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렇다. 인생에 ‘단언컨대’가 없다.
‘절대’ ‘다시는’ ‘결코’라는 말들이 얼마나 사람을 실없게 만드는지.
절대, 다시는, 결코, 단언컨대 하지 않겠다고 한 결심들은 늘 ‘어떤 순간’ 앞에서 무너진다.
세상은 영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아서, 나는 늘 꺼림칙한 선택을 해야 한다.
바른 정답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말하는 현명한 대답 사이에서 망설이고,
선택은 결국 튀지 않는 쪽으로 흐르니까.
지켜지지 못한 다짐들은 내 안에 고여 있는 ‘확신’을 썩게 하고,
썩은 물을 양분으로 곰팡이처럼 ‘의심과 자괴감’을 싹 틔운다.
인생 앞에서 나는 자꾸만 우스워졌고,
살아보니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