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남영 Aug 23. 2018

생각의 프레임일까?

비오는 날의 뻔한 감성


추적추적한 날.
아무런 음악 없이도 소리로 축축해지는 날.


밤이 아닌 시간에 멋대로 밤을 만드는 하루. 비는 늘 ‘울적한’취급을 받는다. 비가 오면 여러 사람들이 감상에 젖어들곤 하니까.

 ‘감상에 젖는다’라는 말과 ‘우울해진다’라는 말은 비슷한 느낌으로 쓰인다. “비오는 걸 좋아해”라는 사람들의 말은 “슬픔이나 어두운 분위기 따위를 즐겨.”라는 말로 들리곤 한다.


짙은 안개 때문일까? 잿빛 하늘 때문에? 눈물의 상징적 의미로 쓰여 와서? 그것도 아니면 ‘떨어진다’는 속성 때문일까? 나 역시 비오는 날이면 젖은 기분이 들고, 성대가 무거워지고, 몸의 근육들이 잔뜩 늘어진다. 어디선가 부딪히며 튀기는 물소리나, 비 온 뒤 맡아지는 공기의 체취나, 바람에서 느껴지는 축축함 따위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변의 법칙처럼 나는 가라앉는다.


그러다 문득, 우울함의 원인이 ‘생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생각은 많을수록 그 끝은 부정(否定)을 향하기 때문에 비오는 날 잠기는 생각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고. 깊숙이 잠겨있던 생각들이 우수수 떠오르고, 얕게 흘러갈 수 있는 걱정들이 빗줄기에 유독 깊게 패일뿐이라고. 축축한 날은 그저 ‘생각’을 조심해야하는 날이라고 단정 지었다.


어쩌면 이건 비오는 날의 프레임일지도 모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앞에서 우리는 모두 우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