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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29. 2018

진짜 이별엔 제대로 된 인사가 없다.

그 날이 마지막일 줄이야.


진짜 사랑이라면,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 없다.


단칼에 끝내는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이별하는 그 순간조차 '마지막'이란 생각을 쉽게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했던 모든 것과 이별하는 그 앞에서 번복이 잦다.

'믿을 수 없는 이별'이라 안일한 것이다. 


 “진짜 끝”이라는 말만 몇십 번을 뱉던 어느 날,

'그 날'은 수많은 예고편을 거쳐 찾아옴에도, 그렇기에 또 실감하지 못한다. 

예고편처럼 간헐적으로 겪어온 순간은 더러 잦아서

머리론 “이별했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가슴은 “그래도 혹시”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 말하고 있는 마지막 역시 ‘잠깐의 이별’ 중 한순간이겠거니.

결국 사랑하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하며 그렇게 무모한 시간이 흐르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뒤늦은 이별을 실감하고 

그제야 슬퍼진다. 


그 날이 마지막일 줄이야.

마지막 순간을 되뇌고, 기억을 더듬어 그 날로 되돌아가며 

다른 말, 다른 행동을 했을 경우의 수를 따져보기도 한다.

그땐 이미 늦었는데. 



마지막 인사엔 '진짜 마지막'이 없다.  


 '마지막 인사를 했더라면 끝이 아니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따위의 이 의미 없는 상상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누구라도 먼저 손 내밀어 끝인사를 나누었다면 

그 과정 속에서 아마 누군가 먼저 시작한 고해성사에 

직전에 상처는 모두 잊고 또다시 서로를 용서했을 것이다.

심심치 않은 이별을 되풀이하며,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서로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마저도 애정이라는 변명과 함께 

때때로 찾아오는 행복에 매료되어 

그렇게 평화롭게 시간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세월과 기억을 함께 품은 연인 사이의 “진짜 끝”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대신 인사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 우리는 인사하지 말자. 그래야 끝이 나니까.



아직까지 나누지 못한 인사가 

꺼림칙한 미련처럼 남아있더라도 괜찮다.

헤어질 인연이라면 그랬어야만 했다. 


인사했더라면 헤어질 수 없었을 테니까. 

인사하지 않았기에 헤어질 수 있었으니까. 


진짜 이별엔, 제대로 된 인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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