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다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못했네
목욕하면서 노래하지 않고 미운 사람을 생각했었네
좋아 죽겠는데도 체면 때문에 환호하지 않았네
나오면서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정채봉,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종교가 없기에 '하느님을 잊은 시간'만 제외하면, 한 구절 한 구절 시선과 마음이 오래 머문 시였다.
언젠가부터 꽃을 보고, 새소리를 듣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본 지 기억나지 않는다. 작은 순간들에 흥이 나 노래를 부르지도, 내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을 잊은 채, 체면과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사로잡혀 배려와 여유는 잊고 살아간 지 오래되었다. 그저 달렸다. 행복하다고 스스로를 기만했고, 뒤를 돌아보는 건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넘어졌다. 피가 나고 뼈가 살을 비집고 나왔다. 고통을 느끼고 주저앉아 울기에는 창피했고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부딪쳤다. 결국 주저앉는다. 왈칵 눈물이 난다. 너무 아파 비명조차 나지 않는다. 내민다. 누군가 내민 손이 허공을 가른다. 항상 주변에 머물 것만 같던 수많은 손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래 다 괜찮다, 스스로 다독여 본다. 눈과 귀를 통해 시간의 지나감을 느낀다. 천천히 아물어가는 상처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악착같이 달렸을까? 이제와 스스로 건네는 어설픈 위로가 한 구절 한 구절 시선과 마음이 오래 머문 이유였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시간과 함께 늙어가는 거라고,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리며 사라진 나의 옛날은 그 순간에 묻어두라고. 그러나 지금 나의 현실은 굳어버린 시멘트 위의 발자국처럼, 내 시간 위에 너무 짙은 인(印)으로 박혀있다. 아직은 잊어버리고 묻어두기에는 아프고 시린 기억들이 있나 보다. 얼마나 수많은 나의 어리석음을 자책하고, 스스로 슬프게 하는 하루들을 지나가야 나는 나를 이해하고, 행복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그저 오늘 나를 슬프게 하는 건 결국 이 생각의 연결고리를 멈추게 하지 못한 사부작거리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