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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15. 2018

아이의 솔직함 vs 어른의 솔직함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질투


공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아이들은 얇은 차림으로 몇 시간을 끄덕없이 뛰어놀았다. 두어 시간 전까지만해도 사이좋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돌연 큰 소리를 냈다. 사소한 오해였다.(남자 아인 놀이를 하다 툭 쳤다고 했고, 여자 아이는 자신을 때렸다며 서러워했다.) 여자 아이는 엉엉 울었고, 남자 아이는 당황했다. 남자 아이는 아이치곤 상당히 논리정연한 말로 여자 아이를 달랬다. 서러운 울음이 잦아들었다.


참, 솔직했다. 


마음, 그걸 온전히 드러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서럽게 남 앞에서 울어 본 지가 언제더라. 전력을 다해 누군가를 설득해 본 적은? 상대의 반응따라 뒷걸음질치고, 다치지 않을만큼 다가갔다. 약점일까봐 삼키고, 어른답지 못해서 참았다. 서럽게 우는 그 아이가, 전력을 다해 달래는 그 아이가, 부러웠다.


아이의 솔직함과 어른의 솔직함은 다르다. 아이는 밑바닥까지 드러내서 솔직하고, 어른은 단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솔직하다. 슬픈 순간에도 '생각'을 하고, 달래는 순간에도 '생각'을 한다. 상처 받기 싫어서, 손해보기 싫어서, 어떻게 비춰질까 두려워서 등 '생각'은 여러 이유를 갖는다. 이런 팍팍한 세상 속을 살면서, 틈새로 '진심'을 찾아헤매니 마음이 오갈 데 없이 지치는 것이다. 모두가 '생각없는 감정'만 가진다면, 나도 생각없이 진심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아니, 이건 남 탓이다. 나만이라도 그러지 않으면 될 일인데. 

아니, 힘든 일이다. 모두가 YES를 외칠 때 시선을 감당하며 NO를 외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삼 십분 만에 아이들은 도로 웃고 떠들었다. 조금 전 설움과 당황스러움은 둘 사이에 남아있지 않았다. 털어냈기에 괜찮았던 게 아닐까. 우린 참아서 병드는 게 아닐까. 병들어서 멀어지는 게 아닐까. 멀어지는 거리에 미련이 남지 않음은 더 큰일이었다.


당분간 아이들이 보고싶지 않아졌다.


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질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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