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군인 무함마드 2

사막생활을 이놈과 함께

by 임모씨

30년전 리비아에서 근무를 했던 어느 젋은이가 겪었던 이야기를 써봅니다.

어느곳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찾지 못하여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이런 세상도 있었다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녀석(이라고 하기엔 나보다 열살은 더 먹어보이는 아저씨였다)이 가져온 내 시련(?)은 뜻하지않은 선물도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 데면데면하고 밥먹을때 마주치면 눈인사나 하던 다른 캠프 식구들이 나를 달리 보게 된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가끔씩와서 삥뜯기던 우리 캠프의 꽤나 큰 골치거리였던 그녀석을 누군가 처리(?)할 사람이 생겼다는 안도감들을 주었던것 같다.

그리고 사무실 식구들은 대학원씩이나 나온놈이 과연 우리의 말이나 듣기나 할것인가, 업무는 어떻게 시키나 하는 얼토당토하지않은 우려를 하고 있었다는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고, 정비소쪽 반장님들은 아예 나를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던 참이었다는것도 나중에 들었다. 지금과 다르게 30년전에는 그게 꽤나 큰 타이틀이었나보다.

그러나 내 인간적인 쌍욕과 어린놈이 갑자기 와서 당한 봉변에 또한 인간적인 연민, 그리고 듣던것보다는 나름 같이 말을 섞을만한 놈이었구나 하는 자기들끼리 만들어 놓은 벽을 부수어준 계기가 되었다.

그날 이후 부쩍 나에대해 잘 해주시려는 모습들이 보였고 밥을 먹고 늘 그렇듯 작은 연못에 가려하면 반장님들이 말도 걸어주시고 사무실에서는 나에게 이것저것 자상하게 알려주시는 사무실 식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자발적 왕따에서 나름 무리에 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던 것이었다.


그 즈음 저녁식사를 마치면 다 같이 모여 술을 간단히 먹으며 한국에서 온 비디오들을 같이 보는 휴게소를 그냥 혼자 방으로 가는대신 방향을 바꾸는게 자연스럽게 되었다.

하지만 무함마드에 대한 대책은 아직도 세워지지 않았고, 이녀석의 일은 어떻게든 내가 해결봐야할 문제였다.

그 즈음 우리 상위단위인 사업소에서 일하는 잘 나가던 선배 아랍어사원을 만나게 되었다.

선배로서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던것도 있고, 겸사겸사 이런저런 일들을 보러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배에게 무함마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자문을 구했다.

그가 이야기 하는것은 생각보다 심플해서 놀랐고, 과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의심도 들 정도였지만, 나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역시 리비아에서 잘나가는 사람이라 다르구나 싶기도 했고, 나도 저렇게 잘 나가야지 하고 다짐했다.


L과장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대수로공사를 위해 특별하게 설립된 경비군 소속으로 고위장교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놈이라고 했다. 그리고 각 캠프마다 배치되어있는 경비군인들을 통해 한국인이 뭔가 잘못했던 일들 (자세하게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다)을 알고나서 어쩌다 한번씩 와서 이를 협박하고 한국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는 자기가 원하는 물품들을 뜯어다가 사적인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었다.


그깟 설탕, 커피따위가 무슨 돈이 되겠냐고 하겠지만 그당시 리비아는 지속적인 경제제재로 인하여 이런저런 생필품들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자급자족이나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삶을 사는 나라였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들의 캠프에는 모든 생필품들이 그들의 눈에 보기에는 넘쳐나는 노다지같이 보였을것이다.

두루말이 휴지도 돈이 되는 그런 상황이니 무함마드 입장에서는 각각의 캠프를 돌면서 이렇게 삥을 뜯어 돈을 버는것이 얼마나 꿀빠는 시간이었을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현지인들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워낙에 캠프가 사막한가운데 떨어져 있는데다가 제일 가까운 마을에 가려하면 적어도 한시간 이상은 가야 우리나라로 치면 오지의 마을 수준인 시내(?)가 나오는 그런 상황이었으니, 심지어 예전엔 만주에서 맹위를 떨치던 마적떼의 모습으로 캠프를 습격하는 현지 도적떼들로 인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큰 손해가 공사가 시작된 이래 적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 원청은 리비아 정부에 이에 대한 대책을 요청했고, 리비아 정부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수로공사 프로젝트를 위한 경비대를 따로 만들어 각 캠프마다 무장군인들을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던 것이다.

무함마드는 그 조직의 일원이었고, 나름 고위장교의 운전 및 보조역할을 하며 각 캠프를 돌아다니는 일을 하다 우리 캠프까지 온것이었다.


어느 평화롭던 저녁시간이 끝나고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피며 심심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던 그때였다.

또 다급한 목소리로 방송이 캠프에 울리기 시작했다.

나를 찾는 L과장님의 목소리였다.

대충 그놈이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는 보고 싶지않은 그 소도둑놈같은 외모를 생각하니 짜증이 밀어닥치는 손동작으로 거칠게 담배불을 끄고는 예의 그 쌍욕을 하면서 사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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