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살다 보면 그저 바라만 봐도 두려워지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 모든 두려운 것들은 용기가 없어 그저 시도해보지도 못한 일들일뿐, 사실 막상 마주하면 우리 모두는 그 두려움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다.
'불위야 비불능야 (不爲也 非不能也)' 맹자가 제선왕과의 대화에서 한 말로,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우리가 무언가 하지 않는 이유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통찰을 준다.
2019년, 30억의 빚을 진 이후 나는 2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두려움으로 가득한 동굴 속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리고 2021년, 1년 동안 글을 쓰며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토해냈다. 여전히 나는 두렵지만, 이제는 한 걸음씩 걸어 나와 2026년의 오늘을 마주한다. 어느덧 7년째다. 여전히 나는 '30억 빚'으로 인해 갈라진 인간관계를 비롯해 사회인으로서의 평범함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후불 교통카드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날아오는 독촉 고지서들과 씨름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저마다 삶의 무게는 다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언제나 내 삶의 무게다. TV 속 드라마처럼 수십 억의 빚을 단숨에 갚는 기적은 흔치 않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서일까, 홀로 서 있는 시간이 죽을 것같이 버거울 때면 나는 산에 올랐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도저히 앞을 보고 허리를 펴고 나아갈 수 없어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 때면, 한참이나 바닥을 바라본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사이로 작은 분주함이 보인다. 사람의 발을 피해 먹이를 나르는 개미들, 저마다의 속도로 춤추며 자라나는 풀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오르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듯, 정상에 다가갈수록 오르는 속도는 더뎌지고 숨을 고르는 횟수는 셀 수 없이 많아진다. 천천히 쉬어가도 괜찮다. 다만 저 끝에 내 발자국을 남겨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뿐이다. 정상 앞에서 뒤돌아서는 바보가 되지 않겠다고 되새기며, 지금 이 시간이 추억(追憶: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 될지, 추억(醜憶: 누추한 기억)이 될지를 내 손으로 써 내려간다.
힘차게 출항했던 지난날의 항해는 이미 거친 태풍과 함께 시간 속으로 가라앉은 타이타닉이다. 상처가 다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항해를 준비하는 나를 보며 걱정하던 눈빛들은 이제 무관심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나는 다시 나아가야 한다. 이번 항해는 느리고 더디더라도 훨씬 튼튼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어떤 태풍과 어둠을 만나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을지라도,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은 나 혼자서 가야 함을 안다. 가깝든 멀든, 둘이든 셋이든,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의 종착점은 오롯이 나의 발자국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이제 나는 안다. 이 지도 없는 항해 속에 커져가는 불안이, 결국 나와 평생을 함께할 가장 솔직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오늘도 내 안의 '불능'이 아닌 '불위'를 경계하며, 사부작사부작 다음 항로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