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어야 했는데.
날씨가 제법 추워졌어.
이맘때 쯤이었지, 우리 헤어진 게.
어이없는 이유로 시작된 사소한 싸움에서 우린,
마치 그간 서로에게 불만만 있던 사람들처럼 안 좋은 감정들을 토해내며 이별했지.
"안 맞는다"면서.
참 웃겨.
사랑하는 내내, 우리처럼 잘 통하는 사람은 두 번다시 없을 거라더니.
한 순간에 '안 맞는다'니.
사람 마음, 참 믿을 게 못 되지.
마지막인 줄 몰랐던, 영문도 모를 마지막 인사를, 몇 번이고 떠올렸는지 몰라.
그날 웃으면서 나눈 고백과 감정들이 고작 이틀 뒤엔 '아닌 사랑'이 되어버릴 줄 전혀 몰랐잖아.
순식간에 닥쳐버린 이별은 '배신감'을 낳더라고.
그 배신감에 나는 우리의 좋은 추억마저 '거짓'으로 치부해버렸지.
아, 우린 사랑한 게 아니구나.
넌 날 사랑한 게 아니구나.
그렇게 간신히 도망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겠는 거야.
명백한 사랑이었고, 너 역시 사랑이었고,
함께하는 매 순간 우리가 이별을 향해 달리진 않았다는 거.
믿었어야 했는데.
잘 통한다던 순간들을, 웃으며 나눈 감정들을.
안 맞는다던 그 말보다 우리 사일 더 믿으면 됐는데.
당시엔 왜 부정적 마음들만 눈덩이처럼 크게 느껴졌는지.
사랑이란 거, 참 믿을 게 못 돼.
언제 돌아설지 모르고, 언제 솟아날지 모르잖아.
뭐가 이렇게 어려워. 어떻게 이렇게 변덕스러워.
사랑이라면, 우린 그러지 말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