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니네나라 깨꼴락?

국가부도의 날

by 임모씨

동아랭귀지로만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청소차를 모는 베트남 근로자 '뚜 아저씨'와 대화중에 '마이마더 깨꼴락'이란 말을 듣고서 화들짝 놀라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다만 방법이 없었던것이 당최 이양반은 지극히 한정된 동아랭귀지만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하다보니 작업지시 이외에 더이상 깊은 이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가 다시 그시절로 돌아간다면 깨꼴락은 그렇게 쓰면 안된다라고 구글을 통해 찾아서 보여줬으면 어쩔까 싶을정도로 그때 내 기분은 안타까움이 웃김보다 컸었다.

이양반은 베트남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헐랭한 이미지였는지 나이를 많이 먹은 축에 속하는데도 다른 어린 근로자들이 그를 어려워 하거나 나이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눈치는 아니었고, 눈치또한 없는 이미지여서 다른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튀었다.


우리가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통로는 일주일이 지난 신문이나 일주일 지난 뉴스를 녹화한 어쩌다 한번씩 오는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매일같이 방문하는 장성의 캄보이 반장님이 사무실에 앉아 티보이가 타주는 다방커피를 마시며 몇마디 던져주는 그런 조선시대 봉화같은 통신의 환경밖에 없었다.


매일 매일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이었다.

매일 함께 조회를 하는 태국 근로자들의 분위기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그나마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태국 포맨에게 풍기는 분위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힘이 쭉 빠져있고, 사무실에 앉아서 뭔가 고민이 많아 보이는 그런 눈치였다.

포맨의 이야기로는 태국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나라가 망했다는 소문이 있다는것이었다.

자기들끼리 전해지는 소문이니 나는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얼마지나지 않아 태국 기사들이 '타일랜드 깨꼴락'이라는 이야기가 나에게 까지 들어왔다. 그 뒤로 아시아 경제위기가 태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신문이 배송되기 시작했고 태국 포맨을 비롯하여 많은 태국 근로자들은 누가봐도 느낄만큼 자국의 경제붕괴를 표정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만해도 남의집 불구경하는 느낌이었고 여느 평범한 하루를 보내듯 새벽에 일하러 나가고 늦은 오후에 저녁을 먹으며 무뚜반장은 싸데기를 먹었고 저녁엔 휴게실에 모여 비디오를 보며 놀다가 잠을 청했다.

그 돌아오는 휴일엔 가장 많은 수의 태국 근로자들이 전화국으로 향했고 침통해하는 표정으로 휴일을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날 장성 반장님이 전해준 말은 우리나라도 똑같이 망했다라는 상당히 어설픈 이야기에 캠프가 뒤집혔다. 그리고 그 막연한 '망했다'라는 말이 점차 날짜지난 신문이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시간차를 두고 실체적인 공포로 체감되기 시작했다. 결국 IMF라는 그전엔 듣도 보도 못한 국제기구가 우리 가슴에 트라우마로 그 먼곳에서까지 남기는 사건으로 가슴에 새겨졌다.


그냥 망했다라는 말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어찌 해볼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서의 공포와 한국에 두고온 식구들의 안위에 대한 공포가 겹쳐지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것인가에 대한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이 캠프를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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