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이방인 4

이해의 틈을 몸으로 좁혔나보다

by 임모씨

캠프내 누구도 이후에 그 일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리비아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리 열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같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원하는것이 있었고, 여기 있던 한국인 관리자들은 그 내용이 와닿지도 않는데다가 그들의 나라가 한국인들에게 주는 막연한 두려움과 버거움이 양쪽간 소통을 가로막고 불만이 쌓여있던 상태였고 뭔가 수습해보라고 나같은 사람을 배치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가 기존에 한국인들이 보여준 내용을 반복하니 결국 상처가 터져나온것이라 생각한다.


나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무언가 해야할 책임을 받고 나니 결국은 회사의 입장을 관철해야하는것이 첫번째 의무였고, 여기서 이놈들에게 지지않겠다는 설익은 강단이 좋은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었다.


일단 식량부터 돌이켜보면 그들이 요구하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 생각됐던 빵이 우리 캠프에서 조잡하게 만들어낸 모닝빵같은 것들을 그들에게 강요한게 가장 큰 빡침 포인트로 생각됐다.

그들은 길쭉한 바게트에 말랑한 속을 파내고 그 안에 고기나 다른 음식을 채워서 먹는것이 기본바탕인데, 그걸 공급해주지 못하겠다고 하니 열이 받을만 했다. 마치 한국인에게 바람에 훌훌 날리는 안남미로 밥을 지어 먹으라고 하는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게다가 여기는 말그대로 '노가다판' 아닌가!


그날이후 고물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캠프 청소를 하는보직을 가지고 있던 베트남 근로자 '뚜' 아저씨는 이틀에 한번 백키로 넘게 떨어진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서 빵공장에서 빵을 몇푸대고 담아와야 하는 새로운 업무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가는길에 우리 냉동창고에 있던 식재료 이외에 주방장 압둘라가 요청하는 양념이나 식재료등을 사다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아랍어로 채소이름을 아주 잘 외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심심할때마다 혼자 남아 홀로 요리를 하던 그의 주방에 가끔 찾아가 뭔가 요리를 하는것을 가끔 얻어먹거나 갖 배치받아 바짝 쫄아있는 이등병처럼 처마밑에 같이 쪼그려앉아 담배도 같이 피며 좀 더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물론 그의 입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있는 불만사항은 쉴새없이 내 귀를 괴롭히긴 했지만 가볍게 튕겨내는 스킬을 장착하게 되었고, 그도 그러려니 하는 수준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밥을 먹고 풀뜯어먹는 고기들 밥주러 가는 대신 리비아놈들 숙소에 들르는 일도 잦아지고 포맨 이외에 다른 기사들과도 친해지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


개중에 아랍어 표준말을 잘 하는 몇몇 친구는 내말을 다시 리비아 사투리로 번역해서 서로 의사소통의 도움을 주는 통역사(?)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같은 아랍어인데 한놈은 되도않는 표준아랍어 또 한놈은 그걸 받아서 리비아 동네 사투리로 번역하여 다시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제3자가 봤다면 많이 웃기는 일로 보일것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적응도 잘하고 리비아놈들도 잘 다룬다(?)라고 생각이 들었는지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뭔가 든든해 하는 나만의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보였던 추태까지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씩씩거리며 욕을 장착하고 그들에게 갔다가 결국은 끌고 나온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나도 그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하게 되었고 캠프내에서도 그들은 더이상 어쩔수 없이 붙여줬지만 큰 도움은 안되는 깍두기취급이나 두렵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아닌 흡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같이 일하는 캠프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었다.


나는 운좋게 이런저런 골치아픈 일들을 해결해 낸 '어린놈치곤 꽤 하는 그런자식' 정도까지 내 자신의 위치를 올려놓게 되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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