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남영 Sep 05. 2018

을의 연애, 그 후

'후회'는 결국 사랑하지 않았던 이의 몫


이전과 달리, 우린 특별하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연애. 

그렇게 선택한 너였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넌 변해갔어.


줄곧 잘하던 통화를 이 핑계 저 핑계로 피하는 게 시작이었어. 

밖에선 추워서 통화를 못하고, 지하철은 끼여있어서, 버스는 시끄러워서 통화를 못했지. 


처음엔 그러려니 했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정말 손이 시릴 수도, 사람이 많을 수도, 그래서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거 알아? 

점점 핑계마저 성의가 없어진 거. 


멀어지는 너를 잡으려고 "왜"를 묻는 일이 많아졌어. 

사실 답은 하나였는데.

 "그냥 식어서."



하루는 폭발해서 물었지. 

그렇게 귀찮은데 처음엔 어떻게 통화했냐고. 

그러자 원래 통화하는 게 싫었다고, 그조차 노력이었다는 너. 


차라리 싫어졌다고 말하지.


'정말 연락하기 싫었으면 일상에서도 안 했을 거야. 너 같으면 싫은 사람이랑 사귀겠어?'


그 말들을 위안삼아 난 또 바보같이 하루하루를 네 옆에서 버텼네.


결국 못 참은 건 나였어. 

헤어지잔 선언에 날 잡은 건 우습게도 너였지.


좀만 더 빨리 잡아주지 그랬어. 

변했다고 울 때, 얘기 좀 하자고 할 때만이라도. 

어쩌면 돌이킬 수 있었을 텐데.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마음을 너무 빨리 준 걸까, 혹시 내가 모르는 계기라도 있는 걸까, 

연락이 더뎌지는 일 분 일 초마다 마음이 지옥이었어. 이미 너덜너덜해진 거야.


이 연애는 끝까지 불행했고, 그래서 널 놨어. 


내 일을 열심히 하던 내가, 점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가더라. 

내 자신이 점점 싫어지고, 나도 싫은 내 모습에 너까지 질려할까 불안했어. 


그래, 까짓 거 헤어져도 세상이 무너지진 않겠지. 

전전긍긍할 시간에 할 일을 하는 편이 좋겠지. 

나도 그런 현명한 연애를 하던 시절이 있었어. 

그런데, 너는, 그게 안 됐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포기뿐이었어. 

잦은 통화를, 연락을, 데이트를. 그리고 너를.


진심은 이토록 서툴러서 놓쳐버리는구나 깨달았어. 

그런데도 난, 아마 다음 진심이 와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아. 

그런 게 진심인 것 같아.


언젠가는 너도 꼭, 진심인 사랑을 하길 바라. 

이건 저주가 아니라 분명 응원이야.


 '후회'는 결국, 사랑하지 않았던 이의 몫이라는 걸 알았거든. 



매거진의 이전글 믿지 못해서 잃어버린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