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통이다.
가뜩이나 속도 좋지 않은데 이런일이 새벽에 발생하다보니 내 정신은 아득해짐을 느꼈다.
당연히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고 몇천키로를 달려와 땅속에 파묻힐 어마어마한 물량의 파이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미 배차완료된 리비아 기사들이 없어진다는것은 공사에 빵꾸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우리만의 문제가 될 수 있는게 아니기에 다급해진 L과장은 나에게 얼른 가보라고 말하자마자 술이 깨어버린 나는 그들의 숙소로 화난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숙소의 문을 여니 이들은 기다렸다는듯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왜 안나가냐, 이러는 이유가 뭐냐 라는 나의 짜증섞인 질문에 '리비아 사람들은 오늘 쉬기로 했다'라고 포맨이 대답했다.
이러면 안된다 못간다 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지만 이미 내가보기에도 편하게 모여 누워있는놈들은 일어서기도 힘들어 보였다.
짜증과 분노, 무기력함을 또 느끼다보니 깼던 술이 다시 올라오는데 속에서부터 반응을 했던듯했다.
오분정도 실랑이를 벌이다 될대로 되라하는 심정으로 문을 부서져라 닫고 나오다가 속에서 반응이 왔다.
머리가 띵해지고 속에서는 어제 먹었던 놈들이 알콜을 가득 머금고서 뒤가 아닌 위로 올라오겠다는 신호를 보내기가 무섭게 나는 근처 어떤 숙소의 벽에다대고 우렁차게 게워내는 추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술취함에 핑핑도는 머릿속과 앞으로 이들과 헤쳐나가야할 불안정한 미래, 그리고 당장 내 속을 끌로 긁어내는듯한 식도를 타고오는 고통이 한꺼번에 올라오니 쭈그려 앉은 내 몸이 너무 초라해보였던것 같다. 그때즈음 눈에서 눈물이 고통과 함께 베어나왔나보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나보다.
쭈그려앉은 내 어께를 누군가 툭하고 치길래 봤더니 리비아 포맨이었다.
그리고 그가 뒷쪽으로 뭐라 한마디 하자 몇명의 총안든 테러리스트들이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는 야드로 비척비척 걸어가고 있었다. 기사들이 옷을 갖춰입고 일을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뒤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저찌하여 그날의 과업은 완수했고 L과장은 그날의 운수일보를 작성할 수 있었고, 아무일도 없었던듯 그렇게 별일없었다는듯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