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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22. 2018

우리가 다시 만나면 안 되는 이유 (남자편)

이런 건, 사랑은 아니겠지.


꽃다발을 들고 있더라. 

이상하게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꽃다발, 누군가에게 받은 그 꽃 몇 송이에 넌 또다시 환하게 웃는구나.


벌써 며칠이 지났더라. 아니 몇 개월, 아니 몇 년이더라. 

시간은 전혀 너를 그리워하지 않고, 기이할 정도로 빨리 갔는데. 


너 없는 시간도 잘만 갔는데.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뭘 했더라. 

딱히 힘들지도 않았는데 종종 생각은 났었다. 

남들은 3일 후 후폭풍이 온다는데 나는 3년이나 지나서 후폭풍이 오는 걸까.



아니, 그 꽃다발을 보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을지도. 

내가 이렇게 이기적이다. 


이렇게 이기적이라, 네 배려에 만족을 못하고 널 괴롭히다가 그렇게 끝내 놓고. 

누구보다 네 행복을 바라는데, 막상 그 행복이, 난 좀 그렇더라. 

곁에 오면 잘해줄 자신도 없으면서.

그래서 보냈으면서 너만한 사람이 없다는, 그런 생각이 이제야 들더라. 



아무 의미 없는 생각들이지. 

너는 행복하고, 나도 편안하고.

그때의 너는 불행했고, 그때의 나는 불편했지.


우리는 서로 원하는 길을 택해서 잘 살아왔는데. 

그냥, 오늘은 그냥, 그 사실이 좀 서글프더라. 



너도 나도, 잘 살아왔다는 게. 

앞으로도 서로가 없이 그럴 거라는 게. 


이게 다 그 꽃다발 때문이겠지. 

아마도 오늘만 드는 생각이겠지.


이런 건, 사랑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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