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직원들과의 첫대면
내가 캠프로 발령받은 후 나와 함께 일할 J과장은 나를 이곳저곳 안내를 해주며 반장님들과 직원들에게 인사를 시켜주셨다.
그리고 삼국인들 숙소를 보여주며, 설명도 해주셨다.
삼국인이라... 그렇다면 일국인, 이국인도 있다는 이야긴데 그게 무슨 개념이었을까?
아무튼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뿐만 아니라 9월의 리비아는 낮에는 타는듯 덥고 저녁에는 꽤 만만찮게 서늘해지는 전형적인 사막기후로 몸이 적응을 하려는지 모든일에 집중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드디어 삼국인숙소보다 좀 더 좋아보이는 가건물로 안내하더니 현판을 보여주시며 '이곳이 리비아인들 숙솝니다.' 라고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긴장시켰다.
라면박스 크기의 현판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DAMEL.
Dong Ah Middle East Limited
왠지 이름이 가가멜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뿜어내는 기운의 음침함이 나를 위축시켰지만 뭐 그냥 그런가 했다.
그리고 옆으로 가니 왠 깡마른 흑인 아저씨가 뭔일인가 싶어 나오다가 우리를 마주쳤다.
그에게 늘 그랬듯 왠만한 현지인보다 유려한 발음으로 아랍어인사말을 한번 날려주고, 흠칫놀라는 그에게 2연타로 이름은 뭐냐, 어느나라에서 왔냐 물어봤다.
그의 이름은 압둘라, 그리고 수단에서 온 사람이었다. 여기서는 리비아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내 유창해보이는 인삿말이 나오자 잘걸렸다는 식으로 나에게 뭔가 불만사항인듯한 말을 계속 나에게 쏘아댔지만 이미 바닥이 나서 더 나올 아랍어가 바닥나버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또다른 유려한 인삿말중의 하나인 잘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더 말을 이어가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떴다.
그런 모습을 본 J과장은 나에게 경외비슷한 눈초리를 보내고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지금은 리비아 기사들이 다 운행을 나갔으니 나중에 따로 인사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J과장의 말에 따르면 캠프의 가장큰 골칫거리는 이놈들이라고 했다. 당체 말을 듣지 않고 관리도 안된다고 한다.
앞으로 내가 맡은 일이 이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한다.
나 자체도 관리가 안되는 이곳에서 저사람들을 내가 관리한다고?
내가 참여한 공사는 리비아 대수로공사 2차공사고 1차공사가 성공적으로 완료한 후 2차도 동아컨소시엄에서 수주한 후 리비아에서 기술이전을 요청하여 리비아 현지인들이 공사의 일부분에 참여하여 실제로 캠프생활을 로테이션으로 하고 있었다.
물론 여기를 주도하는 인원인 한국인이나 다른 외국인들과 동일한 퍼포먼스는 기대하지 않고, 다만 방해만 안돼도 정말 고마운 일이라는 듯한 눈치였다.
그날 오후 다시 그곳을 찾아가 리비아팀 포맨(십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나보다 대여섯은 많은 듯한 인상이지만 산만한 덩치에 놀랄만큼 잘생긴 사람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듯 대화(?) 내내 눈을 깔고 하고 싶은 말을 수줍은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모르게 겉도는 느낌이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하는 내용은 우리의 관리가 잘못되어 일하기가 곤란한 점이 많고 그 불만을 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계속했다.
나름 2국인인데 1국인인 한국인들은 도시와 천키로나 멀리 떨어진 이 외딴곳에 몰아넣고 대접도 3국인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 식재료지원과 샤워시설(개별 칸막이가 없음. 아랍인들은 타인에게 노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한국식 업무등등 일일이 내가 못알아듣기도 하고 업무도 모르니 일단 잘해보자하고 나오긴 했지만 내 앞날이 이 사람들덕에 순탄하진 않겠구나 생각했다.
이들은 두명의 포맨과 스무명정도가 두팀으로 나뉘어 2주동안 근무하고 나머지 2주는 고향 벵가지로 돌아가 쉰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주변에 있던 기사들과 인사를 했는데, 가히 좋지 못한 첫인상과 위압감에 난 한없이 쫄았지만 안그런척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처음 봤던 수단 주방장 압둘라가 내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막아서며 식사용 빵을 마을에서 차를 보내 사와달라고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짜증을 냈다.
그나마 이 사람은 표준말을 써주는 사람이라 내가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짜증을 표준말로 유려하게 해대는게 나역시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빵이라면 캠프에서 만들어서 먹는 빵이 있는데 그걸 주니 리비아 인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것이다.
이 일을 윗분들에게 이야기 해봤는데 이놈들을 위해 인원을 매번 백키로나 떨어진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서 빵을 사오는것이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그걸 이제 막 캠프로 온 내가 무어라 할 수 있는것이 아닌지라 압둘라에게 설명을 해줬는데 나한테 기대는 하지 않았다는 듯이 무시하는 말투로 뭐라고 짜증을 내는데, 그냥 나도 무시하고 돌아오는게 두번째 만남이었다.
한 며칠 그들과 마주치면 데면데면 인사를 나누었지만 서먹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며칠을 보내던 그 즈음 그 일이 터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