 상처에 관대하지 않았고 상처를 자유롭게 바라보지 못했다. 타인의 말에는 쉽게 화를 내고 마음 졸이면서도, 정작 내가 하는 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처한 상황을 탓하고 남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걸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하지 못한 거라고 합리화했다. 사실은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사랑하지 않았던 건데.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세월을 보내면서 그것을 깨닫는다. 나도 한 겁쟁이 꼬맹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세월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세상이 나를 등급 매기고 가치를 평가할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자.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떠나자.



'인생은, 사랑하면 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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