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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13. 2018

무기력(無氣力)을 찾지 말자.

나는 휴식은 필요해도, 무기력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무기력(無氣力).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음.]



나는 종종 ‘이것’이 찾아오면 냅다 누워버리곤 했다. 자거나, 먹거나. 둘을 제외한 모든 행동을 중단한다. 마치 비상경보가 울린 것처럼, 몸에 힘을 쭉 빼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전혀 이유가 없을 때도 있다. 이유가 있으면 그나마 해결에 근접해질 수 있지만, 이유가 없으면 해결마저도 어렵다.


 ‘무기력’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어느 날 쉼 없이 달리면서도 뭐든 곧잘 해내는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었다. 


너는 슬럼프 같은 거 없어? 

있지. 


그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 

해결 안 해. 


친구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는 약간 멋쩍어서 덧붙였다. 


해결 안 하고 둬도 괜찮아?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 하고 일상생활 해. 

똑같이? 

똑같이. 

그러니까, 정해놓은 스케줄대로 공부를 하거나? 

응, 그대로. 

그게 돼? 

안 돼도 하는 거지. 앉아있으면 하게 돼. 


그 무심한 대답에 거만함은 없었다.

 ‘정말 그 것 뿐이라서’하는 대답. 



친구의 대답에 난 다시 무기력을, ‘찾았다’. 




말 그대로 ‘찾았다’. 

도피하고 싶은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그럴듯한 내면적 이유로 무기력을 찾았다. 

자기 합리화할 수 있는 감정을 만든 것이다. 


무기력은 의도치 않게 내게 머무르기도 하지만, 

스스로 은밀하게 끌어오기도 한다.

그 사실을 알고부턴 ‘무기력' 그 자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드러눕고 싶은 날, 즉 휴식이 필요할 땐 그저 휴식을 취하고,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도 ‘슬럼프’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도록 여전히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 또한 아직까지도 성공하는 날보다 실패하는 날이 더 많을 때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건 '무기력'을 입에 올리는 빈도수 자체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무기력은 무서운 감정의 지배다.  

나는 휴식은 필요해도, 무기력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구태여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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