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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22. 2018

우리가 다시 만나면 안 되는 이유 (여자편)

아닌 건 아닌 건데 말이야.


오늘은 졸업식이었는데, 오랜만에 널 만났어. 


보자마자 늘 대화가 즐거웠던, 장난을 잘 쳤던, 알콩달콩했던, 잊었던 우리가 새록새록 떠올랐어. 

이런 게 좋았었지, 그래서 만났었지, 하며 추억에 젖어 “다음에 또 봐.”라며 태연한 척 안녕했어.


한창 추억에 젖어 돌아가는 길, 예전 일을 생각하다 불안했던, 상처 주던, 배려가 부족했던 우리가 떠올랐어.

그런 점은 나빴었지, 그 부분은 안 맞았지, 그래서 헤어졌지, 하며 너랑 도로 멀어졌어.



다시 만나는 상상도 했어. 추억만큼 서로 알아서 처음 아닌 익숙한 우리가 좋겠지만, 다시 발생하는 문제 역시 처음이 아니라 상처가 되겠지. 나중엔 헤어진 이유를 떠올리며, 억지로 굳은살을 떼어내고 곪았던 상처를 헤집겠지. 잘 아는 만큼 상처 난 부위를 톡톡 건드리겠지.



아직 너를 사랑하지만, 뻔한 아픔을 감수하면서까지 너를 다시 만날 용기도, 열정도 없어. 나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그래서 편한 사랑이 하고 싶나 봐. 아직 너를 사랑하지만 나는 이기적이라서, 너를 다시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변명으로 도망을 가. 



그래.

너와 있으면 행복하지만, 

그만큼 불행하기도 해서

곁에 있지 않기로 했지.


그게 수 백 번, 수 천 번 고민했던

너와 내가 헤어진 이유였지. 


나는 하마터면 잊을 뻔하고,

막무가내인 마음 하나로 

또 대책 없이 너를 마음에 들일 뻔했다. 


아닌 건 아닌 건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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