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진정한 친구 싸데기 2

리비아 CSI

by 임모씨

싸데기건 볼떼기건 술은 술인지라 이로인해 어떻게든 사고가 크고작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다만 돈을 벌기위해 자원해서 들어온 외국이기 때문에 서로 쉬쉬하며 넘어가고 그것이 지나치면 결국엔 '귀국조치'가 형벌처럼 가해진다.


우리캠프였는지 장성캠프였는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떤 조선족인원이 평소에 말썽이 많았다는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동료 조선족들역시 이인원과 함께 일하는것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유는 도난에 관련된 것과 주변 인원들과의 트러블이 너무 많은것으로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 이런 사람이 있다면 업무와 캠프생활에도 큰 지장을 준다.

이런 요인들을 제거하고 일에만 집중하게 하는것도 한국인 관리자의 임무였으며, 이쯤 되었다면 평소 그의 행실과 평판, 그리고 업무수행이 얼마나 개판인지 알 수 있다.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는 인원이 한국인들에게도 보일정도라 할지라도 자신들 내부에서 어떻게든 해결보려 하는경우는 있어도 이런식으로 민원까지는 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즈음은 굳이 샤리프 알리 아저씨를 부르지 않고도 리비아 운전기사를 데리고 경찰서를 가든지, 병원을 가든지 간단한 사고처리는 해결보는 단계가 되어있었다.

캠프에서도 이런 인원을 처리하는것을 굳이 노무관련 업무로 처리하려 하지 않았고 '형사'관련 업무로 처리하고자 했다.


숙소점검을 불시에 실시하여 이 인원이 당연하게(?) 지니고 있던 싸데기를 발견하고 압수한 후 이걸 경찰서에 신고하는 업무였다.

리비아에서는 음주, 주류보유등 술은 무조건 불법이기 때문에 이 인원의 귀국처리를 리비아 당국에게 맡기는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몇번 봤다고 낯이 익은 경찰과 도란도란 조서를 꾸미고 그걸 확인하고 우리가 압수한 증거물을 넘기고 연행까지는 순식간에 처리가 진행되었다. 당연하게도 이 인원은 구치소로 수감되었고 이 인원은 재판없이 현행범으로 귀국조치를 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서류작성을 위해 경찰서를 방문하였는데 리비아 경찰들은 이 조선족 근로자의 전공에 맞추어 구치소 청소를 시키고 있었다. 그 말썽꾸러기 인원이 후줄근한 회색 동아유니폼과 찌그러진 동아모자를 쓰고 감빵 구석구석 꼼꼼하게 쓸고닦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는 경찰아저씨가 내민 서류에 싸인하는것으로 이 일을 마무리 하였다.


삼국인들이 리비아에 오기 위해서는 각국의 리쿠르팅 에이전트들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고, 후진나라일수록 적지않은 보증금을 내야 하는것을 들어서 알기에 이 인원이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지 감이 잡혔다.

그 기간도 채우지 못한다면 감당해야할 경제적인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끼리는 'C발람땅'이라든지 'she발노마'라든지 욕지거리는 할 지언정 어떻게든 안에서 해결하고 묻어버려야 했고 가급적이면 뭉개고 얼버무리고 그런식으로 해결을 보았다. 그나마도 되지 않을 정도면 조신하게 빗자루질을 하던 겉모습과 다르게 이 인원은 얼마나 큰 잘못을 하며 이 시간을 보낸것이었을까?


첨부된 서류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리비아 CSI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 압수된 싸데기의 알톨도수는 46도였다는것이다.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던 우리 곁의 친구의 도수를 결국 이를 금지했던 리비아 당국이 밝혀준 셈이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싸데기를 마실때마다 46도짜리 리비아 과학수사대가 보증해준 술이라며 한동안 주변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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