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자살 사건_최승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눈 사람은 무럭무럭 김이 피어오르는 욕조 안에서 누구를 생각했을까?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을 주지 않았던 대상일까
사랑하고 싶었지만, 사랑하지 못했던 대상일까?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받지 못했기에, 사랑하고 싶었지만 사랑을 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오랫동안 추위 속에서 눈사람은 어떻게 버텨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끝에 눈사람은 왜 비극을 선택했을까
자신을 녹이는 것을 알면서도 따뜻함을 선택했던 눈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의 삶은 이성적인 판단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따뜻한 안식처를 끊임없이 찾아간다.
다음에는 내가 그 편안함이 되어주고 싶다.
너와 내 안의 내면 아이 모두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나는 기다린다.
눈이 녹으면 봄이 되는 것처럼 따뜻한 물에 다 녹아버리길 오늘도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