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고를 치다!
전날 캠프 식구들과 과음을 하고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새벽은 보름정도 보냈음에도 아직 내몸에 완벽하게 맞는 옷은 아닌 느낌이었다. 서늘한 새벽공기가 내 숙취를 깨우려 애썼지만 내 안의 나는 깨는듯 안깨는듯 몽롱함으로 스스로를 잡아넣었다.
운수팀을 맡은 L과장은 매일 새벽마다 운행할 기사들을 모아서 마치 군대에서 점호하듯 그날의 교육내용을 태국과 리비아의 포맨들에게 전달하고 포맨들은 기사들에게 교육내용을 반복한 후 한국식으로 안전구호를 외치고 운행에 들어가는것이 매일 일상의 루틴이었다.
태국 기사들은 물론 지시사항에 잘 따르고 앞에 L과장과 나란히 서있는 한국인 반장들과 같은 자세로 열중쉬어를 하고 있지만 이 리비아 기사들과 포맨은 절대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왜 똑같은 내용을 돌려막아가며 반복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과 일부로 삐딱하게 서있는듯한 불량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한국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내가 어케어케 대충 전달해주는 뻔한 내용을 듣고 기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구호같은 건 개나 줘버렸다.
리비아든 태국이든 국적을 막론하고 앞에선 기사들은 근무복도 너덜하고 모자에다가 사막의 먼지를 막기위해 현지에서 구한 터번같은 천들을 얼굴에 칭칭 동여맨 모습은 내가 앞에서 보고 있는다면 AK소총을 들지않고 있는 테러리스트들 같았다.
나도 며칠 이걸 해보니 이걸 왜 하나 싶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안전이 생명인 이 일을 하면서 매일 귀에 딱지가 앉을정도로 반복되는 이 안전교육이 내 목숨을 지켜줄 수 있다는걸 몇번의 사고처리를 하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속이 미식거림에도 제일 말단인 내가 안전교육을 빠질순 없는 일인지라 비척비척 줄을 서서 기사들 앞에 섰는데, 다수의 태국기사들 무리옆에 있어야 할 리비아 떨거지들이 보이지 않는것이었다.
쌔한 느낌이 서늘한 바람과 함께 우리를 스쳐갔다. 제발...
얼른 사람을 리비아 숙소로 급히 보내봤는데 다시 헐레벌떡 돌아와 전달하는 이야기는 일을 오늘 안나가겠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파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