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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13. 2018

나만의 길을 간다는 것

우린 그저 선택한 순간들을 걷고 있다.


나는 '내 길'을 가고 있습니다. 



나는 '내 길'을 스스로 인정하기 전까지 조급함에 시달렸다. 이 조급함이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지만, 발전을 위한 조급함과 불안을 위한 조급함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나는 우울한데 다른 이들은 마냥 행복해 보일 때, 다른 이들이 사회적 위치 어딘가에 자리할 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맺고 있는 것 같을 때, 나는 줄곧 세상에서 소외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외. 그건 무서운 감정이었다. 사람을 밑바닥까지 내려놓고, 자격지심이란 녀석을 내 옆에 앉혀놓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계기 없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누군가도 이런 나를 부러워하려나?"

사람들은 대부분,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더 아쉬워하니 말이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소외감은 사라졌다. 

그리고 인지했다. 그들과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같은 직업이라고 모두 같은 길을 걷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비포장도로와 샛길을 포함해 비슷해도 전혀 다른, 제각각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틀렸나 하면서 길을 틀어보고, 멈추고 넘어지면서 '어이쿠'소리를 내고, 엉엉 울기도 하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 응원을 받기도, 손잡고 일어서기도, 걸음마를 처음 배워본 사람처럼 아장아장 걷기도 하면서. 모두 다른 시기에 다른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다. 나의 망설이는 시기, 달려가는 시기는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았다. '나만의 길'이란 말 뜻 그대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내 길'이었다. 


길이 두 어개 있는 줄 알았더니, 360도 방향으론 비포장 도로가 있었고, 그렇게 사방만 뚫려 있는 줄 알았더니 그 샛길 또한 무궁무진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지름길까지 같을 수 있겠는가. 비슷할 순 있으나, 완벽하게 같은 길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뒤처지는 시기'에 마음이 놓였다. 되레 안타까웠다. 어차피 우린 모두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서로 응원을 하기는 커녕 견제를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여전히 나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라, 견제를 완전히 버렸다곤 말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이젠, 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다. 내가 나만의 길이 있듯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길이 있을 테니까. 우린 성격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니까 말이다. 성격과 환경이 다르다는 건, 앞으로 놓일 '선택'이 다를 것을 뜻한다. 매 순간 다른 선택을 하는데,  같은 길을 갈 리가 없지 않나.


그렇다면 쉬운 결론이 난다. 

누군가의 뒤를 쫓을 필요도 없고, 먼저 앞서간다고 한들 선두에 선 마냥 어깨 필 수 없다는 것.


우린 그저 선택한 순간들을 걷고 있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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